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집필을 위해 필요한 방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호텔들이 등장하고 있다. 호텔들은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향후 유명한 작품이 쓰인 곳이란 ‘타이틀’도 얻을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서울프린스호텔이 선두 주자다. 이 호텔은 2014년부터 신인 작가에게 무료로 방을 제공하는 ‘소설가의 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23명의 소설가에게 방을 내줬다. 창작 활동을 한 지 10년이 안 된 신인 작가가 주 대상이다. 밀리언셀러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쓴 김호연, 올해를 휩쓴 베스트셀러 소설집 <혼모노>를 낸 성해나 작가도 여기에 묵었다. 호텔 관계자는 “소설가 윤고은이 과거 신춘문예를 앞두고 서울프린스호텔에서 작가 지망생들과 ‘합숙 집필훈련’을 했다는 글을 직원이 우연히 읽은 게 계기”라며 “내년에도 총 12명에게 1개월간 방 한 개씩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했다.‘자기만의 방’이 간절한 소설가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나섰다. 서울프린스호텔에 이어 올해부터 강원 춘천의 남이섬 호텔정관루, 부산 협성마리나G7 등과 함께 문학작가 레지던시 후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박상영 장강명 김초엽 최은영 등 유명 작가가 신인 시절 소설가의 방을 거쳐갔다.호텔방은 작가들에게 작업실이자 일상과 분리된 휴식과 영감의 공간이다. 호텔 입장에선 사회공헌이자 홍보 활동이다. 유명 작품이 해당 호텔에서 탄생하면 ‘문학 성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쓴 다카한 료칸,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지난 10월 ‘세계 최대·최고(最古)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지’가 공예작가 등 해외 출판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한지로 연출한 홍보 부스에서 한지 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광복 80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제작한 한지 시집이 없어지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문체부와 공진원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한지 전시 부스를 재현한 ‘적층(積層): 그날의 말꽃’ 앙코르 전시(사진)를 오는 16일까지 서울 북촌 한지가헌에서 연다. 2025 한류 연계 협업콘텐츠(한지) 기획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화제가 된 광복 80주년 기념 한지특별판 도서 3종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집은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육사 <육사시집>, 한용운 <님의 침묵>이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박금준(601비상), 권준호(일상의실천), 함지은(상록)이 표지 디자인에 참여해 전통 소재인 한지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또 ‘독립신문(상하이판)’ 창간호,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 ‘3·1 독립선언서’ 영인본을 한지에 재현해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전시장인 한지가헌은 한지문화홍보관으로 전국 18개 전통 한지 공방과 400여 종에 달하는 지종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 워크숍, 교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구은서 기자
"내 입맞춤과 눈물은 너를 망가뜨리고 너를 저주할 거야. 네가 사랑한 사람은 나였어. 그런데 무슨 권리로 날 버린 거야?"한 남자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에게 울부짖습니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병들어 죽어가고 있죠. 두 사람은 눈물 젖은 뺨을 서로에게 부빕니다.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여자에게 남자는 애달픈 마음과 달리 차갑게 말합니다. "네 눈을 보고, 네 여윈 손을 만지고 있자니 용서가 안 돼." 그리고는 슬픈 눈이 보이지 않게 입을 맞춰달라고 말하죠. 여자가 끝내 죽자 남자는 나무에 머리를 찧으며 외칩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도 절대 편히 쉬지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거야! 내가 널 죽였다고 했지? 그럼 유령으로 나타나서 날 괴롭혀 줘! (…) 날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려도 좋아! 다만 널 볼 수 없는 이런 지옥 같은 세상에 날 버려두지 마!"이렇듯 애정과 증오를 오가는 두 남녀, '도파민 터지는' 격정 로맨스는 최근 나온 드라마나 웹소설이 아닙니다.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 출간한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 속 장면이에요. 2대에 걸친 애증이 담긴 이 소설은 폭풍 같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SNS에서 이 소설을 두고 '혐관(혐오 관계·증오에서 애정으로 극적 전환하는 로맨스 웹소설 주인공들을 주로 일컫는 말) 맛집'이라 할 정도죠.2대에 걸친 파괴적 사랑 이야기소설은 런던 신사 록우드가 사교계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 머물기 위해 저택 '쓰러스크로스 그레인지(Thrush cross grange)'에 세들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집주인 히스클리프를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라는 근처 저택으로
올해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나하늘 시인은 전통적 등단 이력이 없는 신인이다. 나 시인은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독립 출판물을 내고 영어로 시를 번역하는 등 시 안팎의 세계를 다양하게 탐구해왔다. 독립 문예지 ‘베개’ 창간 멤버로 2017년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년에 한 번꼴로 발간해 최근 10호가 나온 이 잡지는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고도 문학 창작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모토로 시, 에세이, 희곡 등을 싣는다.나 시인은 ‘사라지기’ 외 50편을 응모해 제44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민음사에서 올해 안에 시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조강석 문학평론가는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문장들은 외려 풍부한 재기를 품고 있으며 서사적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은 시적 플롯의 힘을 여실히 발휘한다”며 “거의 모든 작품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줘 시를 읽어가면서 매번 다음 장의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구은서 기자
