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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훈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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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정책대결' 기대되는 서울시장 선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대 관심 지역은 서울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5분의 1이 거주하고 한 해 예산(약 51조원)이 국가 전체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곳, 그래서 서울시장은 ‘소통령’으로 불린다. 서울시장 선거는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다. 승패의 정치적 함의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전국적으로 이겨도 서울에서 지면 이긴 것 같지 않다. 반대로 전국적으로 패하고 서울에서 승리하면 패한 것 같지 않다. '오세훈 vs 정원오' 승부 될까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과 집권 초 국정 동력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엔 김영배·박주민·전현희 의원 등 중진들과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윤희숙 전 의원이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가려지겠지만 현재로선 ‘오세훈 vs 정원오’, 검증된 행정가 간 대결로 압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오 시장은 3연임(통산 5선)에 도전한다. ‘디자인 서울’ 정책과 기후동행카드, 디딤돌 소득 등이 성과로 꼽힌다. 오 시장은 향후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 서울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시정 연속성도 강조한다. 높은 인지도에 세련된 행정 감각이 강점이다. 다만 시장 재임 기간에 따른 일각의 피로감과 당내 지원 동력 약화는 극복할 과제다.정 전 구청장은 이 대통령이 SNS에서 그의 행정 능력을 언급한 뒤 오 시장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성수동을 외국인이 즐겨 찾는

    2026.03.04 17:12
  • [데스크 칼럼] 당신이 억울한 '범죄 피해자'라면…

    법무부는 작년 말 ‘죄는 잠 못 들게, 억울함은 남지 않게’라는 제목의 ‘검찰 보완수사 우수 사례집’을 내놨다. 수사권 박탈 위기에 처한 검찰의 몸부림이려니 했다. 그런데 ‘엄선해 실었다’는 77개 사건을 살펴보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세종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그렇다. 2018년 또래들로부터 집단 성폭행과 불법 촬영 협박을 당한 피해자는 6년 만에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다.하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피해자 기억이 일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주요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자칫 진실이 묻힐 뻔한 이 사건은 초동수사 부실에 주목한 검찰의 보완수사로 반전됐다. 검찰은 경찰이 간과한 핵심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피의자들의 과거 범죄 이력 등을 조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주범은 구속됐고, 함께 범행한 3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범죄 발생 후 7년, 신고 접수 후 17개월 만이다. '국민' 빠진 보완수사권 논쟁보완수사권 검찰 존치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한 뒤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보완수사권 불가’라는 강경파 목소리가 컸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들었다.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이 같은 범죄 수사권도 사라진다.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이 전담하고, 기소는 공소청이 담당한다.보

    2026.01.25 17:29
  • [데스크 칼럼] 정교유착 고리, 끊어낼 기회다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파헤치는 경찰 특별전담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 남관 3층은 요즘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수사팀은 다급한 처지에 몰려 있다.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거나 임박한 만큼 압수물 분석과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다.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한 김건희특별검사팀이 뒤늦게 사건을 이첩한 후폭풍을 경찰이 맞고 있다. 뇌물 혐의 입증이 관건일단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은 이달 15일 경기 가평의 천정궁 등 통일교 핵심 시설과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무실, 자택 등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한 데 이어 17일엔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 접견 조사에 나섰다. ‘여야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는지 경찰은 최정예 수사팀을 편성했다. 경찰 내 대표적 ‘엘리트 수사통’으로 꼽히는 박창환 총경(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장)에게 팀장을 맡겼다.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도 있는 박 총경은 과거 연예인, 유흥업소, 경찰 고위직이 얽힌 ‘버닝썬 게이트’ 수사를 이끌었고, 정치권과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 사건 수사에 관여했다. 내란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대면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사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국수본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쉽지 않은 수사다. 전 전 장관은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시계 한 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를 받는다. 뇌물

    2025.12.17 17:21
  • [데스크 칼럼] 종묘와 세운지구, 정쟁 소재 아니다

    만사(萬事)가 정쟁(政爭) 소재가 되는 시대라지만 그래선 안 되는 일도 적지 않다. 감성적, 선동적 언어가 사태의 본질을 가릴 때 합리적 토론과 대화는 사라진다. 여기에 정당·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겹쳐 극단 주장이 득세하면 일은 꼬여버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인근 세운4구역 고층 개발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도 이런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대법원이 지난 6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바깥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을 때만 해도 세계유산 보호와 도심 낙후지역 개발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도 정리될 것 같았다. 앞서 서울시는 세운4구역 일대 건물의 최고 높이를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기존 55m, 71.9m)로 변경 고시했는데, 대법원 결정은 서울시 손을 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金총리·吳시장 정면 충돌“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던 정부 대응은 하루 만에 달라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묘 정전(正殿)을 찾아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과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에 대해서는 ‘해괴망측한 일’ ‘1960∼19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 등 격한 말까지 동원했다.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달 10일 종묘를 방문해 “문화와 경제, 미래를 모두 망칠 수 있는 결정을 지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2025.11.11 17:37
  • [데스크 칼럼] 앞으로 1년, 檢개혁 성패 달렸다

