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매니저는 세상의 오류와 잠재력에 모두 베팅하는 사람들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숏) 수익을 낸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모두들 의심 없이 믿는 환상에서 빈틈을 발견하는 승부사이자,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찾아내는 탐험가이기도 하다. 최근 개정 출간된 <헤지펀드 열전>은 조지 소로스, 제임스 사이먼스 등 헤지펀드 대가들의 투자철학과 운용전략, 흥망성쇠의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다. '워싱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칼럼리스트로 활용하며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두 차례나 올랐던 세바스찬 말라비가 헤지펀드 대가 10여명과 주변 인물을 인터뷰해 집필했다. 헤지펀드는 사모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실적과 전략 등 운용 관련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게 특징이다. 뛰어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종목 선정 기준 등 투자 전략과 그들의 운용 역사를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은 기회다. 이 책은 앞서 2011년 국내 처음 출간됐다. 절판된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생략된 내용을 살려 20여년 만에 '완역본'으로 다시 돌아왔다. 책은 헤지펀드의 시초부터 다룬다. 헤지펀드를 처음 고안한 건 앨프리드 윈즐로 존스라고 알려져 있다. 사회학자이자 외교관이었던 그는 레버리지와 숏을 통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회피하고 시장을 웃도는 이익을 꾸준히 내는 전략을 구상한다. 그가 자본주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다는 점은 롱숏 전략을 고루 사용하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생각할 때 그리 의아하지 않다. 1949년 설립한 그의 펀드는 20년간 5000%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저자는
문학과지성사가 시상하는 올해 문지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리윤, 소설가 예소연이 선정됐다. 29일 문학과지성사는 "2023년 제13회 문지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은 김리윤의 '전망들' 외 4편, 소설 부문 수상작은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2010년부터 제정·운영하고 있는 문지문학상은 과거에는 소설 작품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2021년부터 시 부문으로까지 확대돼 올해 시 부문에서 세번째 수상자를, 소설 부문에서 열세번째 수상자를 선정했다. 문학과지성사에서는 편집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을 추려 계절마다 <소설 보다>를, 1년에 한 번 <시 보다>를 발행한다. 그 해에 이 시리즈에 수록된 작품이 문지문학상 심사 대상이 된다. 문지문학상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2023년 12월 13일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김리윤 시인은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투명도 혼합 공간>이 있다. 수상작은 총 5편이다. '전망들'(문학과사회 2023년 봄호에 발표) '손에 잡히는'(릿터 2023년 4·5월호) '전망들'(현대시 2022년 9월호) '전망들'(현대시 2022년 9월호) '가변 테두리의 사랑'(문학과사회 2023년 봄호) 등이다. 세 편은 제목이 같다. 이 시들은 <시 보다 2023>에 실렸다. 올해 시 부문 심사위원은 강동호·이광호·홍성희 문학평론가, 김언·김행숙·이원 시인이었다. 이원 시인은 "김리윤의 시는 건축과 닮았다"며 "구조가 정확하고 시선과 언어에 잉여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곳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노동의 방식에 신뢰가 간다. 그
윤동주 시인을 아시나요? 한국 사람에게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윤동주는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시인이니까요. 일제강점기 한글로 시를 쓴 청년 시인 윤동주, 부끄러움의 미학을 보여준 시인,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단 한 권만을 남긴 천재 시인…. 한국에서 학교 다닌 사람이라면 그의 생애는 물론 시 몇 편도 알고 있을 테지요. 하지만 서울 청운동 윤동주문학관에 가보면 윤동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재봉틀로 직접 나팔바지를 만들어 입을 정도로 손재주 좋은 청년이었다는 것도, 그의 어린 시절 이름이 '해처럼 빛나라'는 뜻을 담은 '해환'이었다는 것도 이곳에서 처음 알았어요. 창의문(자하문). 조선시대 한양의 관문이었던 이 문은 서울 북악산과 인왕산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지요. 서울 도심답지 않게 고즈넉한 창의문 인근 자락에 윤동주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윤동주는 소설가 김송의 누상동 집에서 하숙 생활을 했는데, 종종 인왕산에 올랐다고 하고요. 이 자리엔 원래 청운수도가압장이 있었어요. 수압이 약한 고지대에 수돗물을 잘 공급하기 위해 물살 세기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시설 말이에요. 산 중턱에 있는 청운아파트에 수돗물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노후된 아파트가 철거된 뒤엔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있었죠. 2012년 종로구는 청운수도가압장 폐건물과 물탱크를 활용해 윤동주문학관을 지었습니다. 물탱크와 시인 윤동주. 생뚱맞은 조합 같아 보이지만, 마냥 그렇지도 않아요. 윤동주 시인에게 '우물'은 중요한 소재였거든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
올해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상을 받은 기업 및 기관은 모두 16곳이다. 꾸준한 독서경영을 통해 사내 문화를 혁신하고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다. 독서경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수상 기관·기업의 공통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참여다. CEO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독서경영을 구조화해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꼽힌 회사들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회사의 핵심적 비전에 독서경영을 포함한 인재 육성 전략을 넣었다. 독서경영이 단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았던 이유다. 구성원에게 독서문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명확한 역할과 책임(R&R)을 부여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올해 인증에서는 경영진의 적극적 개입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한 기관과 기업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일부 기업은 ‘하루 30분 독서’ 등의 방법을 개발했다. 독서경영 우수 직장의 또 다른 특징은 ‘독서문화 확산’이다. 올해 우수 기업들은 독서경영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특성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독서경영의 실천력 제고를 위해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가족, 그리고 소속된 지역사회를 넘어 지구촌으로까지 독서문화를 확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임직원 개인의 추진력 확보를 위해 가족에게도 책을 선물하고 저자 특강을 제공했다. 집 거실에 독서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 비용을 지원한 기업도 눈에 띄었다. 지역사회에 임직원 나눔도서 판매를 통한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학습 기회와 인프라가 부족한 장소에 도서를 전달한 곳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독서