알제리계 프랑스 소설가이자 기자인 카멜 다우드(사진)는 알제리에서 금지된 작가다. 알제리 헌법으로 언급을 막은 ‘알제리 내전’(1991~2002)의 비극을 글로 써 두 차례 체포영장을 받았다. 그에게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안긴 장편소설 <후리>는 알제리에서 ‘금서’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2년 전 고향을 떠나 프랑스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다우드는 지난 3일 서울 합동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한 내한 간담회에서 “<후리>를 펴낸 뒤 강렬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마주했다”며 “알제리의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최근 국내 출간된 <후리>의 주제는 기억과 목소리다. 알제리 군부와 이슬람 세력 간 내전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서 생존한 ‘오브’라는 소녀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삼아 비극을 증언한다. 참혹한 미소처럼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가진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돼 육성을 잃고 튜브로 숨을 쉬는데, 이는 알제리의 “제도화된 망각”을 상징한다. 다우드는 “세계적으로 기억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국가는 알제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기억에서 잊히는 것으로, 글은 지난 세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다우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는 ‘연세노벨위크’ 참석차 처음 방한했다. “한 작가와 저는 기억과 개인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죠.”지금도 알제리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다우드는 “유럽 밖을 벗어난 게 처음이라 인천공
인공지능(AI)은 ‘생각하는 동물’ 인류의 정의를 뒤흔든다. 역사상 인류는 수고로운 일을 기계에 위탁하며 발전해왔지만, AI는 생각하는 힘을 외부에 맡긴 최초의 기술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책이 쏟아지는 것은 곧 인간의 불안이 가중되는 현실을 보여준다.반면 최근 출간된 <인간지능의 역사>는 “인간의 고유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맥락 속에서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재창조하는 역동적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면서 유지돼왔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고유성을 인공지능의 발전에 맞추어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변수로 놓아야 할 것이다.”저자는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서울대에서 AI연구원 인공지능 디지털인문학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I 시대 인문학의 미래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책은 ‘인간다움’의 조건을 ‘깊은 맥락을 읽어내는 이해력,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하는 창의력, 섬세한 윤리적 분별력,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라고 본다.이제 인류는 AI를 인간적 사고의 대체물이 아니라 확장된 지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할 방법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피해야 할 위협이나 통제해야 할 도구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탐색하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구
스타 역사 강사 최태성의 <최소한의 삼국지>가 새로 1위에 올랐다. 고전 <삼국지>를 쉽게 접하고자 하는 40대 독자가 구매자 비율 51%를 차지했다. 스즈키 유이의 첫 장편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종합 8위에 올랐다. 괴테, 니체, 보르헤스 등의 고전문학이 녹아든 소설로, 이동진 평론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11월 이달의 책’으로 추천하자 판매량이 전주 대비 99.7% 급증했다. 60만 부가 팔린 <긴긴밤>의 저자 루리 작가의 신작 동화책 <나나 올리브에게>는 출간과 동시에 어린이 분야 1위(종합 14위)에 등극했다.구은서 기자
지난 10월 '세계 최대, 최고(最古) 도서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지'가 공예작가 등 해외 출판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한지로 연출한 홍보 부스에서 한지 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광복 80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제작한 한지 시집이 없어지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문체부와 공진원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한지 전시 부스를 재현한 ‘적층(積層): 그날의 말꽃(Layers: The Blossoms of That Day’s Words)’ 앙코르 전시를 오는 16일까지 서울 북촌 한지가헌에서 진행한다. 2025 한류연계 협업콘텐츠(한지) 기획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훔쳐갈 정도로' 아름다운 광복 80주년 기념 한지특별판 도서 3종은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집은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육사 <육사시집>, 한용운 <님의 침묵>이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박금준(601비상), 권준호(일상의실천), 함지은(상록)이 표지 디자인에 참여해 전통 소재인 한지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독립운동 관련 콘텐츠 3종도 함께 전시됐다. ‘독립신문(상해판)’ 창간호,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 ‘3·1 독립선언서’ 영인본을 한지에 재현해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공진원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억압의 시대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외쳤던 선열들의 염원을 우리 전통 종이 한지에 담아 그 뜻을 오늘에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내년 12월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한지는 닥나무 섬유를 활용해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인공지능(AI)은 '생각하는 동물' 인류의 정의를 뒤흔든다. 