    날짜가 나왔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설립 78년 만에 폐지되는 날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만 해도 검찰 개혁에 대한 신중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수사와 기소 분리 관련 법안이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처리됐다. 여당 공언대로 ‘추석 전 대못’을 박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청을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설치해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돌이킬 수 없다. 다만 유예기간 1년이 주어졌다. 개혁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시기다. 국민에게 이로운 개혁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기관 간 권한 다툼 속에 제도 설계가 부실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축적된 檢 수사 역량 지켜야현재 검찰청엔 약 2300명의 검사와 7000명의 수사관이 소속돼 있다. 검사 대다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묵묵하게 일해왔다고 믿는다. 정치권력에 한눈팔거나 기소 독점에 취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검사들은 ‘수사권 박탈’에 상실감을 느낄 법하다. “어떻게 쌓아온 노하우인데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것인지”라는 탄식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중요 범죄 수사에서 축적한 역량을 신설되는 중수청에 온전하게 이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의 소중한 자산으로는 2014년부터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중점 지방검찰청 제도가 꼽힌다. 서울남부지검(금융범죄), 수원지검(기술유출범죄), 인천지검(국제범죄) 등 11개 지방검찰청이 특화된 분야의 수사를 이끌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검사들이 유관기관과 협력해 중요 사건을 담당한다.하지만 중수청 신설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2025.10.01 17:32
  • [데스크 칼럼] 중대재해를 대하는 이중적 시선

    “그것보다 작은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입니다. 아침에 깨면 생산라인에 안전사고는 없었는지부터 챙기고 있어요.”얼마 전 만난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요즘 경기가 좋지 않고, 미국의 관세 부과도 시작됐는데 어떤가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이 CEO는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어디 있겠냐”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실수에서 비롯된 재해가 회사 존망과 직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밤에도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강경한 정부에 숨죽인 기업들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공사 현장과 생산라인에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몇몇 기업에서 발생하는 반복적 사고는 아직도 안전이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사고가 잇따르다 보니 산업재해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공개된 산업재해 관련 메시지가 예닐곱 차례나 된다. “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은 회생이 어려울 만큼 강한 엄벌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7월 29일 국무회의)고 강조했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8월 12일 국무회의)이라고 질타했다.대통령 의중을 재빠르게 읽어낸 부처들은 경쟁적으로 제재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공공입찰 참여 제한과 과징금·벌금 강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면허취소, 영업정지 등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하는 수준의 고강도 페널티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 심사와 연기금의 투자 기준에 중대재해 리스크

    2025.08.24 17:52
  • [데스크 칼럼] 떠나는 교수들…못 잡는 대학

    홍콩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달 발표한 ‘2025 QS 세계대학평가’에서 홍콩대(11위), 홍콩중문대(32위), 홍콩과학기술대(44위) 등 홍콩 5개 대학이 상위 100위에 포함됐다. 홍콩대는 중국 베이징대(14위), 칭화대(17위)를 제치고 싱가포르국립대(8위)에 이어 아시아 2위로 올라섰고, 홍콩중문대는 2010년 이후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와 민간의 막대한 투자, 글로벌 교수진 영입, 차별화된 교육 연구환경 등이 맞물린 결과다. 韓 인재 빼가는 해외 대학들한국은 어떤가. 100위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38위), 연세대(50위), 고려대(61위) 세 곳으로, 전년에 비해 두 곳이 줄었다. 서울대 순위는 일곱 계단 하락했지만, 연세대와 고려대가 여섯 계단씩 상승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약진하는 홍콩 대학 중에서도 홍콩과기대는 1991년 설립돼 비교적 역사가 짧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국제화, 연구혁신 중심 경영을 통해 단기간에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공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대학은 최근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국내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미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교수 두 명이 조만간 홍콩과기대로 이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이들 경제학부 교수를 제외하고도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대에서 해외 대학으로 옮긴 교수가 56명에 이른다. 북미지역 대학으로 이적한 교수가 42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와 유럽으로 떠난 교수가 각각 10명, 4명이었다.문제는 국내 최고인 서울

    2025.07.16 17:15
  • [데스크 칼럼] '매머드 특검'이 경계할 것들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가 수사 전면에 다시 등장한 건 2016년 말이다.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그를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압수수색 46회, 참고인 900여 명 조사 등 거침없는 수사를 통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 검사의 ‘강골’ 이미지는 더 공고해졌다.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적폐 수사’를 주도했고, 검찰총장에 오른 뒤 ‘조국 수사’를 발판 삼아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지금은 파면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로 재판받는 처지가 됐지만 끝이 아니다. 3개 특검이 그와 부인이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실상 못할 게 없는' 3대 특검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이 의결·공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자 6명을 추천하면 이 대통령은 3일 이내에 3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된다. 이번 3개 특검은 규모가 매머드급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내란 특검만 해도 투입 인력이 총 267명(검사 60명 포함)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총 105명·검사 20명)의 약 2.5배다.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로 70일 길다.대상도 광범위하다. 내란 특검이 내란·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비상계엄 관련 범죄 의혹 11개를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 가방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등 16개나 된다. 여기에 해병대원 특검을 더하면 수사 대상은 35개에 달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0일 동안 얼마나 진상을 규

    2025.06.11 17:47
  • [데스크 칼럼] '지정생존자'와 이주호 '대대대행'

    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 탄핵이 이어지면서 미국 ABC 방송의 정치 스릴러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2016~2019년 방영)가 새삼 화제다. 다시 보거나 찾아 보려는 사람들로 이 드라마가 역주행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정생존자는 테러로 미국 대통령과 대통령직 승계자가 모두 사망하자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인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 분)이 갑자기 국가원수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육부총리가 권한대행인 나라9년 전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가 다시 주목받는 건 후진적이란 표현조차 과분한 우리 정치 현실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로 직무에 복귀했다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상정했다. 누가 보더라도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결정에 격분해 추진한 분풀이 탄핵이었다. 그러자 최 부총리는 사의를 밝혔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났던 한 총리가 다시 등청해 사직안을 처리해야 했다.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국정을 챙기고 선거를 관리해야 할 총리의 출마 결심에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경제와 통상 현안 대처가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40여 년 경제관료 출신 총리와 경제 컨트롤타워 부총리의 동시 사퇴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다음 지정생존자, 국무위원 서열 4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았다.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국정은 시스템이고, 남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큰 실책이나 과오를 저지를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올 들어 대부분의 시간을

