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성남시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당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성남시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당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청년·신혼부부·취약계층의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고 임대주택 임대료를 동결하는 등 주거비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금리까지 올라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민간택지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늘려 민간임대주택 공급 속도도 높일 계획이다.

서민 버팀목 대출, 금리 동결·한도 확대

국토교통부는 2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거 분야 민생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는 민생 안정의 핵심”이라며 “끊어진 주거의 기회 사다리를 복원하고,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연말까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전세자금대출(버팀목 전세대출) 금리가 동결된다. 버팀목 전세대출은 만 19~34세, 연 소득 5000만원, 부부 합산 순자산 3억2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 임차인이 대상이다. 시장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 1.2~2.4%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임대차법 개정 논의해야…전세사기엔 일벌백계"
국토부는 버팀목 대출 금리를 동결하면 연말까지 약 6만5000가구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 사람당 약 63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연간 31만5000원의 이자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대출 한도도 상향된다. 오는 10월부터 청년층은 기존 7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신혼부부는 수도권과 지방 각각 2억원, 1억6000만원에서 각각 3억원, 2억원으로 대출 한도가 올라간다.

정부는 11월부터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만 19~34세 1인 가구 청년에게 최대 월 20만원씩, 최장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약 15만2000명이 해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의 임대료 동결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비상경제 민생회의 주재한 尹대통령

정부는 매입형 등록 임대 제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민간 자본의 참여를 장려해 서민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매입형 등록임대 제도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연말께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해당 제도를 부활할 방침이다. 지난 정부는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가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이유로 각종 세제 혜택을 없앴다.

이와 함께 수도권 등 필요한 곳에 충분한 임대주택이 신규 공급되도록 공공 지원 유형을 개편하고 임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리츠 민간 출자 지분의 지분 매각도 허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리츠 등 민간 사업자의 유동성 확보와 재투자가 용이해진다. 사업 계획 승인 이후 설립까지 통상 1년6개월이 걸리는 임대 리츠 절차도 3개월 이상 단축할 방침이다.

공공택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저소득 청년·신혼부부 공급 비율을 현행 20%에서 최대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공공임대 공급도 늘린다. 국민·행복주택은 당초 올 하반기 2만3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2만500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다룬 임대차법도 개정하자고 국회에 공식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전월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되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이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전세 사기와 같이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겠다”며 “경찰에 전세 사기 전담반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김은정/김인엽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