역사상 인류는 수고로운 일을 기계에 위탁하며 발전해왔지만, AI은 생각하는 힘을 외부에 맡긴 최초의 기술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책이 쏟아지는 건 곧 인간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반면 최근 출간된 <인간지능의 역사>는 "인간의 고유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맥락 속에서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재창조하는 역동적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면서 유지돼왔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고유성을 인공지능의 발전에 맞추어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변수로 놓아야 할 것이다."저자는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조교수로, 현재 서울대에서 AI연구원 인공지능 디지털인문학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 석사학위를, 스탠퍼드대에서 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I 시대 인문학의 미래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책은 '인간다움'의 조건을 '깊은 맥락을 읽어내는 이해력,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하는 창의력, 섬세한 윤리적 분별력,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라고 본다. 이제 인류는 AI를 인간적 사고의 대체물이 아닌 확장된 지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할 방법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피해야 할 위협이나 통제해야 할 도구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탐색하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구은서 기자 koo@hank
알제리계 프랑스 소설가이자 기자 카멜 다우드는 알제리에서 금지된 작가다. 알제리 헌법으로 언급을 막은 '알제리 내전(1991~2002)'의 비극을 소설과 기사로 기록해 두 차례 체포 영장을 받았다. 그에게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안긴 장편소설 <후리>는 현재 알제리에서 '금서'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2년 전 고향을 떠나 프랑스에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다우드는 지난 3일 서울 합동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한 내한 간담회에서 "<후리>가 출간된 후 강렬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마주했다"며 "소설이 알제리의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건드린 상처는 숨겨서 덧난 상태입니다.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었더라면 제 책이 출간됐어도 소리소문 없이 잊혀졌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이 거셌습니다."최근 국내 출간된 <후리>의 주제는 기억과 목소리다. 알제리 군부와 이슬람 세력 간 내전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서 생존한 '오브'라는 소녀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삼아 비극을 증언한다. 참혹한 미소처럼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가진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돼 육성을 잃고 튜브로 숨을 쉬는데, 이는 알제리의 "제도화된 망각"을 상징한다. 다우드는 "전 세계적으로 기억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국가는 알제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으로, 글은 지난 세월에 고통 겪었던 사람들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다우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는 '연세노벨위크' 참석
국내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새 대표회장으로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이 선임됐다.4일 한교총은 서울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9회 정기총회를 갖고 김 회장을 비롯한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한교총에는 39개 교단, 교회 6만4700여 곳이 속해 있다. 대표회장 임기는 1년이다.서울신학대와 서울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김 회장은 미국 애즈베리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친 고(故) 김선도 목사에 이어 200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광림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다. 이후 감리회를 대표하는 감독회장을 맡고 있다.한교총은 이날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경제적 양극화와 극단적 혐오와 분열을 깊이 우려하며, 초(超)갈등 사회 극복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조성하고, 국론 통합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연합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어찌 바람뿐이랴.” 이렇게 시작되는 고재종 시인(사진)의 시 ‘감나무 그늘 아래’는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라면 한 번씩 정독했을 작품이다. 202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 출제됐기 때문이다.