1년에 4.5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인 평균 독서량은 4.5권으로 2년 전 조사 때보다 3권 줄었다. 전자책, 오디오북을 모두 합한 종합 독서량인데도 그렇다. 지난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인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에 불과했다. 왜 책을 멀리 했느냐고 물었더니 성인은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26.5%)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업무 지식뿐 아니라 창의력, 공감능력, 협업능력 등을 기르는 데 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직장인이 당장 책 읽는 시간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럴 때는 직장 내 독서공동체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장은수 문학평론가는 “한정된 예산으로 독서를 꾸준히 늘릴 수 있는 건 함께 책을 읽는 독서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일터는 성인 다수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 도서 공간이나 독서 관련 활동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직장에 비해 독서율이 37%가량 더 높았다. 독서량은 약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은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였다. 뒤이어 2위는 구병모 작가의 <있을 법한 모든 것>과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차지했다. 28일 교보문고는 이 같은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교보문고는 국내 소설가 50명에게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출간된 소설 중 추천하고 싶은 소설을 한 권에 다섯 권까지 받아 정리했다. 작가의 국적과 장르는 따로 제한하지 않았다. 올해 추천받은 소설은 총 100권이었다. 그 중에서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총 12인의 작가들에게 선택을 받았다. 이 소설집에는 2023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 '사슴벌레식 문답', 2021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기억의 왈츠' 등이 수록됐다. 책으로 묶이기 전부터 호평을 받은 단편들이 한데 엮여 한층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소설집으로 완성되었다. 권여선 작가는 2016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회 때 <안녕, 주정뱅이>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7년 만에 다시 동료 작가들이 인정한 올해의 소설로 꼽힌 것이다. 권여선 작가는 “올해 정말 좋은 소설들이 많이 나왔는데 운 좋게 1위를 하게 되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소설을 쓰는 일은 참 고독한 일인데 이렇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동료들에게서 격려를 얻으면 고독했던 것은 다 잊고 '내가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에 속해 있었구나' 깊은 연대와 행복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추천 순으로 2위는 각각 5인의 추천을 받은 구병모 작가의 <있을 법한 모든 것>과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차지했다. 3위는 세 권이다. 각각 4인의 추천을 받은 김연수 작
공민수 인천 금마초 교사(사진)는 ‘교사들의 인공지능(AI) 교사’다. 공 교사의 AI 수업 내용은 인천 지역 교사들에게 교육 교재로 제공된다. 그는 인천교육청이 주관한 에듀톤(소프트웨어·AI 수업 연구대회)에서 올해 교육감상(1등상)을 수상했다. 공 교사는 교실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방학이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느라 학기 때만큼이나 교단에 서는 시간이 길다는 공 교사가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을 냈다. 이다. 책은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업하듯 쉽게 쓰였다. 예상 독자는 열두 살이지만 초등교사나 학부모, AI가 아직 낯선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AI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하다. 책은 그가 진행한 AI 융합 프로젝트 수업 내용을 이야기 들려주듯 재구성해 담아냈다. 책 속 7명의 아이들은 AI와 함께 동화책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고 시를 쓴다. 공 교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30~70대를 대상으로 AI 강의를 했는데, 앞으로 AI가 중요해질 걸 알면서도 어렵게 느끼는 어른이 많았다”며 “초등학생들이 해냈는데, 어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 AI 교육이 의무화되는 건 2025년. 그가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이를 위해 AI융합교육 대학원까지 다닌 건 공교육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AI 교육은 단순 기능이 아니라 활용 능력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모두 스티브 잡스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은 좋든 싫든 이제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 텐데, AI를 대할 때 두려움부터 갖지 않았으면 해요. 어린 시절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더 어려운 기술을 접해도 익
