15일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 강동석 예술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SSF 제공
15일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 강동석 예술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SSF 제공
봄꽃이 만개한 4월 서울 곳곳에서 한국 대표 음악가들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악 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 인 더 패밀리'를 주제로 이달 23일 개막한다. 내달 5일까지 열리는 올해 SSF에는 60명의 음악가들이 참여해 총 14회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15일 오전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 SSF 예술감독은 "'가족'은 꼭 해보고 싶었던 주제"라며 "다양한 가족의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의 취지대로 이번 축제는 같은 음악 사조의 작곡가들, 동일한 국적 및 민족적 배경을 지닌 작곡가들, 유사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 등 주요 공통점이 있는 작곡가들과 단체들을 모아 무대에 올린다.

특히 올해는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리는 갤러리 콘서트(4월 29일)를 신설했다. 갤러리 콘서트 프로그램은 파니 멘델스존과 클라라 슈만을 비롯해 보니스, 클라크, 샤미나드 등 19세기 빼어난 작품을 남긴 여성 음악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때 갤러리에 걸린 작품들도 여성 화가들의 그림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이 공연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유럽에서는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연주하는게 보편적인데,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월 4일 가족음악회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공연을 펼친다. 이날 공연에는 '유머레스크'를 주제로 드뷔시, 로시니 , 에릭 사티, 베토벤 등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 안에 녹아있는 유머 코드를 강조하는 퍼포먼스형 공연이 예정돼 있다.

축제의 '시그니처'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고택 음악회는 올해에도 계속된다. 서울 안국동의 윤보선 고택에서 세계적인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피아니스트 김다솔 등의 연주자들이 무대를 꾸민다.

공연 포스터에는 장욱진 화백의 작품 '가로수'(1978)가 자리했다. 가족과 마을 등 소박한 주제와 화풍을 보인 장 화백의 그림이 올해 SSF의 주제가 잘 어우러진다는 이유에서다. 축제 부대 행사인 프린지 페스티벌도 이어진다. 남산서울타워 광장, 국립중앙박물관,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음악가들과 아마추어 시민 실내악들이 주말 서울 곳곳에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이번 해에 새로 등장하는 멤버로는 지난해 ARD 국제콩쿠르 우승자 비올리스트 이해수, 윤이상국제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인 첼리스트 마리 할린크가 있다.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봄의 하모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3일 개막
2020년부터 SSF에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솔리스트는 항상 홀로 연습하다보니 때로 우울해지곤 하는데, 실내악은 서로 의지하면서 연주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실내악을) 할 때마다 '클렌징'을 하듯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를 되찾게 된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SSF는 검증된 연주자들이 서는 무대"며 "실내악은 현장에서 직접 볼 때 묘미를 느낄 수 있으니 믿고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SSF는 2006년 서울시와 강동석 예술감독이 시작해 올해 19회를 맞이했다. 지난 십수년간 다채로운 실내악 작품을 발굴하고, 실력있는 연주자들을 무대에 세우며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 행사로 자리잡았다.

강동석 감독은 "좋은 음악가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실내악"이라고 강조했다.
"잘하는 솔리스트 중에서 실내악은 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실내악 연주를 보면 연주자가 얼마나 다른 사람의 소리에 플렉서블하게 반응하고 화합하는지 보여요. 이런 자질 없이는 좋은 음악가라고 할 수 없지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