고 시인은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한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읽기 쉬운 시라서 문제로 나온 게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전남 담양에서 나고 자란 그는 농촌 정경 속에서 일상의 언어로 삶의 애환과 생명의 경이를 노래해 왔다.“시가 수능에 나온 뒤로 사람들이 연락을 많이 하는데, 별 관심 없다”는 그는 스무 살 무렵 수험생들이 자신의 시를 공감했을지 궁금해했다. “그 시는 젊어서 연인이 떠난 뒤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감 익는 모습에 빗대 쓴 거예요. 그 또래 아이들이라면 한창 누구를 좋아하고 또 그러다가 헤어질 때니까 애들한테 와닿았을지….”‘작가도 자기 작품이 수능에 나오면 틀린다’는 건 문단의 오랜 농담이다. 고 시인이 문제를 직접 풀면 맞힐 수 있을까. 짓궂은 질문에 시인은 “돋보기를 놓고 왔다”며 문제지를 챙겨가 며칠 뒤 연락을 줬다. “돋보기도 놓고 갔지만 실은 요즘 학생들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못 맞힐까 봐 안 풀었는데, 찬찬히 읽으면 다 풀겠던데요. 시험장에서는 시간에 쫓길 테지만.”고 시인이 시 해설과 함께 불러준 선지는 줄줄이 정답이었다. 그는 “시는 인공지능(AI)이나 영상과 달리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 글이라 요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꼭 내 시를 읽어달란 게 아니라 자기 인생에 와닿는 시를 찾아보기를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어찌 바람뿐이랴." 이렇게 시작되는 고재종 시인의 시 '감나무 그늘 아래'는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응시한 수험생이라면 한 번씩 정독했을 작품이다. 202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 출제됐기 때문이다.고 시인은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읽기 쉬운 시라서 문제로 나온 게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전라남도 담양에서 나고 자란 그는 농촌의 정경 속에서 일상의 언어로 삶의 애환과 생명의 경이를 노래해 왔다."시가 수능에 나온 뒤로 사람들이 연락을 많이 하는데 별 관심 없다"던 그는 스무살 무렵 수험생들이 자신의 시를 공감했을지를 궁금해했다. "그 시는 젊어서 연인이 떠난 뒤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하는 모습을 감 익는 모습에 빗대 쓴 거예요. 그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한창 누구를 좋아하고 또 그러다가 헤어질 때니까 애들한테 와닿았을지…."'작가도 자기 작품이 수능에 나오면 틀린다'는 건 문단의 오랜 농담이다. 고 시인이 문제를 직접 풀면 맞출 수 있을까. 짓궂은 질문에 시인은 "돋보기를 놓고 왔다"며 문제지를 챙겨가 며칠 뒤 연락을 줬다. "돋보기도 놓고 갔지만 실은 요즘 학생들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못 맞출까 봐 안 풀었는데, 찬찬히 읽으면 다 풀겠던데요? 시험장에서는 시간에 쫓길 테지만." 고 시인이 시 해설과 함께 불러준 선지는 줄줄이 정답이었다. 그는 "시는 인공지능(AI)이나 영상이랑 달리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 글이라 요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꼭 내 시를 읽어달란 게 아니라 자기 인생에 와 닿는
죽음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25세 아들 칼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추락사했다. 시와 소설, 희곡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을 쏟아내던 작가는 “아름다움은 내 언어를 떠났다. 내 언어는 상복을 입고 있다”고 느꼈다. 글쓰기가 버거워 한 문장을 채 맺지 못하던 그는 시와 일기, 아들이 남긴 글, 다른 작가가 애도를 다룬 문학 작품 일부 등 조각난 글을 모아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을 펴냈다.덴마크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는 2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이 책의 국내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아들이 죽은 지 약 9개월 만에 날것의 슬픔과 충격, 비통함을 담아 쓴 책”이라며 “언어로 뭔가를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글을 쓰기 위해 콜라주(collage) 같은, 아예 새로운 형식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아이트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1주년을 기념하는 ‘연세노벨위크’ 행사에서 4일 강연하기 위해 내한했다. 1963년 그린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으로 2018년 스웨덴 아카데미 북유럽상을 받았다. 이 상은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수여해 ‘작은 노벨상’으로 불린다. 아들이 친구와 환각성 버섯을 나눠 먹고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뒤 그는 “시간을 창조”했다. 그의 글은 아들이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억, 직접 목격하지 못한 아들의 죽음 당시 등 여러 시간대를 오간다. 아이트 작가는 “이 책의 형식은 순수한 절망에서 나왔다”며 “아들의 죽음 당시 시간이 파괴된 느낌이라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형식을 찾아야 했다”고 했다.집필은 그에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25살 아들 칼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추락사했다. 시와 소설, 희곡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을 쏟아내던 작가는 "아름다움은 내 언어를 떠났다. 내 언어는 상복을 입고 있다"고 느꼈다. 글쓰기가 버거워 한 문장을 채 맺지 못했던 그는 시와 일기, 아들이 남긴 글, 다른 작가가 애도를 다룬 문학 작품 일부 등 조각난 글들을 모아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을 펴냈다.덴마크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는 2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이 책의 국내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아들이 죽은 지 약 9개월 만에 날 것의 슬픔과 충격, 비통함을 담아 쓴 책"이라며 "언어로 뭔가를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글을 쓰기 위해 콜라주(collage) 같은, 아예 새로운 형식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아이트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1주년을 기념하는 '연세노벨위크' 행사에서 오는 4일 강연하기 위해 내한했다. 1963년 그린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으로 2018년 스웨덴 아카데미 북유럽상을 받았다. 이 상은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수여해 '작은 노벨상'으로 불린다.아들이 친구와 환각성 버섯을 나눠먹은 뒤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뒤 그녀는 "시간을 창조"했다. 그의 글은 아들이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억, 직접 목격하지 못한 아들의 죽음 당시 등 여러 시간대를 오간다. 아이트 작가는 "이 책의 형식은 순수한 절망에서 나왔다"며 "아들의 죽음 당시 시간이 파괴된 느낌이라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형식을 찾아야 했다"고 했다. 집필은 그에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
