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 확산에 매수문의 줄어…중개업소 "거래 침체 뚜렷"
실거래가도 하락…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한달새 2.75억↓
서울 마포구 일대 부동산 전경.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일대 부동산 전경. /연합뉴스

"요즘은 집을 보러오는 매수자들이 없네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고덕 그라시움 매물이 쌓여있다. 전용 59㎡ 아파트는 12억원까지 값을 낮춰 매물로 나왔는데,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14억원에 팔리며 값이 치솟던 아파트다. 이 중개업소 대표 A씨는 “이번달 들어서 매수세가 뜸해진 게 느껴진다”며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다며 매매를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관망세가 번지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은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5주 연속 보합권에 가까운 ‘0.01%'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6·17 대책’ 등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 수요가 줄고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수요자 관망세에 매매거래 눈에 띄게 감소
관망세 확산은 민간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를 나타냈다. 상승세 자체는 이어졌지만 오름폭은 전주 조사(0.06%)보다 축소됐다. 부동산114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마지막 주 0.11%까지 오른 뒤 4주 연속으로 오름폭이 완만해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매매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하루 평균 157.0건이 거래됐다. 이는 전달인 7월 일평균 거래량(343.6건)보다 29.2% 줄어든 수준이다. 월별로 6월 1만5582건, 7월 1만653건에서 8월에는 4868건으로 전달 대비 반토박 났고 9월(25일까지·계약일 기준) 들어서는 1248건으로 급감했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 강동구 Y공인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나오는대로 나가던 매매 물건이 지금은 쌓였다“며 ”매수자들의 문의가 뜸해지면서 어제는 전화 문의도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부동산중개사무소 294건이 폐업했다. 폐업한 사무소는 지난 5월부터 꾸준히 늘었다. 월별로 5월 208건, 6월 218건, 7월 251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대단지 아파트 실거래가 수억원씩 내려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도 하락하고 있다.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8월 17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이달 초엔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건이 나왔다. 한달도 채 안돼 2억3000만원이 빠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최근 보류지 매각에서도 6가구 중 4가구가 유찰되며 매수세가 뚜렷하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인근 새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도 약세다. 이 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8일 14억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달 15일 12억9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서울 인기 주거지역 중 하나인 마포에서도 최근 매매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졌다.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59㎡는 지난 7월 14억35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에는 2억7500만원 빠진 11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15억9000만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말 17억1500만원에 거래됐지만 며칠 사이에 1억2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아현동 J공인 대표는 ”급매물 중심으로 호가가 15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는데도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췄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집을 구매하려던 수요자들이 구매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잇단 부동산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파트 거래량이 많이 감소했고, 매물이 쌓이지는 않는 분위기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이 크게 벌어져 있다"며 "이러한 줄다리기 국면은 연휴 이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셋값 급등세는 이어지고 있어 매매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난이 강남지역에서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 매매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며 “전셋값 상승세를 잡지 못한다면 무주택 30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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