김원이라는 남자를 아시나요?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라면 모두 이 사내의 이름을 알 겁니다. 언어영역에 조선시대 영웅소설 이 출제됐기 때문이죠. 은 정확히 언제, 누가 창작한 작품인지 알려져 있지 않아요. 당시 소설 독자들은 세책점이라는 일종의 소설 대여점에서 소설책을 빌려 읽었어요. 소설이 귀한 대접을 받던 때가 아니라 작가의 정체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독자의 선택을 받으려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놓았어요. 요즘 웹소설과 비슷하죠? 온라인 플랫폼에서 웹소설이 한 편씩 연재되니, 웹소설 작가는 계속해서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만 하죠. 은 ‘종합소설세트’ 같은 작품입니다. 당대 유행했던 이야기가 다 녹아 있어요. 기본적으로 영웅 소설인데, 지하국도 나오고 용궁도 나오고 변신도 해요. 조선에서 창작된 소설이지만 배경은 명나라 헌종 시절이에요. 아이가 없어 슬퍼하던 좌승상 김규와 부인 유씨는 선녀가 옥동자를 안겨주는 꿈을 꾼 뒤 아들을 낳아요. 오색빛 구름이 집을 감싸면서 아이를 낳는데, 아이 모습이 기이해요. 마치 수박처럼 검고 둥근 몸에 입 대신에 부리가 달렸어요. 이 아이가 바로 김원입니다. 김원이 열 살이 되자 신선이 나타나 “네가 천상에서 저지른 죄를 다 씻었으니 허물을 벗겨주겠다”고 해요. 의젓한 소년이 된 김원은 무예도 글쓰기 솜씨도 뛰어납니다. 어느 날 머리 아홉 달린 아귀가 공주 셋을 납치하자 김원은 지하국으로 가서 공주들을 구출해냅니다. 도중에 배신당해 위기를 겪지만, 오히려 그 덕에 용궁으로 가서 용왕의 딸과 결혼해요. 집으로 돌아가다가 주막 주인에게 살해당했는데, 기적처럼 부활하고요. 이후 집으로
아이들은 부모에게 감정을 또렷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미처 몰라서일 수도 있고, 쑥스럽거나 귀찮아서 감정을 감추기도 한다. 은 독일의 교육학자이자 감정치료 권위자인 두 저자가 알려주는 감정 소통 교육법을 담았다. 두 저자는 부부이자 40년간 수많은 아동청소년을 상담치료해온 동료다. 이들은 말한다. “영혼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감정이 온전히 드나들 수 있는 ‘길목’을 열어주세요.” 부제는 ‘아이가 당신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35가지 감정의 세계’. 사랑, 죄책감과 책임감, 소속감과 우정 등 35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아이가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감각하고 또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어떤 자세로 마주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어른들은 가볍게 여기지만 아이에게 치명적인 감정도 설명한다. 예컨대 아이가 배신감을 느낄 때 양육자는 아이가 토라졌다고 웃어넘기기 쉽다. “큰일 아냐” “그렇게 심각한 건 아냐” 같은 말로 아이를 위로해 감정을 희석시키려 하기도 한다. 책은 “이러한 시도가 도움은커녕 배신감을 강화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불신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책 말미에는 책을 총정리하는 부록이 실려 있어 실제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감정을 잘 다루는 아이로 키우는 5가지 원칙’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대할 때 생각해야 할 5가지 원칙’이 담겨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를 다룬 책이 서점가를 물들였다. 예스24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를 비롯해 등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문장을 담은 책 세 권이 올랐다. 일찌감치 새해를 준비하는 독자들이 달력처럼 하루에 한 장씩 넘겨 읽는 ‘일력’ 형태인 은 종합 7위, 역사 분야 1위에 올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집단의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까지, 최근 몇 년간 ‘21세기는 개인의 시대’라고 선언하는 책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사람들에겐 학연, 지연과 같은 어느 집단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 책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예언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는 이런 주장에 정면 반박한다. 책은 21세기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팬덤’과 ‘소속감’을 제시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테일러 스위프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팬덤은 이미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저자는 영국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저널리스트 마이클 본드다. 책은 팬덤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과거엔 기껏해야 자기 동네의 팬 말고는 만나기 힘들었지만, 1926년 미국 공상과학(SF) 전문 월간지 ‘어메이징 스토리’에서 구독자 주소를 잡지에 인쇄해 독자들끼리 편지를 주고받도록 하면서 대규모 팬덤이 움텄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팬덤은 어떻게 소속감으로 연결될까. 책은 “팬심은 집단적 충동”이라고 말한다. “고독한 팬이 되어 멀리서 숭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대다수는 언젠가 남들과 함께 열정을 발산하고 동료 애호가들과 함께 경의를 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사회적 관계에 서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일, 즉 누군가의 팬이 되는 일은 유사 유대관계를 제공한다. 아직도 영국 셜록 홈스 박물관에는 허구의 인물인 셜록 홈스에게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팬들의 사건 의뢰서가 날아든다. 이 같은 경험은 고립감을 씻어주고 위안을 준다. 1960년대 이뤄진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의 실험은
집단의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한다. <이제 개인의 시대다> <개인의 시대가 온다> 그리고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까지, 최근 몇년간 "21세기는 개인의 시대"를 선언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사람들에겐 학연, 지연과 같은 어느 집단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 책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예언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팬덤의 시대>는 이런 주장에 정면 반박한다. 책은 21세기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팬덤'과 '소속감'을 제시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테일러 스위프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팬덤은 이미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저자는 영국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저널리스트 마이클 본드다. 책은 팬덤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과거엔 기껏해야 자기 동네의 팬 말고는 만나기 힘들었지만, 1926년 미국 SF 전문 월간지 '어메이징 스토리'에서 구독자 주소를 잡지에 인쇄해 독자들끼리 편지를 주고 받도록 하면서 대규모 팬덤이 움텄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팬덤은 어떻게 소속감으로 연결될까. 책은 "팬심은 집단적 충동"이라고 말한다. "고독한 팬이 되어 멀리서 숭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대다수는 언젠가 남들과 함께 열정을 발산하고 동료 애호가들과 함께 경의를 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사회적 관계에 서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일, 즉 누군가의 팬이 되는 일은 유사 유대관계를 제공한다. 아직도 영국 셜록 홈스 박물관에는 허구의 인물인 셜록 홈스에게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팬들의 사건 의뢰서가 날아든다. 이 같은 경험은 고립감을 씻어주고 위안
