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정류장대전 대덕구 중리동 248-18"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요!"이게 왜 여기서 나오죠. 오후 4시, 책가방 메고 책방을 찾아든 초등학생 손님들에게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느냐'고 묻자 요즘 제일 인기 많은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외쳤어요.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하입 보이'를 검색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잔잔한 인디음악을 틀어뒀던 스피커에서 전자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내가 꿈꿨던 그림이랑은 영 다른데….' 생각했지만 노래 얘기로 대화의 물꼬를 튼 덕에 요새 초등학생들 사이 인기 그림책이 <푸른 사자 와니니>라는 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책방이 익숙한 듯한 아이들은 책장 구석에서 보드게임을 꺼내 한바탕 놀다가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사라졌어요.지난달 대전의 동네책방 '정류장'에서 '일일 책방지기' 체험을 했어요.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홀로 책방을 운영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체험비 2만원에 '이 다음에 조그만 책방 하나 열고 싶다'는 로망을 펼칠 수 있어요. 게다가 체험이 끝나면 '진짜' 책방 주인이 찾아와 책 한 권을 선물로 줍니다.이 체험은 목~일요일 하루에 한명씩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통해 신청 가능해요. 오민지 대표는 "홀로 책방을 운영하는 중에 외부 일정으로 책방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라고 했어요.체험을 시작하는 오후 2시, 책방 앞에 섰을 때는 자뭇 비장했답니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운동화 끈도 한번 조이고요.전화 통화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전달받은 뒤 책방 가장 안 쪽에 자리 잡은 컴퓨터 전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김애란, 구독자가 26만 명에 달하는 ‘북튜버’(책+유튜버) 김겨울, 베스트셀러 문학평론가 신형철, <고래>로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천명관, 그리고 <파이 이야기>를 쓴 소설가 얀 마텔까지. 국내외 출판계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6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31개국의 출판사, 문화원 등 481개사가 참가해 부스를 꾸린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15개국 195개사가 참여한 것에 비해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국내 190명, 해외 25명 등 215명의 작가 및 연사가 참여한다.올해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다. 책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물 식물 등 ‘비인간’ 생명에 대한 고찰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과거 도서전은 책값을 큰 폭으로 할인하는 ‘창고 대개방’ 행사에 가까웠다. 할인폭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책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됐다. 올해도 다채로운 저자 사인회와 강연, 대담, 저작권 세미나 등이 도서전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이번 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은 김애란 김인숙 오정희 천선란 최은영 편혜영. 1947년생부터 1993년생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 소설가 6인이다. 이들 외에도 소설가 김금희 김멜라 김연수 김초엽 정지돈과 시인 오은 서윤후를 비롯해 생태학자 최재천, 작사가 김
강동원·송혜교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김애란, 구독자가 26만명에 달하는 '북튜버(책+유튜버)' 김겨울, 베스트셀러 문학평론가 신형철, <고래>로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소설가 천명관, 그리고 <파이 이야기>를 쓴 소설가 얀 마텔까지. 국내외 출판계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 국내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6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31개국의 출판사, 문화원 등 481개사가 참가해 부스를 꾸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아래 있던 지난해 15개국 195개사가 참여한 것에 비해 2배로 커진 규모다. 국내 190명, 해외 25명 등 총 215명의 작가 및 연사가 참여한다.올해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다. 책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물, 식물 등 '비인간' 생명에 대한 고찰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과거 도서전은 책값을 큰 폭으로 할인하는 '창고 대개방' 행사에 가까웠다. 할인폭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책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됐다. 올해도 다채로운 저자 사인회와 강연, 대담, 저작권 세미나 등이 도서전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이번 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은 김애란, 김인숙, 오정희, 천선란, 최은영, 편혜영. 1947년생부터 1993년생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 소설가 6인이다. 이들 외에도 소설가 김금희, 김멜라, 김연수, 김초엽, 정지돈과 시인 오은, 서윤후를 비롯해 생태학자 최재