올해 서점가는 ‘한국소설의 해’로 요약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효과로 2025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2년 연속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차지했다.1일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간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각각 발표했다. 두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소년이 온다>로 집계됐다. 이 소설은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한국사의 비극을 다뤘다. 교보문고 기준 같은 책이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한국문학, 그중에서도 소설이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교보문고는 판매량 상위 10권 중 절반인 5권이 한국소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작가의 또 다른 책 <채식주의자>(9위) 외에 양귀자 작가의 <모순>(2위),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4위), 정대건 작가의 <급류> 등이 주목받았다. 예스24는 상위 10권 중 3권이 한국소설이었다.교보문고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탄핵 정국 및 조기 대선으로 정치사회 분야 서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며 “하반기 증시 회복과 함께 경제경영 분야가 반등해 8월부터 전년 대비 월별 판매 증감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구은서 기자
올해 서점가는 '한국소설의 해'로 요약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효과로 2025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2년 연속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차지했다.1일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간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각각 발표했다."한강 열풍이 한국소설 훈풍으로"두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소년이 온다>로 집계됐다. 이 소설은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한국사의 비극을 다뤘다.교보문고 기준 같은 책이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서정윤의 시집 <홀로서기>(1987~88년),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90년), 론다 번의 <시크릿>(2007~08년),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2012~13년) 등이 2년 연속 연간 1위에 오른 바 있다.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한국소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교보문고의 경우 판매량 상위 10위권 중 절반인 5권이 한국소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작가의 또다른 책 <채식주의자>(9위) 외에도 양귀자 작가의 <모순>(2위),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4위), 정대건 작가의 <급류> 등이 주목받았다. 예스24는 상위 10권 중 3권이 한국소설이었다. 예스24 관계자는 "작년 한강 작가의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시작된 '한강 열풍'이 '한국소설의 훈풍'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상반기에는 정치, 하반기에는 경제상반기에는 정치, 하반기에는 경제 서적이 약진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탄핵 정국·조기 대선으로 인해 정치사회 분야 서적 판
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앨런 타운센드 미국 몬태나대 임업 및 보존대학 학장은 10여 년 전 네 살배기 딸에 이어 생물학자인 아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는 불행을 겪는다. 이해할 수 없는 불운을 마주한 그는 확률부터 계산한다. 어린이가 두개인두종 진단을 받고, 젊은 여성에게 교모세포종이 생기고, 그 둘이 모녀일 확률은 약 1000억분의 3. “불가능한 확률을 현실로 마주하자 내 안의 무신론이 흔들렸다. 이제 정말 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주 고약한 존재였다.”<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자가 삶의 비극과 상실을 통과하며 써내려간 기록이다. 일종의 직업병일까. 그는 지독한 불운 앞에서도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예컨대 타운센드는 딸아이의 이상 증상을 목격하자 논문부터 뒤진다. 병명을 먼저 예측하고 비슷한 환자들의 예후를 확인한다. 이후 병원에 찾아가 보니 딸의 진단명은 그의 예상대로 두개인두종이었다. 타운센드는 “이럴 때는 내 안의 과학자가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그러나 그가 지독한 불운을 겪으며 희망을 찾은 길도 과학에 있다. “나는 신앙이나 영성과 다르지 않게 과학도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젊은 시절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조차 혐오하던 지독한 무신론자로, 과학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광신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과학도 인간의 일이어서 불완전하고 모든 불행을 예측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인다. 오류와 변칙을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자연 속의 모든 존재는 소멸을 피할 수 없고 소멸 끝에 생명으로 순환한다. 저자