김원이라는 남자를 아시나요? 어른들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이라면 틀림없이 이 사내의 이름을 알겁니다. 202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에 조선시대 영웅소설 <김원전>이 출제됐기 때문이죠. 올해 EBS 수능 모의고사 교재에 실려 있어 '예상문제'였던 작품이라고 하네요. <김원전>은 정확히 언제, 누가 창작한 작품인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소설 독자들은 세책점이라는 일종의 소설 대여점에서 돈을 내고 소설책을 빌려 읽었어요. 소설이 귀한 대접을 받던 시대가 아니라 작가의 정체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놓았어요. 때로는 다른 작품을 베끼기도 하고요. 요즘 웹소설과 비슷하죠?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웹소설을 한 편씩 사서 읽다 보니, 웹소설 작가는 독자의 관심을 계속해서 끌어야만 하죠. 조선시대 소설 중에서도 <김원전>은 '종합소설세트' 같은 작품입니다. 당대 유행했던 온갖 이야기가 다 녹아 있어요. 기본적으로 영웅 소설인데, 지하국도 나오고 용궁도 나오고 변신도 해요. 조선에서 창작된 소설이지만 배경은 명나라 헌종 시절이에요. 아이가 없어 슬퍼하던 좌승상 김규와 부인 유씨는 선녀가 옥동자를 안겨주는 꿈을 꾼 뒤 아들을 낳아요. 오색빛깔 구름이 집을 감싸면서 축복 속에 아이를 낳는데, 아이 모습이 기이해요. 마치 수박처럼 검고 둥근 몸에 입 대신에 부리가 달렸어요. 이 아이 이름이 바로 김원입니다. 김원이 10살이 되자 신선이 나타나 "이제 네가 천상에서 저지른 죄를 다 씻었으니 허물을 벗겨주겠다"고 해요. 의젓한 소년이 된 김원은 활도 잘
아이들은 부모에게 감정을 또렷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미처 몰라서일 수도 있고, 쑥쓰럽거나 귀찮아서 감정을 감추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감정이 궁금하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드러내고 소통할 줄 아는 건강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아이의 감정>은 독일의 교육학자이자 감정치료 권위자인 두 저자가 알려주는 감정 소통 교육법을 담았다. 두 저자는 부부이자 40년간 수많은 아동청소년을 상담치료해온 동료다. 이들은 말한다. "영혼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감정이 온전히 드나들 수 있는 '길목'을 열어주세요." 부제는 '아이가 당신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35가지 감정의 세계'. 사랑, 죄책감과 책임감, 소속감과 우정 등 35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아이가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감각하고 또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어떤 자세로 마주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양육자 입장에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썼다. 어른들은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아이에게 치명적인 감정들도 설명한다. 예컨대 아이가 '배신감'을 느낄 때 양육자는 아이가 토라졌다고 웃어 넘기기 쉽다. "큰일 아냐" "그렇게 심각한 건 아냐" 같은 말로 아이를 위로해 감정을 희석시키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책은 "이러한 시도는 도움은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는 배신감을 강화시키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불신하게 만든다는 게 책의 설명이다. 책 말미에는 책을 총정리하는 부록이 실려있어 실제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감정을 잘 다루는 아이로 키우는 5가지 원칙'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대할 때 생각해야 할 5가지 원칙'이 담겨
공민수 인천 금마초 교사는 '교사들의 인공지능(AI) 교사'다. 공 선생님의 AI 수업 내용은 인천 지역 교사들에게 교육 교재로 제공된다. 인천교육청이 초청한 콜롬비아 교사들에게 국내 AI 교육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천교육청이 주관한 에듀톤(소프트웨어·AI 수업 연구대회)에서 올해 교육감상(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이용했던 것일까. 방학이 돌아오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느라 학기때만큼이나 교단에 서는 시간이 길다는 공 선생님이 최근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을 냈다. <최강의 AI 공쌤반 아이들>이다. 책은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듯 쉽게 쓰여졌다. 예상 독자는 열 두살이지만 초등교사나 학부모, AI가 아직 낯선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AI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하다. 공 교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민학교에서 30~70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년간 강의를 했는데, 앞으로 AI가 중요해질 걸 알면서도 어렵게 느끼는 어른들이 많았다"며 "초등학생들이 해냈는데, 어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그가 진행한 AI 융합 프로젝트 수업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해 담아냈다. 책 속 7명의 아이들은 AI를 활용해 동화책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고 시를 쓴다. 학교 교정에 피어난 꽃 사진을 찍고 AI로 꽃 이름과 정보를 찾아 '꽃 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AI 교육이 확산돼 다른 학교들과 '전국 학교 꽃 지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이번 책은 벌써 그의 이름이 표지에 적힌 세 번째 책이다. 앞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쉬운 AI 앱
