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갈등서 시작해 안보 갈등으로
미·중·러·일·북 사이에서 정보력 크게 약해져

지소미아 종료의 승리자는 북한과 중국
美, 한국에 대한 신뢰 저하…日은 관망, 北은 상황 이용할 듯

미·일은 전쟁을 치러 본 ‘프로’들…의사결정 차원 달라
정치인들이 안보 대하는 자세는 보수·진보 다 똑같아
미래 생각 안 하고 인기와 차기 선거만 생각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프로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동네 축구 뛰는 아마추어 같은 결정이었습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70)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쟁을 치러 본 경험이 있는 미국과 일본의 안보 관련 의사결정 능력은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며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정보력이 크게 약해졌다”고 비판했다.

▷지소미아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것 같아서요.

“맞습니다. 군사협정 관련 용어들이 잘못 쓰이거나 오해되는 경우가 많죠. 지소미아는 국가 간 주고받는 군사정보를 국의 기존으로 보호하자는 협정이지 모든 군사정보를 무제한 공개하는 게 아닙니다. 현재 한국은 34개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이 협정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본격적인 군사협력 추진을 위한 근본적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죠. 지난 7월에 우리 영공 침범한 러시아와도 이 협정을 맺었어요.”

▷지소미아 ‘파기’와 ‘종료’ 중 무엇이 맞습니까.

“‘종료’가 맞아요. 일정 기간을 두고 갱신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기나 폐기란 용어를 요즘 많이 쓰는데 그건 틀린 용어입니다.”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대안으로 내세우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이란 무엇입니까.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은 2014년 12월 체결됐어요. 미국을 경유해 한국과 일본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지소미아와 TISA는 어떻게 다릅니까.

“TISA는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이 정보 요청을 할 때 미국 국방부가 자국 내 비밀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한·일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중간다리 격으로 미국을 거쳐야 해서 지소미아보다 긴밀성이 떨어져요. 공유 정보의 비밀등급도 2~3등급 수준으로 낮아질 우려가 크죠.”

▷과거 한·일 간 군사교류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나요.

“우리 군이 일본 자위대와 연습훈련, 교육 지원 등을 본격적으로 강화한 건 1995년부터였어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후 영결식 때 다른 나라에선 대사관 무관들이 왔는데 일본에선 해상자위대 막료장(해군참모총장 격)이 직접 와서 추모했을 정도로 꽤 각별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교류였는데 이렇게 끊어지려 하니 안타깝죠. 무역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번져 버렸어요.”

▷지소미아 종료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곳은 어디일까요.

“당연히 북한과 중국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린 군사위성을 한 개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일본만 해도 군사정보위성이 8개나 됩니다. 정보 수집 능력이 우리와 상대가 안 됩니다. 이 때문에 대북정보 수집에 구멍이 뚫렸어요. 중국 관련 정보를 얻는 게 더 어려워진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북한이 은밀히 도발하거나 중국이 동해상에서 무슨 훈련을 할 때 우리가 포착할 때까지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단 몇 초의 시차가 현장에선 승패를 갈라요.”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걱정입니다. 미국 국방부에서 저렇게 실명까지 내걸고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한탄하는 건 처음 봤어요. 오랜 동맹인 미국이 한국에 대한 믿음을 점점 저버리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왜 지소미아에 대해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합니까.

“미국은 동북아 안보 관리를 위해 한·일 간 사이가 분열되지 않도록 노력해 왔고 그 결과물이 지소미아였어요. 우리가 진정한 자주국방을 말하기 위해선 한·미 간 군사력의 현격한 차이를 직시하고 동맹을 깨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과정에도 영향이 있겠네요.

“물론입니다.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요. 지금이라도 우리 군 내 최정예 인재들을 미군에 보내 공부시키고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해요. 준비도 없이 어떻게 전작권을 받아요. 진정한 자주국방을 이루려면 단계를 거쳐야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텐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가능한 한 한국으로부터 많은 걸 얻어내고 싶을 겁니다. 50억달러를 내놓으란 얘기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거야 부르는 게 값이니까요. 이제 우리도 일본식으로 분야별 지원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방위비 분담금 전액이 한국에서 집행된단 걸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하고요. 주한미군이잖아요. 어디 다른 데 새어나가는 게 아닙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요구한 분담금 규모 정보를 자꾸 흘리면 힘들어져요.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지소미아 종료 후 각국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안 그래도 흔들리고 있는 동북아 정세가 더욱 요동치게 될 겁니다. 일단 일본은 특별한 조치 없이 관망할 것 같아요. 정식 만료일이 11월 22일이니까 그 때까진 자극적인 반응은 하지 않을 듯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겁니다. 북한과 중국은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는 상황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북한과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차기 대선 이전에 북핵·미사일 분야 성과 확보를 위해 대북 협상에 양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실무협상을 최대한 늦추고, 대미 비난을 강화할 겁니다. 중국은 북한을 뒤에서 조종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는 미국을 견제하겠지요.”

▷북한의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9·19 군사합의에 따라서 남북한 간 군사 접촉은 일단 제한됐습니다. 교전 가능성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감시초소(GP)가 파괴되고, 남북 간 통로가 개설됐잖아요. 지상·해상·공중 완충구역에서 군사활동도 서로 하지 않기로 했고요. 그런데 과연 북한이 저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입니다. 의도적으로 기습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지금 동해상으로 잇따라 쏘고 있는 발사체들이 우리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할 우려도 있어요.”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도 거셉니다.

“제발 정치권에서 외교·안보 정책 가지고 장난 좀 그만 쳤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어떤 점이 걱정되십니까.

“한·일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부터였습니다. 그 때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반일(反日) 정서를 자극했지요. 저는 지금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도 그 당시와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국내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외교·안보 정세를 이용하려는 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보다 자신의 인기 관리와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직 국방부 장관으로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주국방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겁니까.

“북한이 발사체를 쏠 때 ‘미상’, ‘불상’이라 하지요. 북한에서 발사 다음날 무기 사진을 공개해도 우리 측 분석은 업데이트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기밀 정보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발사 도발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주거든요. 이렇게 되면 허위 사실이 유포될 가능성도 커지고, 국민들이 군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자주국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실을 정확히 보고 동맹을 활용하며 각국과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겁니다. 한·미 연합사령부만 하더라도 바깥에선 우리 군이 마치 미군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는 모든 분야에서 50 대 50으로 결정권을 갖습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미국의 군사력이 압도적이죠. 그걸 인정하고 배울 건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우린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같아 보여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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