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불러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총리를 비롯해 추 장관과 진 장관 등은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 대책 마련에 집중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한 폐렴 수문장들’이 검찰 비판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한 폐렴' 비상인데…檢개혁 성과 서두르는 문재인 대통령
文 “검찰 과거 잘못 스스로 못 고쳐”

정 총리는 31일 추 장관, 진 장관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권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의 뼈대는 공수처 설립 준비단과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추진단 설치,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등으로 요약되지만 방점은 검찰개혁에 찍혀 있다. 정 총리는 “국민이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척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문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18차례 언급하며 검찰개혁이 ‘국민의 뜻’이란 점을 강조했다.

정 총리 등은 계획을 내놓기 전에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사전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의 검찰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다”며 “국가 사정기관을 바로 세워야 하며 그 가운데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보고가 29일로 예정됐다가 우한 폐렴 때문에 연기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나중에 발표해도 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나 외국인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행안부는 재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 자신들을 겨냥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개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며 “검찰개혁 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하더라도 굳이 이 시점에 이를 대대적으로 알려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秋 “尹도 검찰개혁 동참할 것”

발표 시점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검찰개혁 의지를 보인 만큼 앞으로 관련 작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 장관은 “오는 3일 검찰 인사이동이 완료되면 기획, 조직개편, 법령 개정을 담당하는 3개 팀을 구성해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2월에는 제·개정 대상 법령을 검토하고 3~4월에는 법령안 초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5월엔 대검찰청, 경찰청 등과 초안 관련 의견수렴을 하고 6~7월엔 협의 내용을 반영한 입법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개혁 입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며 국민의 뜻을 받든 것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첫 번째 예방에서 검찰도 (윤 총장이) 개혁에 동참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인혁/이미아/박재원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