아티스트는 오직 무대로 말한다지만, 바리톤 정경과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경은 매일 오전 11시 EBS FM '정경의 11시 클래식'을 진행한다. '수요 초대석' 코너에서는 클래식계 명사들과 마주 앉아 그들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끌어낸다. 종합문화예술채널 한경아르떼TV의 '아트룸'에서도 전문가들과 문화예술계 이슈를 논한다. 정경이 만난 예술가 12명의 철학과 삶, 음악 이야기를 담은 책 <클래식 유나이티드 2>가 최근 출간됐다. 지난해 나와 클래식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클래식 유나이티드>의 후속편이다. 책의 부제가 책의 주제를 요약한다.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삶, 보물같은 열두 명 아티스트들의 생생한 이야기'. 지휘자 성기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바리톤 김기훈 등 예술가들과 정경이 나눈 진솔한 대화가 담겨 있다. 이들 예술가의 팬이나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도 울림 있는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다운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말이나 "좋은 음악은 삶의 경험이 녹아들었을 때 만들어진다"는 하코니시스트 박종성의 말은 일이나 인생에 임하는 자세를 성찰하게 만든다. 정경은 책 도입부에서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썼다. 그는 이 책이 객석으로 향하는 가이드북 역할을 할 것으로기대했다. "여러분은 그들을 글로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무대에서 그들을 만나 보실 차례입니다. 만약 만나신다면, 제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를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CTS기독교TV가 주최하고 서울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백석대, 백석예술대, 담터 등이 후원한 '2023년 대한민국 성탄축제, 백석총회와 함께하는 성탄트리 점등식'이 지난 20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성탄트리는 보랏빛 나비 장식으로 꾸며졌다. CTS기독교TV 관계자는 "전통과 기독교문화의 하나됨을 나타내는 장식"이라고 설명했다. 성탄트리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불을 밝힌다. 이날 점등식에는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등 20여명이 종교계, 정재계 주요 인사 2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CTS기독교TV를 통해 오후 5시부터 150분간 생방송으로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1부 감사예배, 2부 성탄트리 점등식, 3부 기념 음악회 순으로 진행됐다. 감 회장은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으로 오신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구원의 상징인 십자가 트리를 세워 모든 시민과 함께할 수 있음에 기쁘다"며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테러를 멈추고 평화를 노래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CTS기독교TV는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 코리아와 함께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성탄선물도 준비했다. CTS기독교TV 마스코트 예삐 인형 등을 담은 선물 상자를 전달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한국에서 괴테에 대해 물으려면 누굴 만나야 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독문학자,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를 찾아가는 게 빠른 길이다. 전 교수는 2011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로부터 동양 여성 연구자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은 괴테 권위자다. 전 교수는 1951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한학을 배웠던 부친은 초등학생인 어린 딸을 서울로 유학 보내 공부의 길로 인도했다.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했고, 독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70여 권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같은 괴테 작품을 비롯해 헤르만 헤세의 , 프란츠 카프카의 그리고 크리스타 볼프의 작품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강단에서 물러난 뒤에는 괴테 저작 중 20권 정도를 선별하고 연구서 4권을 더해 괴테 전집을 내겠다는 목표로 번역을 이어가고 있다. 전 교수는 여주에 여백서원을 짓고 연구와 교류의 공간으로 삼았다. 그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이 공간을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문학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뒤편에는 괴테와 관련된 건물들로 ‘괴테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여백서원 외에도 전 교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또 하나 있다. 유튜브 ‘괴테할머니tv’ 채널이다. 그가 번역한 구연 영상도 볼 수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정전 70주년을 맞아 탈북민과 함께하는 ‘2023 극동방송 가을음악회’가 지난 16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극동방송 가을음악회는 매년 가을음악회를 개최해 어려운 이웃들을 초청하고 있다. 정전 70주년인 올해 가을음악회는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극동방송 관계자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평화 통일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극동방송은 이날 음악회에 전국 탈북민 200여명을 초청했다. 이번 음악회의 무대를 수놓은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독일어권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캄머쟁어)' 칭호를 수여받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상 등을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특별상과 뮤지컬 최고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소프라노 김순영, '팬텀싱어1' 출연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테너 김현수, 명품 배우 박영규 씨가 무대에 섰다. 탈북민 예술가들도 참여했다.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음악원을 졸업하고 평양국립교향악단의 솔리스트 겸 악장을 역임한 정요한 바이올리니스트, 평양음악무용대학 피아노 교수를 역임한 황상혁 피아니스트, 그리고 여성 탈북민으로 구성된 '물망초 합창단'과 탈북민 김예나 피아니스트, 탈북민 윤설미 아코디언 연주자의 연주가 이어졌다. KBS 관혁악단장으로 있는 박상현 지휘자가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진행됐다.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목포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의 '통일아리랑' 연주였다. 마지막 순서로 전 출연진은 다 함께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을 불렀다.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앵콜곡으로 관객과 함께 부른 '그리운 금강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욕망을 '오욕'이라 합니다. 