유명인의 신간이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재구성한 신간 <탁! 깨달음의 대화>는 지난 19일 예약판매 이후 종합 7위에 올랐다. 배구선수 김연경의 에세이 <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은 24일 판매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10위를 기록했다. 1위는 지난주에 이어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차지했다. 전자책 분야에서는 배우 박정민이 2019년 출간한 산문집 <쓸 만한 인간> 오디오북이 1위에 올랐다. 그가 최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수 화사와 함께한 축하공연이 화제를 끌자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 판매량이 전주 대비 20배 이상 급증했다.구은서 기자
저녁 식탁은 정치적 공간이다. 누구와 어떤 음식을 어느 시간대에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당신의 계급을 드러낸다. 저녁 식탁은 가족문화의 결정체로, 자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최근 출간된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부제처럼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을 탐구하는 책이다. “왜 의사 집안에서 의사, 교수 집안에서 교수가 나올까?” “그 집에는 대체 무슨 특별함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저자는 2018년 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 수전 도미너스.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5년부터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주로 ‘뉴욕타임스’에 글을 실었다. 현재는 예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명쾌한 ‘성공 방정식’을 짚어주는 책은 아니다. 책은 문화적·사회적·경제적 배경이 각기 다른 여섯 가족을 들여다본다. 다양한 가족문화 사례를 통해 부모의 어떤 행동과 태도, 형제간 어떤 역학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예컨대 의사 제리 그로프의 세 자녀는 각각 의사이자 사업가, 유명 소설가,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출전 선수 출신 임상심리학 연구자다. 이들의 성취를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는 ‘지구력’인데, 아버지인 그로프는 자녀를 칭찬할 때 재능이 있다는 말 대신에 ‘강인하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14㎞에 달하는 집 근처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고 싶다는 막내딸을 만류하는 대신에 그녀가 수영하는 동안 보트를 타고 그 옆을 따라간다.책을 읽다 보면 자녀, 나아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성공’이란 무
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앨런 타운센드 몬태나대 임업 및 보존대학 학장은 10여 년 전 네 살배기 딸에 이어 생물학자인 아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는 불행을 겪는다. 이해할 수 없는 불운을 마주한 그는 확률부터 계산한다. 어린이가 두개인두종 진단을 받고, 젊은 여성에게 교모세포종이 생기고, 그 둘이 모녀일 확률은 약 1000억 분의 3. "불가능한 확률을 현실로 마주하자 내 안의 무신론이 흔들렸다. 이제 정말 신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주 고약한 존재였다."<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자가 삶의 비극과 상실을 통과하며 써내려간 기록이다. 일종의 직업병일까. 그는 지독한 불운 앞에서도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예컨대 타운센드는 딸아이의 이상 증상을 목격하자 논문부터 뒤진다. 병명을 먼저 예측하고 비슷한 환자들의 예후를 확인한다. 이후 병원에 찾아가 보니 딸의 진단명은 그의 예상대로 두개인두종이었다. 타운센드는 "이럴 때는 내 안의 과학자가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그러나 그가 지독한 불운을 겪으며 희망을 찾은 길도 과학에 있다. "나는 신앙이나 영성과 다르지 않게 과학도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젊은 시절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조차 혐오하던 지독한 무신론자로, 과학에 대한 또다른 형태의 광신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과학도 인간의 일이라 불완전하고 모든 불행을 예측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인다. 오류와 변칙을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연 속의 모든 존재는 소멸을 피할 수 없고 소멸 끝에 생명으로 순환한다. 저자는 수십억
저녁 식탁은 정치적 공간이다. 누구와 어떤 음식을 어느 시간대에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당신의 계급을 드러낸다. 퇴근 시간과 연봉, 가족 관계와 최근 관심사 같은 삶의 조건들이 식탁의 차림새를 결정한다. 식탁은 계급의 결과뿐 아니라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저녁 식탁은 가족문화의 결정체로, 자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최근 출간된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부제처럼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을 탐구하는 책이다. "왜 의사 집안에서 의사, 교수 집안에서 교수가 나올까?" "그 집에는 대체 무슨 특별함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저자는 2018년 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 수전 도미너스.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5년부터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주로 '뉴욕타임스'에 글을 실었다. 현재는 예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명쾌한 '성공 방정식'을 짚어주는 책은 아니다. 책은 문화적·사회적·경제적 배경이 각기 다른 여섯 가족을 들여다 본다. 다양한 가족문화 사례를 통해 부모의 어떤 행동과 태도, 형제 간 어떤 역학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예컨대 의사 제리 그로프의 세 자녀는 각각 의사이자 사업가, 유명 소설가,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출전 선수 출신 임상심리학 연구자다. 이들의 성취를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는 '지구력'인데, 아버지인 의사 제리 그로프는 자녀를 칭찬할 때 재능이 있다는 말 대신에 '강인하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14㎞에 달하는 집 근처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고 싶다는 막내딸을 만
