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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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금융감독원에 파견된 천재인 검사가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의 법률자문을 맡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천 검사는 특정 부서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금감원 자본시장 파트가 진행하는 조사 전반을 살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영장 없이 금융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금감원의 권한을 야권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 '기관 장악용 인사'를 내려보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감원이 지난 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천 검사가 수행하게 될 업무는 "자본시장 파트의 조사와 검사,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쟁점에 대한 자문 및 고발, 수사의뢰 필요사건 등과 관련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금감원의 설명에 따르면 천 검사는 금감원이 자본시장에서 진행하는 사실상의 모든 주요 업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검찰 부원장 법률자문 보직은 기존에 없던 자리로, 과거 금감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는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다. 이들은 각각 금감원장의 법률자문관과 불법금융대응단 수사관으로 보임해 왔다. 이미 두 자리가 채워진 상황에서 천 검사가 파견되면서 금감원에는 지난 10년간 최초로 2명의 현직 검사가 상주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천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몸담았던 검찰 특수부에서 경력을 쌓은 '한동훈 라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천 검사는 한 장관이 지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팀과 한 장관이 연루됐던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에도 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계에서는 이번 파견의 목적이 금감원의 계좌추적 권한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금융사로부터 내부 자료를 요청해 확인할 수 있다. 법원에 개별적으로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검찰보다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를 창설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천 검사가 이 사건을 비롯해 야당 인사들이 개입된 주요 사건에서 금감원과 검찰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김한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천 검사는 TF팀 구성원은 아니나 일련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TF 업무와 관련한 법률자문 등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칙적으로 금감원 직원이 외부에 임의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 검찰도 금감원이 가진 금융거래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가 금감원에 있으면 검찰은 아주 수월하게 수사에 필요한 계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이 이를 방지할 의지가 있었다면 해당 검사에게 이토록 광범위한 권한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답변을 보면 천 검사는 사실상 자본시장 관련 모든 사안에 개입할 수 있다"며 "검찰이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감원을 사실상의 하청업체로 두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은 천 검사가 검찰과의 수사 협조를 위해 파견됐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천 검사를 통해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은 원칙적으로 금융거래를 외부에 제공해선 안 된다”면서도 “감찰 등 통상적인 수준 외에 (검찰로의 자료 유출을 막는) 별도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