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差 냉정하게 직시를…경제적 맞대응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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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경제장관들 '對日 해법' 제언
치졸한 日보복에 맞서면
산업계 피해만 커질 것
頂上 만나 문제 풀어라
치졸한 日보복에 맞서면
산업계 피해만 커질 것
頂上 만나 문제 풀어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경제적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한국 기업에 피해가 생기면 우리도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맞보복으로는 기업들의 피해만 키우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 전 장관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의 한·일 경제분쟁은 정치·외교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경제적으로 접근해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핵심 산업은 여전히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일본과 국력 차이가 나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산업계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정부와 여당 내 강경 대응 기류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절대 안 된다”며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와 미래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워낙 복잡한 문제지만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의하면 못 풀 이유도 없다”며 “양국 정상이 만나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장관은 “자유무역 원칙을 거스르는 일본의 경제 보복은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일본의 옹졸한 조치에 똑같이 맞서는 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을 정치·외교적으로 푸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게 역대 경제장관의 공통된 지적이다. "日 옹졸한 보복에 맞대응하면 우리만 손해…외교가 유일한 해법"
이달 초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을 겨냥한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 발표 이후 한·일 관계가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국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대통령)” 등 양국 정상의 발언 수위도 격화일로다. 이러다간 전면적인 경제 충돌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악화하는 한·일 관계에 대해 역대 경제부처 장관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세부적인 내용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핵심은 하나로 모아진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시발점인 역사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맞대응을 하는 것은 최악의 수로, 국내 핵심 산업 기업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외교 실패가 문제의 핵심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한·일 분쟁의 본질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외교 문제”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분쟁을 벌이는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공생하는 관계다. 그런데 일제시대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독도 등 과거사 문제에서 서로를 자극하는 말과 조치를 반복하다가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낸 이후 일본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한국이 계속 거부하자 임계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경제·통상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직 장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우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국제공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본부장은 “WTO에 제소하더라도 판정이 나오는데 최소 2년이 넘게 걸린다”며 “그 사이 문제를 못 풀면 기업들은 복구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미국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하지만 미국으로선 일본도 한국만큼 중요한 우방국인데 일방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주겠느냐”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이 스스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맞대응은 위험
경제적 맞대응은 최악의 수단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 전 장관은 “한국이 고속성장을 했다지만 아직 일본과 국력 차이가 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특히 핵심 산업이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황에서 맞보복을 하면 산업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양국 간 적대적인 감정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한 전직 고위관료는 “우리도 여차하면 반도체 D램·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산 제품 의존도는 한국에 비해 현격히 낮다”고 덧붙였다.
박 전 본부장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전략 물자 등을 수출할 때 우대 조치를 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치가 현실이 되면 1100개에 이르는 일본산 물품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고 국내 산업 피해도 일반기계·철강·화학 등으로 확대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이희범 전 산업부 장관은 “결국 정치·외교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며 양국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구은서/김익환 기자 morandol@hankyung.com
윤 전 장관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의 한·일 경제분쟁은 정치·외교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경제적으로 접근해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핵심 산업은 여전히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일본과 국력 차이가 나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산업계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정부와 여당 내 강경 대응 기류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절대 안 된다”며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와 미래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워낙 복잡한 문제지만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의하면 못 풀 이유도 없다”며 “양국 정상이 만나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장관은 “자유무역 원칙을 거스르는 일본의 경제 보복은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일본의 옹졸한 조치에 똑같이 맞서는 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을 정치·외교적으로 푸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게 역대 경제장관의 공통된 지적이다. "日 옹졸한 보복에 맞대응하면 우리만 손해…외교가 유일한 해법"
이달 초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을 겨냥한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 발표 이후 한·일 관계가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국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대통령)” 등 양국 정상의 발언 수위도 격화일로다. 이러다간 전면적인 경제 충돌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악화하는 한·일 관계에 대해 역대 경제부처 장관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세부적인 내용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핵심은 하나로 모아진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시발점인 역사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맞대응을 하는 것은 최악의 수로, 국내 핵심 산업 기업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외교 실패가 문제의 핵심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한·일 분쟁의 본질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외교 문제”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분쟁을 벌이는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공생하는 관계다. 그런데 일제시대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독도 등 과거사 문제에서 서로를 자극하는 말과 조치를 반복하다가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낸 이후 일본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한국이 계속 거부하자 임계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경제·통상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직 장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우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국제공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본부장은 “WTO에 제소하더라도 판정이 나오는데 최소 2년이 넘게 걸린다”며 “그 사이 문제를 못 풀면 기업들은 복구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미국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하지만 미국으로선 일본도 한국만큼 중요한 우방국인데 일방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주겠느냐”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이 스스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맞대응은 위험
경제적 맞대응은 최악의 수단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 전 장관은 “한국이 고속성장을 했다지만 아직 일본과 국력 차이가 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특히 핵심 산업이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황에서 맞보복을 하면 산업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양국 간 적대적인 감정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한 전직 고위관료는 “우리도 여차하면 반도체 D램·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산 제품 의존도는 한국에 비해 현격히 낮다”고 덧붙였다.
박 전 본부장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전략 물자 등을 수출할 때 우대 조치를 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치가 현실이 되면 1100개에 이르는 일본산 물품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고 국내 산업 피해도 일반기계·철강·화학 등으로 확대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이희범 전 산업부 장관은 “결국 정치·외교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며 양국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구은서/김익환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