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광화문 청사를 쓰겠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인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경호 문제 등으로 실제 이전이 가능할지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측은 이미 광화문으로 이전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곧 출범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광화문 청사 이전 특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경호와 관련된 법률·예산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한 당선인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광화문 청사 이전과 더불어 청와대 조직 축소도 추진된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청와대라는 이름을 ‘대통령실’로 바꾸고, 수석비서관 제도를 없애겠다고 했다.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광화문 청사에는 대통령 집무실, 참모실,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처 등 일부 조직만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청와대 공식 행사를 개최하거나 국빈을 접견하는 영빈관, 본관 등 집무실 외 필수 시설의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부지를 찾더라도 복잡한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하다. 비용과 공사 기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난관은 경호 문제다. 현재 청와대는 3선 경호체제로, 경호처와 군, 경찰 병력이 청와대를 겹겹이 지키고 있다. 이에 반해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면 공간 부족 등으로 경호 수준이 낮아지는 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광화문과 정부서울청사 입지는 테러에도 취약하다. 대통령 집무실 청사의 창문을 방탄유리로 교체하고, 주변 고층 건물에 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럼에도 현재 청와대만큼의 안전은 보장하기 어렵다.

교통 문제도 걸림돌이다. 행정부 수반인 만큼 대통령 이동 시 교통 통제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교통량이 많은 광화문 일대가 통제된다는 의미다. ‘시민의 불편이 엄청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지만 실제 이행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측은 “경호 개념 자체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정보 수집을 통한 선제 대응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경호 때문에 감당해야 할 불편보다는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있을 때 국민이 느끼는 불편함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나머지 현실적인 문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 의지가 강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이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