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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비 2000만원 줘야 나간다"…세입자 요구에 집주인 '황당'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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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허제 실거주 조건, 세입자 없어야 매도·매수 가능
    "일부 세입자, 집주인에게 과도한 이사비 요구해"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를 보유한 박모씨(59)는 최근 세입자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습니다. 집을 매도하려면 세입자가 나가야 하는데 세입자가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버텼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세입자를 설득했는데 세입자로부터 "이사비 2000만원을 주면 고민해보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박씨의 사례와 같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세입자에게 이사비 등 '웃돈'을 주고 퇴거시키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집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입자가 응하지 않으면 집을 파는 사람이나 집을 사는 사람 모두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임대차법에서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맞물리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주거지역 기준으로 6㎡ 초과(상업지역은 15㎡ 초과) 토지의 주택은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해야 합니다. 기존에 집에 세입자가 있으면 매매가 쉽지 않습니다. 구청에 허가를 신청할 때 임차인 퇴거 확약서를 내야 하는데, 해당 서류에 세입자가 직접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세입자는 집주인의 요구에 나가야 하지만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일부 세입자들은 이런 상황을 역이용해 이사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수준입니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집을 팔기 위해 내놓으려던 집주인 고모씨(65)는 세입자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들었습니다. 고씨는 "집을 팔아야 하는 사정 등을 세입자에게 얘기했는데 세입자가 '임차인 퇴거 확약서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거부했다"며 "이사비 1000만원과 함께 지금 나가면 대출을 더 받아야 하니 대출 이자까지 추가로 얹어서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집주인 최모씨(62)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서 집을 팔지 못하게 됐습니다. 최씨는 "집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을 세입자에게 설명하고 나가달라고 했지만 세입자는 응하지 않았다"며 "이사를 나가주면 3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도 싫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등 매물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등 매물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세입자도 나름의 상황이 있습니다. 집주인으로부터 얼마 전 나가달라는 얘기를 들은 세입자 강모씨(35)는 "집주인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집을 팔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이사비로 1500만원을 더 주겠다고 했다"며 "15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당장 나가서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권리가 있는데 이를 굳이 포기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입자들 대부분이 저렇게 돈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일부 세입자 중에서는 '한 번 얘기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집주인들에게 이사비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이사비를 달라고 하고서는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거래되는 아파트는 실거주를 꼭 해야 하고 구청의 허가를 받으려면 임차인 퇴거확약서에 세입자의 동의를 받아 대출해야 한다"며 "세입자의 협의가 없으면 사실상 매매가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부동산 시장 매매 심리는 지역별로 엇갈립니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96.3으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아 집을 사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103.4로 기준선을 웃돌고 있지만 경기는 98.5, 인천은 99.3으로 기준선을 밑도는 상황입니다.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을 팔려는 집주인보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더 많단 얘기입니다. 서울은 집주인 우위 시장, 경기와 인천은 실수요자 우위 시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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