    2025.05.06 17:31
  • [데스크 칼럼] 영덕 노물리 해안마을의 절규

    경북 북부지역을 휩쓴 산불의 발화지 중 한 곳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이곳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틀 만에 직선거리로 약 75㎞ 떨어진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해안마을까지 덮쳤다. 서울에서 동쪽으로는 강원 춘천, 남쪽으로는 경기 평택·안성에 이르는 주변 지역이 잿더미가 됐다고 생각해 보면 경북 산불의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폐허가 된 노물리 해안마을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영덕 블루로드(대게공원~고래불해수욕장 64㎞) ‘B코스’에 속한 작은 어촌이다. 산비탈에 그림같이 들어서 있던 가옥과 펜션, 횟집 등이 화마에 모두 불탔다. 항구 방파제로 간신히 피신한 주민들이 배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산불 양상 완전히 달라져 노물리가 언제 다시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지, 주민들이 돌아와 생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어찌 이곳뿐이겠나. 의성 안동 청송 영덕 영양 등 경북 북부와 경남 산청 하동에서 “어떻게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재민의 절규가 들려온다.전국 11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올봄 산불의 피해는 막대하다. 7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주택 3400여 채, 농축산시설 2100여 곳, 국가유산 30건도 화마에 휩쓸렸다. 서울 면적의 80%에 해당하는 산림 4만8000여㏊가 불에 탔다. 이재민 3000여 명은 대피소에서 힘겹게 지내고 있다. 대부분 고령층이다.이번 재난에서 보듯 최근 산불은 대형화·장기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지구온난화 영향이다. 봄철 고온에 강수량까지 줄어 산림에 일단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 의성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역대 최

    2025.04.01 17:55
  • [데스크 칼럼] 의정 대타협 이제 시간이 없다

    의정 갈등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불안한 삶은 어느덧 일상이 됐다. 전공의가 떠난 의료 현장에선 번아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의 새 학기 복학 여부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 결정은 ‘발등의 불’이다.대타협이 절실한데도, 의료 및 교육 현장의 파행은 끝날 기미조차 없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2024년(3058명)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한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증원 규모 총장에 맡긴다지만…의정 갈등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단초는 내년도 의대 정원이다. 의정 간 강대강 대치가 여전하지만, 이 문제에서 타협을 보면 의료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그런 측면에서 각 대학 총장에게 내년 의대 모집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최근 제안은 주목받았다. 보건복지부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에 추가한 2026학년도 정원 관련 부칙이 그것이다. 부칙이 포함된 법안이 통과되면 총장 결정에 따라 내년 의대 정원은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 3058명 대비 0~2000명으로 달라질 수 있다.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복지부 기대와 달리 부칙은 총장과 의대 학장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전국 40개 의대 학장이 속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총장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정부에 내년도 정원을 3058명으로 재설정하고, 2027년 이후 의대 총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추계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총장들이) 함께해 달라”는 내용이다.총장들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2025.02.23 17:23
  • [데스크 칼럼] "우리한테 도대체 왜 그랬어요?"

    불안,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한국 경제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 주가 등 각종 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이미지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막 꽃피기 시작한 K웨이브가 사그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룩한 그동안의 정치적·경제적 성취가 계엄 사태로 한꺼번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회복을 넘어 더 높게 도약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하룻밤 새 더해졌지만 우리에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저력이 있다. 계엄 후 달라진 세계의 시선그렇다고 해도 12월 3일 이전과 이후 한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과 대접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많은 사례가 있다.세계적 여행플랫폼 한 곳은 ‘2025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에 서울과 부산을 넣으려다 제외했다. “아무리 그래도 계엄령을 내린 국가에 여행을 가라고 추천할 수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 한국법인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계엄 선포 다음 날 새벽까지 본사와 지역 헤드쿼터에서 온 문자와 이메일, 전화에 시달렸다. ‘전쟁이 난 것이냐’는 질문에 “괜찮을 것 같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이들뿐이겠는가. 글로벌 기업과 시장을 취재하던 한국경제신문 기자들도 추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바로 체감했다. 한 기자는 태국 방콕의 환전소에서 한화를 내밀었다가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달러와 엔화를 꺼내 밧으로 바꿨다. 평소 원화를 받던 환전소에도 간밤의 뉴스가 전해진 것이었다. 덴마크 출장에서 귀국하던 다른 기

    2024.12.18 17:38
  • [데스크 칼럼] 유튜버와 지라시가 합작한 시장교란

    ‘소리 없이 몰락해가는 롯데, 공중분해 위기?’ 신동빈 롯데 회장의 사진을 배경으로 깔아 놓은 섬네일부터 자극적이다. 조회수를 고려했겠지만, 국내 재계 6위 그룹의 몰락과 공중분해라니.45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가 지난 16일 롯데를 저격하는 6분37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롯데의 차입금이 39조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 정도여서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요지다. 신 회장의 경영 능력, 최근 인수합병(M&A) 사례 등을 거론하며 롯데가 주력 사업에서 모두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도 했다. 또 일부 경제 전문가의 견해라며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공중분해된 당시 재계 2위 대우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둘린 롯데이 유튜버는 롯데가 인수한 편의점 미니스톱을 ‘미니톱’으로 발음하고, 자막에 당기순이익을 ‘단기 순이익’으로 표기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콘텐츠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거기까지였다면 한 유튜버의 ‘오버’쯤으로 여겼을 수 있겠다. 그런데 주말 사이 영상 내용을 요약해 재생산한 듯한 속칭 지라시가 카카오톡으로 급속히 퍼졌다. 내용은 더 극단적이다. ‘12월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e커머스 롯데온, 수조원대 적자’ ‘롯데건설 미분양으로 계열사 간 은행권 연대보증 치명타’ 등과 같은 문구가 열거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롯데로 인한 금융시장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모두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18일 증시가 열리자 롯데케미칼(-10.2%), 롯데지주(-6.6%), 롯데쇼핑(-6.6%) 등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한국거래