첫 번째가 재물욕이고 그 다음이 성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지요. 왜 국어사전은 재물욕을 첫 번째로 썼을까요." 조정래 작가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황금종이>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돈이 인간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인간은 왜 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가 하는 문제를 소설로 쓰려 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197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소설 3부작을 비롯해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등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천년의 질문>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황금종이>는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집중 조명했다. 돈의 위력과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되묻는다. 운동권 출신 변호사 이태하를 중심으로 여러 의뢰인들의 사연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며 "돈은 인간의 실존이자 동시에 부조리"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불법상속 등 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고, 물물교환하는 시대를 지나 돈을 만들어냈습니다. 돈의 역사가 대략 5000~7000년이 됐고 지폐가 나온 게 대략 3000년이 됐습니다. 우리 삶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고, 삶의 갈등과 법정 소송의 80~90%가 돈 때문에 야기되지요." '돈'은 저명한 작가인 그에게도 수십년을 고민했던 소재였다. 조 작가는 "돈의 문제는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부터 계속 생각했다"며 "돈이 삶을 괴롭힐 때마다 '왜 이렇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지?' 골백번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
"우리가 달의 뒷면보다 심해에 대해 아는 게 훨씬 적다는 걸 아십니까?"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 박사' 우영우(박은빈 분)은 물었다. 심해는 인류에게 미지의 공간이다. 저 멀리 아득한 밤 하늘의 달, 그 달의 뒷면보다도 인류는 바다에 대해 모른다. 바다에 대해 모르니 함부로 대했다. 해로운 물질을 일단 바다로 밀어넣는 등 지구의 쓰레기통쯤으로 여겼다. 최근 국내 출간된 <눈부신 심연>은 심해 생명과 그를 위협하는 인간에 대한 책이다. 진화를 통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능력을 갖게 된 '에니프니아스테스'처럼 생소하고도 신비한 심해 생물들이 페이지 곳곳에 출몰한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8페이지짜리 올 컬러 부록에는 '바토코르다이우스므크누티' 등 신비로운 심해 생물의 사진이 담겨 있어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영국의 해양 생물학자 헬렌 스케일스로, 케임브리지대에서 해양 생물학과 과학적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해양 보존 자선 단체 '바다 활동가들(Sea Changers)'의 과학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BBC라디오 등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지구와 바다의 경이로움, 그리고 그 앞에 닥친 재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총 4부 중 1부와 2부는 '미지의 공간' 심해에 대해 다뤘다. 심해 생물의 신비, 그리고 심해 연구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연구자는 심해에 접근하기 어렵고 연구도 까다롭다. 우주 비행사는 한번 우주로 나가면 수개월씩 머물며 연구하는데, 심해 탐사자는 한 번에 24시간 이내 머물 수 있을 뿐이다. 심해가 얼마나 경이롭고도 위험한 공간인지는 불과 몇 달 전 일어난 심해 잠수정 '타이탄' 실종 사건이 증명한 바 있다. 3부와 4
“저는 상을 받을 때가 아니라 소설을 완성한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소설을 쓰고 완성하는 게 제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서요.” 장편소설 로 한국 작가 중 처음으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은 14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껏 소설을 쓰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를 완성한 순간”이라며 “워낙 오래 걸려서 힘겹게 쓴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작가의 는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메디치 외국문학상 올해의 수상작으로 발표됐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페미나상, 르노도상과 함께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 역대 수상자로는 밀란 쿤데라, 도리스 레싱,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무크 등이 있다. 메디치상 발표 직후 소설은 다시금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역주행’했다. 1주일 만에 2만 부가량 팔려나갔다. 이 소설 불어판은 지난 8월 말 프랑스 그라세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최경란·피에르 비지우 씨가 번역했다. 2021년 출간된 는 제주 4·3사건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소설이다. 작품 속 경하는 친구 인선이 손가락을 잘리는 사고를 당하자 빈집과 앵무새를 살피려 인선의 제주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경하는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환영을 통해 고통의 역사를 마주한다. 수상을 위해 프랑스를 찾았던 한 작가는 인상 깊었던 순간에 대해 ‘소설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는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역사적 맥락도 다르지만, 인간의 폭력이나 학살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이 자연스럽게 가닿고 함께
