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2일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며 안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사옥에서 임직원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2일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며 안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사옥에서 임직원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습니다.”

22일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재판 1심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롯데 임직원들은 안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한 임원은 “법정구속을 피하게 된 만큼 신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뉴 롯데’ 건설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판결 직후 재판정을 나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 뒤 모처로 이동해 재판 준비로 미뤄 둔 경영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장인상을 당한 신 회장은 이날 밤 일본으로 출국했다. 발인은 26일이다. 상주(喪主)인 신 회장이 장례를 마친 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일본롯데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신 회장이 법정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내 입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신 회장과 일본롯데 주요 주주들과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 귀국 후 미뤄진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롯데는 지난 10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상장 계열사를 분할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일본 기업이란 오해에서 벗어나 신 회장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롯데지주 출범은 지배구조 개편의 1단계다. 내년부터 2019년까지는 2단계로, 지주사에 편입되지 않은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을 주요 계열사로 편입해야 한다. 이후엔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 주주들의 지분을 50% 아래로 떨어뜨리고 국내 90여 개 롯데 계열사들을 모두 롯데지주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투자와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 사업은 그룹 총수 의지와 결단이 중요하다. 신 회장이 법정구속됐다면 ‘글로벌 롯데’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1심 판결에도 롯데는 신중한 분위기다.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최순실 뇌물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이 내년 1월26일 열린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항소하면 경영비리 재판 2심도 준비해야 한다. 롯데는 판결 이후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류시훈/안재광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