    2024.11.20 17:48
  • [데스크 칼럼] 사우디가 CJ를 주목하는 이유

    2016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K팝과 K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여대생 두 명이 감행한 ‘한국으로의 가출’이다. 사우디는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폐쇄 국가다. 여성의 해외여행은 아버지, 남편 등 남성 후견인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하다. 법에 그렇게 돼 있다. 두 여대생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아버지 휴대폰으로 몰래 여행 허가를 얻어 출국하는 일종의 ‘범죄’를 저질러 버렸다. 두 여대생의 '한국행' 그 이후“대체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뭐길래….” 사우디 사회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트위터에선 ‘한국으로 탈출한 두 사우디 소녀’를 뜻하는 아랍어 해시태그가 전 세계 트렌드 상위에 랭크됐다. 두 여대생의 한국행은 여행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우디 여성 인권 문제를 세계에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사우디가 어떤 국가였나. 카페·레스토랑 등 공공장소에서는 음악조차 틀 수 없었다. 음악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가르쳤다. 특히 타국 문화에 일절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조용히 커졌다. 두 여대생의 가출은 그런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요즘 사우디 현지 분위기는 그때와는 판이하다고 한다. 올 1~7월 사우디 넷플릭스 TV 시리즈 주간 상위 10위권에 ‘눈물의 여왕’ ‘스위트홈’ 등 한국 콘텐츠가 무려 17개나 포함됐다. K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여느 나라 못지않다. 작년 10월 열린 ‘KCON 사우디아라비아 2023’엔 2만3000여 명의 팬이 찾아와 K팝 가수들의 공연을 만끽했다. 8년 전 두 여대생의 한국행 때 벌어진 논란을

    2024.10.20 18:25
  • "K뷰티 열풍 이제 시작…AI 기술 접목한 맞춤형 화장품 만들 것"

    세계적 K뷰티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 기업은 유독 중국에서 고전 중이다. 현지 토종 브랜드의 부상과 이른바 ‘애국 소비’ 확산으로 입지가 좁아지자 잇달아 중국 비중 축소와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도 작년 중국 매출이 최고치인 2021년 대비 약 16% 줄었다.하지만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이 회장은 “다들 중국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지금이 사업을 확장할 적기”라며 “나중에 시장이 좋아질 때 들어가려면 이미 늦는다”고 강조했다. 코스맥스가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1300억원을 투자해 상하이에 화장품 생산·연구혁신(R&I) 단지 ‘중국 미(美)의 중심’을 짓고 있는 이유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코스맥스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중국에서 소비가 눈에 띄게 둔화한 건 사실입니다. 설비 가동률이 다소 떨어져 있습니다. 악화된 미·중 관계도 영향을 줬고요. 하지만 아직 중국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3·4선급 도시가 계속 성장하고 있어 화장품 수요는 계속 커질 겁니다.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 확대 같은 좋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상하이 투자 이유는 무엇입니까.“다른 기업들이 다 나올 때 과감히 신규 투자하는 것이죠. 지금 판교에서처럼 마케팅과 영업, 연구는 물론 생산까지 한곳에서 하는 ‘중국 미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복합단지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중국 상하이 법인 본사는 펑셴구에 있는데 민항구로 옮겨갑니다. 파격적인 가격에 부지를 확보했고, 투자금은 현지

    2024.10.13 17:28
  • 어떤 폭풍도 견뎌낼 '노아의 방주' 같은 튼튼한 재정 만들자

    성경에 나오는 얘기지만 세상을 절멸시킨 대홍수에서 노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계시를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에 인간의 지난한 노력이 더해졌다. 노아 가족은 수십 년에 걸쳐 약 135m 길이의 목선을 제작했다. 대재앙에서 생존했고, 노아의 후손은 인류를 이뤘다.빠르게 증가하는 한국 국가채무를 보면 창세기에 묘사된 대홍수가 떠오른다. 우리는 방주를 준비하고 있는가. 각 영역에서 선진국 기준을 아무리 충족한들 나라 곳간이 부실해져 빈사 상태에 이르면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은 불가능해진다. 허약한 재정으로는 위기 때 속절없이 휩쓸려 간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는 그 증가 속도가 특히 위협적이다.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원에서 2023년 1126조원으로 5년 새 446조원 급증했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35.9%에서 50.4%로 늘었다.‘큰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각종 퍼주기 정책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후과는 혹독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정부엔 긴축 예산 편성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도 재정수지 적자는 해마다 불어난다. 긴축을 이어가도 2026년엔 국가채무가 1346조원까지 치솟는다는 게 정부 추계다.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음은 곳곳에서 들려온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재정이 한국 신용등급 평가에서 더 이상 가점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랏빚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신용도 하락과 자본 이탈을 부른다. 과도하면 국가 부도 상태로 추락한다.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호시탐탐 곳간을 거덜 낼 정책 몰