‘작은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스웨덴 아카데미 북유럽상을 받은 덴마크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는 시, 소설, 희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963년 그린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1991년에 첫 시집 <내가 아직 젊을 때>를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펴낸 단편집 <바분>으로 북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과 덴마크 비평가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2017년 아들의 죽음 이후 1년간의 시간을 기록한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을 발표해 덴마크 도서로는 처음으로 2019년 미국도서상, 커커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4년 사랑과 보살핌, 무력함과 폭력에 관한 장편소설 <어두움의 연습>을 발표했다.전 세계 19개 언어로 작품이 번역돼 있다. 국내에는 <어두움의 연습>이 출간됐고,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이 조만간 소개될 예정이다.구은서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일본 영화가 한국 박스오피스 연간 1위를 차지한 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운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최초다.2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누적 관객 수는 563만8000여 명을 기록했다. 기존 1위였던 ‘좀비딸’(563만7000여 명)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2위로 밀려난 ‘좀비딸’은 현재 상영관이 거의 없어 순위를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제작 국가를 불문하고 애니메이션 영화가 국내 박스오피스 연간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해외 애니메이션 가운데 ‘겨울왕국 2’가 관객 수 1336만9000여 명을 기록하며 흥행했지만,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밀려 한 해 박스오피스 기록으로는 3위에 그친 바 있다.‘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혈귀(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의 우두머리인 키부츠지 무잔 일당과 이에 맞서는 귀살대원들의 전투를 그렸다. 극장판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지난 8월 22일 국내 개봉 이후 이틀 만에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겼고, 개봉 열흘째엔 300만 명을 돌파했다. 관람객 중 4DX, IMAX, 돌비시네마 등 특별관 관람 비율이 19%에 달했으며, 그중 4DX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기준 2930달러 수익을 돌파하며 올해 4DX 상영작 중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 영화 배급사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측은 “뛰어난 작화와 압도적인 액션에 대한 호평이 ‘n차 관람’ 을 이끌었다&
“확실히 내가 쓴 소설 가운데 가장 정숙한 소설이다.”‘19세기 실천하는 지성인’, ‘영화감독 박찬욱이 사랑한 작가’ 에밀 졸라(사진)의 장편소설 <목로주점>을 펼치면 이런 작가의 말부터 나옵니다. 뒤에 나올 소설이 전혀 정숙하지 않다는 얘기죠. 마치 ‘이 작품은 실제 사건, 실존 인물과 무관합니다’ 하며 시작하는 영화야말로 실화와 밀접해 법적 책임을 피할 장치가 필요한 것처럼요.1877년 출간된 <목로주점>은 프랑스 파리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그린 문제작입니다. 소설은 여자 주인공 제르베즈가 사실혼 관계인 랑티에를 떠나보내며 시작합니다. 제르베즈는 이후 성실한 함석장이 쿠포와 결혼하지만, 쿠포는 추락사고 후 실의에 빠져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합니다. 랑티에가 돌아와 집에 눌러앉자 세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살게 됩니다.한 여자와 두 남자의 동거와 불륜, 치정 문제로 빨래터에서 엉덩이까지 드러내며 ‘개싸움’을 벌이는 두 여자, 은어와 속설을 구사하는 문체…. 소설은 출간 전 신문에 연재됐는데 선정성 논란이 거셌어요. 영웅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하층민만을 등장인물로 소설을 쓴 건 당시로서는 파격이었습니다.세밀한 글쓰기는 꼼꼼한 사전 취재를 짐작하게 합니다. 빨래터의 온수 한 양동이 가격까지 썼어요. 흡사 그 시대 물가를 취재한 르포 기사 같습니다.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가난’입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이들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삶이 진창에 빠집니다. 훗날 졸라가 일간지 1면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실어 드레퓌스 대위의 억울한 간첩 누명을
오데드 갤로어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석학이다. 최근 스웨덴 한림원이 단기적 경제 모형보다는 역사적 접근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서다. 갤로어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폭발적 경제 성장’과 ‘국가 간 부의 불균형’이라는 두 현상의 기원을 통합적·역사적으로 규명하려 노력해 왔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신의 이론을 대중서 형태로 널리 공유했다는 것인데, 갤로어 교수도 자기 연구를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갤로어 교수의 20년간 연구를 집대성한 대표작 <통합 성장 이론>이 국내 출간됐다. 원서가 2011년 프린스턴대출판부에서 나온 후 14년 만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비범한 야심이 낳은 역작”이라고 평한 책이다.‘통합 성장 이론’은 갤로어 교수가 창시한 이론으로, 인류의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인구 구조, 기술 발전, 교육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에서 찾고 통시적으로 이를 논증한다.갤로어 교수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정체의 시대에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경제적 생활 수준은 정체 상태였지만, 지난 200년간 1인당 소득이 10배나 급증했다.이는 교육과 건강, 부의 수준 및 분포를 변화시켰다. 정체에서 성장으로 도약하는 시점이 국가별로 달라서다. “19세기까지 비교적 미미했던 이 같은 불평등은 크게 확대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과 가장 빈곤한 지