"다 주변적인 것 같아요. 상을 받은 건 물론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요. 저는 상을 받을 때가 아니라 소설을 완성한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소설을 쓰고 완성하는 게 제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 작가 중 처음으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14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껏 소설을 쓰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한 순간"이라며 "워낙 오래 걸려서, 힘겹게 썼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메디치 외국문학상 올해의 수상작으로 발표됐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페미나상, 르노도상과 함께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 역대 수상자로는 밀란 쿤데라, 도리스 레싱,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등이 있다. 메디치상 발표 직후 소설은 다시금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역주행'했다. 1주일 만에 2만부가량 팔려나갔다. 이 소설 불어판은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말 그라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최경란·피에르 비지우 씨가 번역했다. '르몽드'지는 이 소설에 대해 "소설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꿈과 현실 사이의 연속체를, 독특하고 신빙성 있는 정신적 공간을 창조해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본적으로 한강의 소설은 페이지에 스며든 역사적 정치적 연상이든 주인공의 정신적 궤적이든 독자가 자신만의 해석을 구성하도록 내맡긴다"고 평가했다. 2021년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소설이다. 작품 속 경하는 친
“오래전 싸늘한 만선열차에 올라/ 철도가 닿는 만주 어디쯤 머물거나 살았을/ 어린 송아지의 눈을 가진 사람들을 생각한다”(시 ‘만선열차’ 중에서) 시인 곽효환(한국문학번역원장)의 문학적 고향은 ‘북방(北方)’이다. 십수년간 연해주와 만주 등을 아우르는 북방을 연구해 창작의 공간으로 삼았다. 시집 (2010)부터 북방의 이름 없는 사람들을 시로 호명해 왔고, 2007년 박사 논문에서는 백석, 윤동주, 이용악 등 북방 시인들을 재조명했다. ‘북방의 시인’으로 불려온 그는 5년 만에 최근 출간한 다섯 번째 시집 에서 그 오랜 여정을 갈무리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의 1부에서 시인은 여전히 북방을 바라보지만, 2~4부에서는 일상의 공간에서 현실의 아이러니와 서정을 노래하며 새로운 시적 세계를 연다. 곽 시인은 “이번 시집은 그간 저를 사로잡았던 북방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집”이라며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풍경을 쓸 때가 됐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1967년 한반도의 남녘,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왜 북방에 오래도록 사로잡혔을까. 그는 “언젠가 상해에서 중경까지 임시정부의 자취를 따라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며 “나를 울린 건 백범 김구의 신념이 아니라 이 먼 곳까지 백범을 따라온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고 회고했다. 시집 1부에서 그는 1863년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연해주에 영구 정착한 최운보, 시베리아에서 활동했던 여성 혁명가이자 항일운동가 김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등 역사 속에 묻힌 인물들을 불러낸다. 최운보의 목소리를 빌린 시 ‘지신허 마을에서 최운보를 만나다’는 ‘갠(강)’ ‘먹킹이(사람)’ 등 함경
단 1승만 남았다.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7전4승제) 4차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15-4의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신기록 행진이었다. LG는 7회초 공격에서 1번 홍창기부터 8번 문성주까지 8타자 연속 안타로 기존 한국시리즈 연속 안타 최다 기록(6타자)을 경신했다. 또 오지환은 2차전부터 이날까지 세 경기 연속 홈런을 날려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LG 주장 오지환은 강력한 한국시리즈 MVP 후보로 떠올랐다. 선발 김윤식의 5와 3분의 2이닝 1실점 역투와 김현수, 문보경, 오지환의 홈런 3개를 포함해 안타 17개를 기록했다. 이로써 LG의 한국시리즈 전적은 3승1패. 앞서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한 후 2, 3차전 연속 역전승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13~15일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5~7차전에서 단 1승만 보태면 1994년 두 번째 우승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무승부 포함)로 앞선 팀이 우승 샴페인을 터뜨린 건 17번 중 16번이다. 현재 LG의 우승 확률이 94%인 셈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LG 우승 염원의 상징’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될지도 관심이다. 2018년 작고한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4년 LG 우승 직후 “또 우승하면 축배를 들자”며 일본 오키나와에서 아와모리 소주를 가져왔다. 1998년 해외 출장 중에 다음 우승 시 MVP에게 줄 선물로 당시 8000만원에 달하던 롤렉스 시계를 사 오기도 했다. 이후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는 각각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 구단 사무실 금고에
"오래전 싸늘한 만선열차에 올라/철도가 닿는 만주 어디쯤 머물거나 살았을/어린 송아지의 눈을 가진 사람들을 생각한다"(시 '만선열차' 중에서) 시인 곽효환(한국문학번역원장)의 문학적 고향은 '북방(北方)'이다. 십수년간 연해주·만주 등을 아우르는 북방을 연구, 창작의 공간으로 삼았다. 시집 (2010)부터 북방의 이름 없는 사람들을 시로 호명해왔고, 2007년 박사 논문에서는 백석, 윤동주, 이용악 등 북방 시인들을 재조명했다. '북방의 시인'으로 불려온 그는 5년 만에 최근 출간한 다섯 번째 시집 에서 그 오랜 여정을 갈무리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의 1부에서 시인은 여전히 북방을 바라보지만, 2~4부에서는 일상의 공간에서 현실의 아이러니와 서정을 노래하며 새로운 시적 세계를 연다. 곽 시인은 "이번 시집은 그간 저를 사로잡았던 북방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집"이라며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풍경을 쓸 때가 됐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1967년 한반도의 남녘,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왜 북방에 오래도록 사로잡혔을까. 곽 시인은 "북방은 한민족의 시원(始原)의 공간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청 태조의 고향으로 성역화되어 접근이 막혔던 '금단의 땅'이었으며, 근대에는 한인강제이주가 이뤄졌던 비극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인의 시선은 북방을 잃어버린 땅으로 바라보는 민족주의적 관점과는 다르다. 그는 "언젠가 상해에서 중경까지 임시정부의 자취를 따라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며 "나를 울린 건 백범 김구의 신념이 아니라 이 먼 곳까지 백범을 따라온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고 회고했다. 시집 1부에서 그는 1863년 조선인으로서는 처