    2024.09.29 18:29
  • [데스크 칼럼] 'K웨이브 축제' 제대로 준비하자

    K팝 아이돌 그룹을 여럿 보유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임원 A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하는 일이다. 관(官) 주최 행사와 공연에 K팝 그룹이나 멤버를 초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미 짜인 일정을 조정할 수 없어 양해를 구하는 게 일이 돼 버렸다.그렇다고 힘 있는 관의 요청을 매몰차게 내칠 수도 없는 일. 자연스럽게 ‘거절의 기술’을 체득했다고 한다. A씨는 “근시안적이고 파편적인 행사를 반복하기보다 K웨이브를 대표하는 제대로 된 축제를 만들 때가 됐다”고 했다. 파편적 행사·지원으로는 한계K팝에서 시작된 한류가 푸드, 뷰티, 패션 등으로 확산하자 정부 소관 부처도 산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국 기업들은 화장품 브랜드 개발, 원료 생산, 용기 제작,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마케팅 등 뷰티산업의 전 생태계를 장악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더욱 고무적인 것은 K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글로벌 소비층이 주로 1020세대라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구매력 큰 30~50대가 되고, 또 새로운 세대가 소비층에 편입된다. 우리 하기에 따라 K뷰티 열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K뷰티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아쉬운 분야는 K푸드와 K패션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기업 정책은 K푸드 육성·지원보다는 물가 관리를 위한 압박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규제와 내수시장에서의 낮은 이익

    2024.09.18 17:46
  • [데스크 칼럼] 가격 인하 숙제 받아든 식품사들

    요즘 대형마트에선 치킨 코너가 유독 붐빈다. 고물가 속 ‘가성비’ 치킨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평일·휴일 가리지 않고 줄을 선다. 이마트의 ‘어메이징 완벽치킨’은 6480원,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6990원이다. BBQ bhc 교촌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배달·주문할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초저가다.‘6000원대 치킨’은 e커머스와 경쟁하는 마트가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내려는 고육책이다. 2년여 전 당당치킨을 먼저 내놓은 홈플러스는 누적으로 1000만 팩을 팔았다. 집객 효과가 크다고 한다. 업계 1위 이마트가 치밀한 준비 끝에 최근 낮은 가격으로 맞불을 놓은 이유다. 마트의 초저가 치킨 경쟁을 바라보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통큰치킨 때와 다른 분위기그런데 이상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가맹점주도 반발하거나 조직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14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롯데마트가 2010년 12월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훨씬 많은 양을 통에 담아 5000원에 출시하자 치킨업계가 들고일어났다. 유력 정치인까지 가세해 “대기업이 치킨까지 싸게 팔면서 영세 상인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부의 압박도 컸다.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롯데마트는 출시 13일 만에 결국 판매를 접었다. 싼 치킨에 열광했던 소비자 편익은 그렇게 무시됐다.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의 소비자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e커머스와 배달앱 사용의 보편화·일상화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6000원 치킨을 사러

    2024.08.14 17:54
  • [데스크 칼럼] 배달 출혈경쟁서 한발 뺀 배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간 무료 배달 경쟁이 뜨겁다. 업계 2위 쿠팡이츠가 1위 배민을 겨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부터 월 4900원을 내는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유료회원 약 1400만 명을 보유한 쿠팡의 음식배달 시장 침투는 위협적이다. 서울·수도권에선 배민을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배달앱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배민이 쿠팡이츠의 도발을 두고 볼 리 없다. 역시 무료 배달 서비스로 맞불을 놓으며 수성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당장은 즐겁다. 1인 가구나 젊은 맞벌이 부부 중에는 한 달에 열 번 이상 배달앱을 이용한다는 사람도 많다. 월 2만~3만원을 아낄 수 있으니 배달앱의 경쟁은 반갑기만 하다. 외식업주·소비자에 비용 전가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배달앱 업체로선 이익 감소 및 적자 확대를 감수하면서 배달료를 대신 내주는 ‘출혈’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시기 문제일 뿐 지혈이 필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소비자에게 다른 방식의 이용료를 부과하거나 외식업주가 내는 중개 수수료를 올리는 것이다.국내 배달앱 시장의 절대강자는 배민이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맹렬하다고 해도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는 약 2100만 명으로 쿠팡이츠(약 700만 명)보다 세 배가량 많다. 실적도 비교가 안 된다. 배민은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을 거뒀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배달앱 간 경쟁이 격화할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한 쪽은 쿠팡이츠와 요기요다. 배민으로선 출혈을 버티면서 추격자들의 도전을 제

    2024.07.14 17:35
  • [데스크 칼럼] 알리·테무 기세 한풀 꺾였다지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수치로 보면 그렇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한국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월 대비 각각 3.4%, 3.3% 줄었다.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C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경험과 평판이 쌓이면서 남을 소비자만 남고, 떠날 소비자는 떠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그래서인지 초저가를 앞세운 C커머스에 대한 공포와 우려도 조금은 잦아들었다. 같은 제품인데 가격 차는 10배알리와 테무가 한국 소비자를 급속히 빨아들이며 약진한 이유는 단순하다. 같거나 비슷한 상품인데도 한국과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는 열 배에 이른다. 국내 셀러가 중국에서 수입해 통관·인증 비용에 마진 등을 붙여 파는 ‘비싼 제품’의 실체를 소비자가 알아채 버린 것이다. 품질은 그다음 문제다. “또 사도 될 상품과 재구매하면 안 되는 제품을 직접 가려내겠다”며 수십 개의 주문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도 있다. 결제 총액이 그래봐야 10만원 남짓이니 ‘낭비가 아니냐’고 물을 일도 아니다.초저가보다 무서운 건 초국경 거래(해외직구)의 편리한 경험이 중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직구의 단점은 긴 배송 시간이다. 1년 전만 해도 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도착까지 길게는 한 달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짧게는 1주일이면 된다. 이 정도의 기다림은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알리 등이 물류 등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터라 한국향(向) 제품 배송 시간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저가에 더해 배송 시간까지 단축되자 미

