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길, 배우 손우혁에게 50대 아주머니 팬이 다가가 "잘 보고 있어요"라고 먼저 알은 척을 했다. 그동안 많은 배우, 아이돌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아주머니들이 "팬이다"면서 반가움을 먼저 보인 건 처음이었다. 매일 아침 방송되는 SBS 일일드라마 '수상한 장모'를 통해 '9시의 남자'로 불리는 손우혁의 인기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수상한 장모'는 과거가 베일에 싸인 왕수진(김혜선)의 외동딸 제니한(신다은)의 수상한 관계와 제니한을 사랑한 두 남자 오은석(박진우), 안만수(손우혁)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우승하며 화려하게 연기자로 데뷔해 차근차근 자신의 역량을 쌓아왔던 손우혁의 첫 주연 데뷔작이기도 하다.
인터뷰+ㅣ손우혁 "추석에도 '수상한 장모' 봐주실 거죠?"
'중년의 아이돌', '엔딩요정'으로 불리더라.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소소한 부분에서 느낀다. 마트를 가면 거기에서 마주친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왜 엄마라고 얘기안하냐'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물어봐주시기도 하더라. 제 이름보다 '안만수'라고 불러주실 때 더 뿌듯하다. 공감해서 봐 주시는 걸 느낀다.

한가위다. 어떤 시간을 보낼 계획인가.

추석 당일 하루 빼곤 모두 촬영 일정이 잡혀있다. 쉴 때 친척들도 만나고, 대본도 보지 않을까 싶다.

추석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지 않나. 빌고 싶은 소원이 있나.

주변 사람들의 건강이다. '수상한 장모'를 함께 찍는 모든분들이 건강하게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 주변의 친구들,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것, 그게 가장 크게 바라는 바다.
인터뷰+ㅣ손우혁 "추석에도 '수상한 장모' 봐주실 거죠?"
'기적의 오디션'에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작품으로 관심을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포기하고 싶던 순간은 없었나.

힘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온 게 대견하다. 그동안 내면도 더 단단해졌고, 그래서 지금이 더 행복하다. 일일드라마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일일드라마는 감정의 폭이 크고, 다양한 신을 연기한다. 제가 얼마만큼 더 나아갈 수 있는지 두려움도 있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내디뎠을 때 성장하는 재미도 있다.

프랑스어를 전공했더라. 연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저희 세대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최고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작품을 보면서 배우를 꿈꿨다. 하지만 제가 있던 곳은 거제도라 어떻게 배우가 돼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일단 서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의도한 건 아닌데 대학교가 대학로에 있어서 입학하자마자 휴학하고 연극,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를 익혔다.

힘들땐 어떻게 버텼나. 주변에서 '더 늦게 전에 회사에 입사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존경하는 선배들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덕분에 건강해지고, 몸도 좋아졌다. 힘들 때 즐겨봤던 영상 중에 홍광호 선배가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뮤지컬 '로트르담드 파리'의 넘버를 부르는 게 있는데, 얼마 전에 한강에 운동하러 갔다가 만났다. 그때 번호도 교환하고, 1시간 넘게 얘길 한 거 같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관심과 부담들이 부담으로 느껴질 땐 없었나.

처음이다보니(웃음) 즐기면서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모든 게 감사하다. 책임감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지금도 촬영장에서 촬영하는 날 이외에는 방송보고, 대본보고, 운동하는 게 일상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좋아해주셔서 좋다. 가족 단체 채팅방에 매일 제 스샷과 아버지의 연기평이 올라온다. 이제 그만 하실때도 될 거 같은데(웃음) 매일 그렇게 해주신다.

'금수저라, 취미로 연기를 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이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거 같다.

제가 '수상한 장모'에 캐스팅 돼 기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물론 주연이라는 것도 있지만 '부자'라는 점도 컸다. 제가 부유한 역할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군가 봤을 때 부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그동안 잘 버텼구나' 싶었다.(웃음) 그동안 찌들지 않고, 내면을 잘 다져왔다고 평가받는 것 같아서 스스로 뿌듯했다.
인터뷰+ㅣ손우혁 "추석에도 '수상한 장모' 봐주실 거죠?"
이제 '수상한 장모'도 중반부를 넘어섰다. 종영 이후 계획은 세웠나.

지난 5월에 첫 방송을 시작했는데, 벌써 80회가 넘었더라. 120부작인데 회차가 늘어날수록 더 아쉽다. 아직까지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수상한 장모'에만 집중하고 있다. 작품을 잘 마치고,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은 바람은 있다. 그렇게 작품이 쌓이고 쌓여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손우혁에게 '수상한 장모'란 어떤 작품인가.

고맙고 잊을 수 없는 드라마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 너무 힘들어서 '이제 정말 딴 걸 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캐스팅된 후에도 초반엔 적응하지 못해 고생했다. 다행히 연출자인 이정훈 감독님이 믿고 기다려주셨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게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시청자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추석 연휴에도 '수상한 장모'는 결방되지 않고 방영된다.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복제공:박술녀한복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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