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했다. 일본이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공정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데 유감을 밝혔다.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 보복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주장한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은 현 WTO 규정상 보복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 대사는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조치의 근거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아울러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WTO 상품·무역 이사회는 제네바에서 9~11일 열린다.

청와대는 외교적 대응과 별도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인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총자산 10조원 이상 기업 30곳과 경제단체 4곳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다. 재계와 일본 ANN(아사히뉴스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간담회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듣고 현실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청기업 선정 배경을 두고 “수출 규제 품목이 미치는 파급효과와 추가로 있을 수 있는 품목까지 고려하면 대부분의 산업 분야를 망라하는 대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초청기업 범위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한·일 간 양자협의 시점을 오는 12일 오후로 조율하고 있다”며 “다만 참석자 범위와 논의 내용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제기하는 ‘불화수소(에칭가스) 북한 반출 의혹’에 대해서는 “긴급점검 결과 일본에서 수입된 불화수소가 유엔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미아/박재원/구은서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