    2024.06.12 17:53
  • [데스크 칼럼] 관광진흥도 민생토론회서 다뤄보자

    지난달 서울 인사동 골목에 있는 ‘853’이라는 곳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목살·삼겹살·등겹살·항정살 등을 판매하는 고깃집인데, 한옥풍 외관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1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다 주변을 둘러봤다. 이게 웬일인가. 10개 남짓한 테이블에 한국인은 우리 일행뿐이고, 다른 손님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K-BBQ 맛집’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소주잔을 부딪치며 돼지고기구이를 즐기는 이방인들의 모습에선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뭐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인사동이니까’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K웨이브' 매력에 빠진 외국인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도심 거리를 거닐다 보면 새삼 놀라게 된다. 외국인이 많아졌다는 걸 체감한다. 고궁과 호텔, 쇼핑시설이 몰려 있는 광화문·명동은 물론이고 이태원·성수동·홍대·잠실 등 주요 상권마다 관광객으로 붐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340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이후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황금연휴(4월 27일~5월 6일),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엔 두 나라에서 약 20만 명이 한국을 다녀갔다고 하니 2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무엇보다 유통·여행·레저업계에 화색이 돈다. ‘K뷰티 성지’로 불리는 CJ올리브영이 ‘관광상권’으로 분류해 놓은 전국 60개 매장에선 이달 첫 주 외국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221%) 급증했다. 뷰티 제품을 쓸어 담는 쇼핑 열기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도심과 여의도, 강남의 주요 백화점은 특수까지는 아니어도 ‘외국인

    2024.05.12 18:05
  • [데스크 칼럼] 물가, 총선 후가 더 걱정이다

    ‘와퍼’를 더 이상 못 먹게 될 줄 알았나 보다. 버거킹이 최근 홈페이지에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공지하자 “정말이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매장에선 “단종되는 게 아니라 14일 이후에도 계속 판매한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본사와 매장의 다른 설명은 혼선을 더 키웠다. 버거킹은 그제야 ‘현재의 와퍼 판매를 종료하는 것은 맞다’며 ‘14일까지 현재 와퍼의 많은 이용 부탁드린다’고 재공지했다.현재 와퍼라고? 곧 제품 리뉴얼이 이뤄질 것을 암시하는 이 표현은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구매를 유도하려 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와퍼 판매 종료 공지에 대한 소비자 반발은 기만적 상술 때문만은 아니다. 제품 리뉴얼과 맞물려 버거값이 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다. 버거킹은 2022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세 차례 제품값을 인상하면서 6100원이던 와퍼값이 7100원으로 16.4% 뛰었다. 고물가에 마트·슈퍼로 몰린 소비자소비자들이 버거값 하나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고물가 시대다. 마트와 전통시장을 둘러보면 ‘장보기 겁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사과 배 등 국산 과일 가격은 내려갈 기미가 없다. 최근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울토마토 가격도 올랐다. 외식 물가는 또 어떤가. 4명이 삼겹살 좀 먹으면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외식과 배달음식을 줄이고, 다소 번거롭더라도 식료품을 구입해 조리해 먹는 사람이 늘어난 모양이다. 올해 1분기 대대적 할인 판매에 나선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소비자라고

    2024.04.10 20:04
  • [데스크 칼럼] 1853년 美 '흑선'과 K웨이브

    “흑선(黑船)도 섞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월간지 ‘일본 국제상업’은 지난해 일본 화장품 제조업계를 분석한 특집기사를 이렇게 맺었다. 흑선에 비유된 기업은 글로벌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 중국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코스맥스가 일본에 생산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현지 업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흑선은 1853년과 1854년 매슈 페리 제독의 미국 동인도함대가 도쿄만(灣)에 진입해 통상·수교를 압박할 때 타고 온 함선을 일컫는다. 선체에 타르가 칠해져 있어 그렇게 불렸다. 한국판 ‘흑선’ 코스맥스가 내년 말 이바라키현에 공장을 완공하면, K뷰티 글로벌화의 한 축인 인디 브랜드들로선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을 생산해줄 모함(母艦)을 현지에 두는 효과를 얻게 된다. 日 공략 선봉에 선 K뷰티한·일 양국 소비재 기업의 상호 진출이 확산일로다. 1년 전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안 발표를 계기로 이뤄진 양국 관계 개선이 기폭제가 됐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이후 나타난 격렬한 반감이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옛일처럼 느껴진다. 특히 양국 간 여행객 급증은 자연스럽게 상대국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무엇보다 일본에서의 K웨이브가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주목된다. 올해 들어선 하루가 멀다고 우리 기업의 일본 공략 소식이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K뷰티는 일본에서 황금기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신제품 출시, 뛰어난 품질,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K뷰티의 일본 내 위상은 급상승하고 있다. 프랑스를 제치고 2년 연속 수입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2022년보