내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이 3주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예스24의 특별한정판 표지를 입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2위를 차지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투자 공부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대형주 추세추종 투자법칙>(4위), <부자 아빠 투자 불변의 법칙>(12위) 등 종합 20위권 내에 경제경영서 총 6권이 포함됐다.구은서 기자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화가 클로드 모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작 소재가 또 있다. 바로 노르망디 해안 절벽에 방치된 세관 오두막을 담은 그림 30여 점이다. 그런데 세관 건물은 왜 벼랑에 버려져 있었을까?최근 출간된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통해 당대 경제사와 최근 경제 현안을 살펴보는 책이다. 모네의 세관 오두막 연작에서 시작해 나폴레옹 시대의 대륙 봉쇄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자유무역체제의 종말까지 다룬다.얼핏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제와 예술 사이를 종횡무진 오간다. 지난해 4월 큰 화재를 겪은 덴마크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 이야기는 덴마크의 국보급 그림인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라는 단체 초상화로 이어진다. 이 초상화는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가 1890년대 덴마크 경제를 이끌던 내로라하는 인사 50명을 그린 작품이다. 자본시장의 논리가 적용된 이 그림의 제작비 충당 방법을 읽다 보면 어느새 덴마크의 세계적인 해운기업 머스크에 대한 정보,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가 로봇의 도시가 된 이유 등을 익히게 된다.저자 김치형은 경제방송 기자, 신약개발 회사와 자산운용사 임원을 거쳐 현재 한국경제TV 앵커와 MBC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친숙하게 풀어냈던 저자의 내공이 책에 담겨 있다.흔히 미술품은 ‘고상한 예술’로 머물지만 그림 한 점에는 우리의 삶이 투영돼 있다고 책은 말한다. 삶은 곧 경제 활동으로, 모든 그림엔 경제가 숨어 있다는 것. 숫자와 그래프 중심의 경제서를 부담스러워하는 독자도 명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산업&middo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화가 클로드 모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작 소재가 또 있다. 바로 노르망디 해안 절벽에 방치된 세관 오두막을 담은 그림 30여 점이다. 그런데 세관 건물은 왜 벼랑에 버려져 있었을까? 최근 출간된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통해 당대 경제사와 최근 경제 현안을 살펴보는 책이다. 모네의 세관 오두막 연작에서 시작해 나폴레옹 시대의 대륙 봉쇄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자유무역체계의 종말까지 다룬다.얼핏 거리가 멀어보이는 경제와 예술 사이를 종횡무진 오간다. 지난해 4월 큰 화재를 겪은 덴마크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 이야기는 덴마크의 국보급 그림인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라는 단체 초상화로 이어진다. 이 초상화는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가 1890년대 덴마크 경제를 이끌던 내로라는 인사 50명을 그린 작품이다. 자본시장의 논리가 적용된 이 그림의 제작비 충당 방법을 읽다보면 어느새 덴마크의 세계적인 해운기업 머스크에 대한 정보,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고덴세가 로봇의 도시가 된 이유 등을 익히게 된다. 저자 김치형은 경제방송 기자, 신약개발 회사와 자산운용사 임원을 거쳐 현재 한국경제TV 앵커와 MBC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친숙하게 풀어냈던 저자의 내공이 책에 담겨 있다.흔히 미술품은 '고상한 예술'로 머물지만 그림 한 점에는 우리의 삶이 투영돼 있다고 책은 말한다. 삶은 곧 경제 활동으로, 모든 그림엔 경제가 숨어 있다는 것. 숫자와 그래프 중심의 경제서를 부담스러워하던 독자들도 명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산업·무역·자
오데드 갤로어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석학 중 한 명이다. 최근 스웨덴 한림원이 단기적 경제 모형보다는 역사적 접근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서다. 갤로어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폭발적 경제 성장'과 '국가 간 부의 불균형'이라는 두 현상의 기원을 통합적·역사적으로 규명하려 노력해왔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신의 이론을 대중서 형태로 널리 공유했다는 것인데, 갤로어 교수도 자신의 연구를 책으로 내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갤로어 교수의 20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대표작 <통합 성장 이론>이 국내 출간됐다. 원서가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2011년 출간된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비범한 야심이 낳은 역작"이라고 평한 책이다.제목인 통합 성장 이론은 갤로어 교수가 창시한 이론으로, 인류의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인구 구조, 기술 발전, 교육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이라고 보고 통시적으로 이를 논증한다.갤로어 교수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정체의 시대에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천 년 동안은 전 세계 경제적 생활 수준이 정체 상태였지만, 지난 200년간 1인당 소득이 무려 10배나 급증했다.이는 교육과 건강, 부의 수준 및 분포를 변화시켰다. 정체에서 성장으로 도약하는 시점이 국가별로 달라서다. "19세기까지 비교적 미미했던 이 같은 불평등은 크게 확대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과 가장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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