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가 아닌 지역에서 처음으로 전용면적 84㎡가 20억원대에 매매된 동작구 흑석동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배정철  기자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가 아닌 지역에서 처음으로 전용면적 84㎡가 20억원대에 매매된 동작구 흑석동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배정철 기자
서울 ‘비강남권’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대에 매매된 사례가 나왔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이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를 제외하면 한강변 고급 주상복합인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에서만 이 같은 거래가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의 공급 부족 우려가 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신축 아파트값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흑석뉴타운 전용 84㎡ 20억원 거래가 마포와 종로, 강동구 등의 아파트값까지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강남 전용 84㎡도 20억원 시대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달 7일 20억원에 매매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강남권에서 전용 84㎡ 아파트의 첫 번째 ‘20억원 클럽’ 가입이다.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한강이 보이는 18층 로열동·로열층 물건이다. 동일 주택형의 아파트는 현재 20억6000만원까지 호가가 상승했다. 흑석동 K공인 관계자는 “이 매물은 전면부에 장애물이 없어 한강이 보이는 로열동”이라며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최고가가 경신되고 호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택형은 한 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같은 단지의 전용 59㎡ 주택형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7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한 달 뒤인 8월 15일 4000만원이 오른 15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아크로리버하임’은 흑석뉴타운 7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총 1073가구로 2018년 11월 준공됐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2016년 이 단지의 전용 84㎡ 일반분양 가격은 7억8000만원 안팎이었다. 분양권은 입주 당시 15억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현재 시세는 20억원대다. 4년 사이 분양가의 약 2.5배가 오른 셈이다.

흑석동 A공인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를 줄일 목적으로 다주택 집주인이 최근 20억원대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올해를 넘기면 호가를 더 높이겠다는 집주인이 많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흑석뉴타운은 기존 노후 주택단지들이 재개발을 통해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신축 선호 현상과 맞물려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20억원클럽은 마포가 유력

부동산 전문가들은 흑석동을 시작으로 마포, 종로 등에서 전용 84㎡ 20억원 클럽에 가입하는 비강남권 단지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와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염리동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5일 18억1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7월에 16억9000만원에 거래된 뒤 1억2000만원이 뛰었다. 2월 입주를 시작한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에서는 호가가 20억원에 달하는 전용 84㎡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염리동 M공인 관계자는 “마포 신축 아파트에서 20억원 거래가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전통 부촌인 용산구 이촌동에선 ‘한가람아파트’ 전용 84㎡가 8월 19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실거래가 20억원에 근접했다. 도심 대장주로 불리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84㎡는 8월 17억85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성사됐다. 동작구와 ‘강남4구’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강동구에서는 고덕동 ‘고덕그라시움’과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가 17억원대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거래가 줄어도 가격은 크게 조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전망과 무관하게 좋은 지역에 새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며 “지역별로 신고가 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배정철/장현주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