    2024.03.12 18:05
  • [데스크 칼럼] 12년의 희망고문, 마트규제 철폐

    17만 가구, 40만7000명이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는 강남구와 함께 전국에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3곳과 기업형슈퍼마켓(SSM) 31곳이 서초구에서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둘째·넷째 일요일엔 문을 닫아야 했다. 2012년 시작돼 요지부동 바뀌지 않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탓이다.지난달 29일은 넷째 일요일이었다. 모처럼 서초구 곳곳에 활기가 돌았다. 마트와 SSM이 일제히 문을 열자 쇼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2년 만의 ‘넷째 일요일 영업’은 서초구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결단이란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매월 공휴일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휴업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규제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조례만 바꾸면 평일 휴업이 가능한데도 서울 25개 구는 눈치만 봤다. 목소리 큰 골목상권 상인들을 의식한 구청장들은 나서길 꺼렸다. 낡은 규제를 깰 용기를 서초구가 먼저 낸 것이다. 시대착오적 규제 완화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점포별 차이가 있지만, 평일 영업 때보다 매출이 최대 50% 늘었다고 한다. 유통기업만 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납품 제조업체, 마트에 입점한 가게, 식당 커피숍 등 주변 상권도 손님이 늘어 혜택을 받는다.규제의 최대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소비자였다. 집 근처에 마트와 SMM을 두고도 급하게 물건을 살 일이 생기면 먼 곳까지 장을 보러 다녀야 했다. 큰 불편에도 조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품

    2024.02.07 18:09
  • [데스크 칼럼] 그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이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약속 장소로 인기 있는 지역의 맛집 앞에선 어김없이 긴 줄과 마주하게 된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꼰대’까진 아니어도 ‘아저씨’다. 10분 이상 기다릴 바엔 곧장 발길을 돌려 버리고 마는 필자도 그중 하나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메뉴 바꾸는 게 뭐 대수라고.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지역은 물론이고 요즘엔 대형 백화점에서도 예약하고 1~2시간 지나서 특정 매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당한다. 이런 식음료(F&B) 매장이 많을수록, 또 인스타그램에 올릴 피사체가 다양할수록 젊은 소비자가 몰려든다. 백화점 전체 실적에도 당연히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베이글·도넛 때문에 머문다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작년 8월 문을 연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베이글을 판매하는 이곳은 요즘에도 주말에 2시간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 내외부 인테리어나 매장명만 보면 외국 브랜드로 착각할 수 있지만, 토종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과 강남구 신사동에 먼저 점포를 냈는데, 맛도 맛이지만 아침마다 베이글을 사 가려는 긴 줄로 더 유명해졌다. 하루평균 3000명 이상을 끌어모으는 국내 최대 도넛 매장인 ‘노티드월드’도 롯데월드몰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e커머스의 대공세로 백화점 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강자들은 한때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변화에 둔감했던 과거의 유통 공룡들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방문객이 끊기자 적자는 점점 커졌다. 천재지변에 비견되는 대위기

    2024.01.07 17:28
  • [천자칼럼] 바다열차 운행 중단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은 스웨덴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된 일종의 각성 운동이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의 하나인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라는 의미인데, 이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4시간 정도의 항공 운항을 모두 기차로 대체하면 연간 3600만t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항공이 핵심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미국 등에선 촘촘한 철도망을 구축해 놓은 유럽 대륙에서나 가능한 환경운동쯤으로 치부할 법하다.국경을 초월해 대륙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유럽 철도망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여행상품이다. CNN트래블이 ‘가장 아름다운 유럽 기차여행 10선’을 따로 추려 소개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중 하나가 스코틀랜드의 ‘웨스트 하이랜드 노선’이다. 글래스고에서 말라이그에 이르는 이 노선의 압권은 고원을 가로지르는 높이 381m의 글렌피넌 고가교(橋)를 지날 때다. 이 다리 위로 질주하는 급행열차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도 등장해 친숙하다. 해안 철도로는 북아일랜드의 ‘데리~콜레인 노선’이 포함됐다. 고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4만여 개 해안 주상절리가 모여 있는 ‘자이언트 코즈웨이’(거인의 방죽길)와 10㎞에 이르는 황금빛 모래 해변을 감상할 수 있다.국내에서도 관광열차가 각광받고 있다. 코레일이 정선아리랑열차(청량리~정선), 서해금빛열차(용산~익산), 협곡열차(영주~분천) 등 6개 정기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아쉽게도 2007년부터 운행해온 동해안 바다열차는 지난 25일 성탄절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릉~동해~삼척 53㎞ 구간을 달리며 그간 195만 명을 태웠는데, 수명 다한 열차 교체에 필요한 재

    2023.12.26 17:47
  • [천자칼럼] 김 수출 1조 시대

    변변한 찬이 없어도 짭짜름한 조미김 한 봉지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식당에서 종종 나오는 마른 김과 참기름 간장은 또 어떤가. 밥을 싸 찍어 먹는 맛과 재미에 주메뉴보다 더 손이 간다. 밥을 부르는 김의 마력 앞에 ‘탄수화물 줄여보자’는 다짐은 헛일이 된다.문헌에 따르면 우리는 삼국시대부터 김을 먹었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에 그리 나온다. 명나라 <본초강목>에도 ‘신라의 깊은 바닷속에서 채취하는데,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들어가 따온다’는 내용이 있다. 본격적인 김 양식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장을 지낸 김여익이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1640년 전남 광양 태인도로 이주해온 그가 해변에 밀려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은 것을 본 뒤 양식에 나섰다. 해의(海衣)나 해태(海苔)로 불리던 이 해조류의 명칭을 김여익의 성을 좇아 김으로 명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밤나뭇가지나 섶발 등에 김을 붙이는 초기 양식법은 이후 200여 년 이어졌다. 그러다 1840년대 대나무 쪽으로 발을 엮어 한쪽은 바닥에 고정하고 반대쪽은 물에 뜨도록 한 떼밭 양식이 개발됐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조수간만의 차에 영향받지 않는 부유식 양식법이 확산한 1970년대 들어서다.현재 전국 김 양식 면적은 약 635㎢로 여의도(2.9㎢)의 218배나 된다. 진도·해남·고흥·완도·신안 등 전남 지역 생산량이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맑은 날 항공기에서 내려다보는 남해안 김 양식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2년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완도의 해조류 양식장 인공위성 사진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는데, 한국 김 인기와 맞물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김 수출