“다시 태어난다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 이치카와 사오의 소설 속 주인공 샤카는 자신을 ‘꼽추 괴물’이라고 부르는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는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며 남자 간병인을 10억원에 성매수하는 일을 벌인다. 그녀의 위악적인 소망은 ‘장애인의 성 권리’라는 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은 2023년 일본 문학계 대표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었다. 출간 한 달 만에 20만 부가 팔려나갔다. 소설을 쓴 이치카와는 작품 속 샤카와 마찬가지로 중증 척추 장애인이다. 그녀는 14세 때부터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살아왔고, 전동 휠체어를 타야 했다. 태블릿으로 소설을 썼다. 은 이치카와의 데뷔작이다. 아쿠타가와상 시상식에서 이치카와는 목에 꽂힌 기관절개 호스를 누르며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어째서 2023년에 이르러서야 중증 장애인이 최초로 수상하게 됐는지 모두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허블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치카와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그려낸 장애 여성의 성과 삶 이야기는 크리에이터로서 창작 의욕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아시아 회장은 해외 투자에 관심이 많은 서학개미 사이에서 ‘제성이형’으로 통한다. 그가 투자를 총괄하는 뉴욕생명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두고 약 800조원의 자산을 굴린다. 윤 CIO는 월가에서 가장 고위급까지 오른 한국인이다. 그가 ‘제성형’이라는 애칭을 얻은 건 2021년부터 한경글로벌마켓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왔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는 윤 CIO가 강조해온 ‘가치 투자’의 원칙을 담은 책이다. 가치 투자란 좋은 주식의 가치가 저렴할 때 사들여 장기 투자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책을 같이 쓴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은 날카로운 질문과 함께 경제 지식을 정리해 미국 주식이 낯선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다. 입소문 덕에 지난달 말 출간된 책은 벌써 경제경영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책은 투자 전략뿐 아니라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전 알아야 할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1장에서는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 ‘굳건한 안보와 기술 경쟁력’ 등 미국 시장의 특성과 투자 기회부터 짚고 넘어간다. 이어 미국에 투자한다면 어느 투자처가 유망한지, 월가 거장들의 투자 전략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끝으로 7~8장에는 윤 CIO가 그간 한국 독자들에게 자주 받았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 월가 큰손들이 투자 철학의 토대로 삼은 추천 도서도 담았다. 장마다 첨부돼 있는 ‘김현석의 월가 뷰포인트’만 골라 읽어도 투자 배경지식을 쌓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달러 위기, 사실일까?’ ‘중국은 투자 가능한 나라인가?’ ‘미국 증시의 아웃 퍼포먼스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최근 출간된 는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에 대한 비난에 물음표를 던지며 출발한다. 맘카페는 이제 권력이 됐다고들 말한다. “맘카페에 안 좋은 글을 올리겠다”며 지역 상인에게 갑질을 하고, 논란이 된 인물의 신상을 털며 사적 보복을 한다는 것이다. 정치 세력화의 본거지라고도 한다.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을 표방하는 는 2010년대 후반 맘카페를 개설하는 일에 참여한 저자가 맘카페라는 공간의 본질과 특성, 작동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기준 맘카페는 약 1만2000개에 달한다. 맘카페에 많은 엄마들이 빠져들고 의지하는 이유, 내부에서 펼쳐지는 소동, 이를 바로잡으려는 자정 노력과 좌절까지 다룬다. 저자는 1985년생으로 국책은행에서 10년간 일하다가 결혼 후 1남1녀를 키우며 현재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다. 책은 맘카페가 정치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지역 현안과 밀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정치 글 금지’ 원칙을 세웠지만, 공공의대 설립으로 의료진이 파업을 선언했을 때 “오늘 동네 소아과 대부분 휴진인데, 아이가 갑자기 토하고 아픈데 어떡하죠.” 하는 글이 올라오자 이 글을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맘카페가 운영 규칙을 세우고 수정하고 또 폐기하는 과정 등은 내부자만이 증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르포르타주로 읽힌다. 기업들에 맘카페는 매력적인 마케팅 공간이고, 맘카페 회원들은 실사용자의 후기와 경험담을 더 원한다. 이들 간 줄다리기는 맘카페의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결국 맘카페를 폐쇄적 공간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죠. 젊은이들은 젊음을 누리면서도 그 가치를 모르고, 늙은 뒤에야 깨닫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은 청소년에게만 권하기엔 너무 아까운 청소년 필독서입니다. ‘청소년 추천도서’에서 빠지지 않는 성장소설이지만, “나이가 든 뒤에서야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는 어른이 많습니다. 1919년 출간된 이 장편소설은 독일에서 태어난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소설 속 문장은 책을 안 읽은 분들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요. 소설의 주인공은 싱클레어라는 남자. 그가 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신실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싱클레어는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 온화함, 용서와 선한 원칙 등이 속한 세계에서 지냈죠. 자라면서 그는 점차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낯설고 위험한, 잔인하고 폭력적인 세계 말이에요. 이때부터 싱클레어의 성장통이 시작되는 거죠. 언제까지나 안온한 유년시절, 가정의 품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느 날 싱클레어는 친구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다는 욕심에 자신이 도둑질을 해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불량한 친구 크로머는 싱클레어가 도둑질한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시로 돈을 뜯어내요. 싱클레어는 자신이 허풍을 떤 것이라고 털어놓을 수도, 도둑이 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죠. 크로머는 심지어 싱클레어 누나를 자기 앞에 불러내라는 주문까지 해요. 그런데 전학 온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구해줍니다. 신비롭고 어른스러운 그를 싱클레어는 동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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