    2023.12.21 17:41
  • [천자칼럼] 승자의 저주

    1950년대 미국에선 석유 시추권 확보 경쟁이 불붙었다. 멕시코만 등에 상당한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이란 예상에 정유사들이 앞다퉈 입찰에 뛰어들었다. 요즘이야 기술 발전으로 정확한 매장량 측정이 가능하지만, 당시엔 막상 시추해보면 기대만큼 석유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입찰에서 승리했는데도 결국 큰 손해를 보는 정유사가 줄을 이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말은 미국 석유회사 애틀랜틱리치 소속 엔지니어 3명이 시추권 입찰 과정에서 두드러진 이런 현상을 한 논문에 서술하면서 처음 등장했다.최근엔 기업 인수합병(M&A)과 연관돼 승자의 저주가 주로 사용된다. 성장동력 확보, 시너지 확대 등을 노리고 M&A에 나섰지만, 과도한 대가를 치른 탓에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국내외에 사례가 즐비하다.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2007년 10월 네덜란드의 ABN암로은행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인수금액만 무려 710억유로에 달한 세계 금융 역사상 최대 M&A였다. RBS는 경쟁사인 바클레이스보다 35억유로나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해 승리했지만, 고가 인수에 따른 부담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영국 정부로부터 200억파운드의 공적자금을 수혈하는 신세가 됐다.승자의 저주는 경영진의 자기 과신, M&A 대상 기업 가치 및 시너지 과대 평가, 적정 가격 이상의 베팅 등이 맞물린 결과다. 국내에서도 무리한 인수가 그룹 해체를 촉발한 사례가 있다. 옛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인수,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인수 등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한화그룹이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6조3200억원에 인수하려

    2023.12.19 17:44
  • [류시훈의 논점과 관점] 김기현, '퍼스트 펭귄'이 돼야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감동받을 때가 있다. 극지에 사는 펭귄이 그렇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펭귄은 먹잇감을 구하러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바다엔 바다표범 같은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다. 수백 마리가 작은 빙산의 끝에서 머뭇거릴 때 가장 먼저 뛰어드는 펭귄이 있다. 두려움을 떨쳐낸 ‘퍼스트 펭귄’이다. 우왕좌왕하던 다른 펭귄들도 뒤를 따른다. 퍼스트 펭귄은 2008년 4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랜디 포시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의 저서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생존 위한 리더의 용기가 중요아프리카 대초원에도 비슷한 존재가 있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초원 남동쪽에서 풀을 뜯던 누 떼는 건기가 시작되면 물과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1000㎞ 이상 올라간다. 수만 마리의 대이동이다. 최대 고비는 세렝게티와 케냐의 마사이마라 초원을 가르는 마라강을 건너는 일이다. 강엔 악어 무리가 득실대고, 건너편에선 사자들이 기다린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두머리 누가 용기를 낸다. 이어 수천, 수만 마리가 잇따라 강으로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전진한다. 생존을 위한 마라강의 대장관은 매년 펼쳐진다.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용기 있는 희생’이 화두다. 지도부와 다선 중진 의원들에게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출마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런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해 폭발 직전이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혁신안’은 당 지도부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혁신위 요구는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에게 ‘퍼스트 펭귄’이 돼 달라는 것이다.

    2023.12.05 18:32
  • [천자칼럼] 철거 위기 맞은 '속초아이'

    대관람차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엑스포)에 처음 등장했다. 직전 파리엑스포가 300m 높이의 에펠탑 건설로 대박을 터트리자 시카고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세계인의 시선을 끌 상징물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공모에 나섰다. 교량 건축 엔지니어 조지 페리스가 거대한 철제 바퀴와 바큇살에 관람용 곤돌라를 매달아 도시와 박람회장의 풍광을 내려다보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000마력의 증기 엔진을 장착한 세계 최초 대관람차는 큰 인기를 끌며 엑스포 성공에 기여했다. 페리스의 이름을 딴 ‘페리스 휠(Ferris wheel)’이 대관람차를 뜻하는 일반명사로 쓰이게 된 배경이다.올림픽 엑스포 등 메가이벤트에 맞춰 세워진 대관람차는 세계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2000년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선보인 ‘런던 아이(London Eye)’와 2021년 두바이엑스포에서 위용을 드러낸 세계 최대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Ain Dubai)’가 대표적이다. 최고 210m 높이에서 마천루와 인공섬 조망을 선사하는 아인 두바이는 동시에 1750명을 태울 수 있다.국내에도 관광지와 놀이공원에 10여 개의 크고 작은 대관람차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지난해 개장한 강원 속초의 ‘속초 아이’는 국내 유일의 해변 대관람차로 100만 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다. 22층 높이에서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단기간에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른 속초 아이가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대관람차가 설치될 수 없는 자연녹지지역이자 공유수면에 일부가 들어서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해체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했다.전임 시장 때 92억원을 들

    2023.1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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