2007년 1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미국 마틴루서킹재단이 수여하는 국제평화상을 받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시상식 전야제에서 흑인 노병 리딕 너새니얼 제임스가 소 목사에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나요. 저는 6·25 때 의정부에서 싸웠어요.” 그는 왼쪽 허리춤의 총상 흉터를 보여줬다. “전쟁터이던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소 목사는 곧장 카펫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는 “제가 한국으로 모시겠다”며 “혼자 오면 외로우니 친구분들과 오시라”고 약속했다. 그해부터 시작한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은 6000여 명에 달한다.소 목사는 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평화와 자유, 신앙생활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참전용사들이 오셔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기억해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할 때, 그런 한 마디가 행사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주최하고, 국가보훈부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KVA)가 후원한다.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정부 주관 6·25 기념행사와 별도로 열리는 순수 민간 차원의 호국보훈 행사다. 회당 10억원에 달하는 행사 비용은 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마련한다.올해도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참전용사 6명과 그 가족 등 47명, 한국 참전용사
2007년 1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마틴 루터킹재단에서 수여하는 국제평화상을 받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시상식 전야제에서 흑인 노병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 씨가 소 목사에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나요. 저는 6·25때 의정부에서 싸웠어요." 그는 왼쪽 허리춤을 걷어 총에 맞아 생긴 상처를 보여줬다. "전쟁터였던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소 목사는 곧장 카펫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소 목사는 "제가 한국으로 모시겠다"며 "혼자 오시면 고독하니 친구분들과 오시라"고 약속했다. 그 해부터 시작한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은 지금껏 6000여명에 달한다.소 목사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평화와 자유, 신앙생활을 누릴 수 없었다"며 "참전용사들이 오셔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기억해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할 때, 그런 한 마디가 행사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주최하고, 국가보훈부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KVA)가 후원한다.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17년째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정부 주관 6·25 기념행사와 별도로 열리는 순수 민간 차원의 호국보훈 행사다. 한 회 행사마다 비용은 약 십억원에 달한다. 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예산을 마련한다.올해도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6명의 미국 참전
한국시인협회는 오는 7월 8일 서울 운현궁에서 ‘제23회 전국 고교생 문예 백일장’을 개최한다. 이번 백일장은 ‘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작품 활동에 매진해온 문학도들’을 위해 개최한다. 전국 고등학교 재학생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한국시협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종로구,재능문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후원한다.시상 부문은 대상(문체부 장관상, 서울시장상), 최우수상(종로구청장상 등), 우수상, 가작, 입선 등이다. 총 27명에게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총상금 규모는 535만 원이다. 대상의 경우 지난해 대비 상금이 2배(각 50만 원→100만 원)로 늘었다.행사는 이달 예심과 내달 본심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예심은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신청서를 접수, 30일에 본심 진출자 27명을 선정, 한국시협 홈페이지에 발표한다.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한국시협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내용을 작성하고 한국시협 이메일 주소로 보내면 된다. 응모작은 분량과 소재에 관계없이 자유시 1편이다.본심은 27명의 예심 통과자들을 중심으로, 7월 8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운현궁에서 열린다. ‘협회장 인사말, 시 창작 대회, 문학 강연, 심사 및 시상’ 순으로 진행된다. 작품 제출이 완료되면 참가 학생들 휴식 시간에 음료를 제공한 뒤 심사가 시작된다. 당일 현장에서 시상한다.심사위원은 전 한국시협 회장 및 중견 시인으로 ‘창의성, 문장력, 주제의 완성도, 표현력’ 등을 기준으로 작품을 심사한다. 특히 표절 및 중복 제출 여부를 엄격히 검증, 적발될 경우 시상 이후에라도 수상을 취소한다.유자효 한국시협 회장
GettyImagesBank.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모르는 리더는 조직도, 고객도 이끌 수 없다. 최근 출간된 <리더의 언어사전>이 리더를 위한 인문학 개념을 추린 이유다.이 책의 부제는 '인문학이 경영에 대해 가르쳐주는 25가지 키워드'. 리더에게 필요한 25가지 개념을 선정해 한 권에 담았다.저자는 김동훈 퓨라파케 대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서 미래 인재, 자기성찰, 리더십 등을 강의하면서 기업교육을 기획해왔다. 김 대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스템 이론을 연구해 온 철학자다. 인문학자만이 알려줄 수 있는 단단한 소통의 기초를 담았다는 점이 책의 매력이다.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능통한 수사학자답게 어원에 충실한 명료한 개념을 설명해 준다. 예컨대 책은 '리더'를 정의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데, '정의한다'란 무엇인지도 라틴어 어원을 통해 짚어본다.김 대표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 책은 리더의 기술 자체에 대한 탐구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부리는 리더의 사람 됨됨이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한다."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관계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그 인재들이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힘겹고 벅차고 후회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 속에서도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장편소설은 통상 국내 소설가들에게 두 번째 데뷔 무대다. 국내 소설가들은 보통 신문사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전 등을 통해 단편소설로 문단에 나온다. '당선'된 첫 소설과 달리 소설가 택하는 첫 장편은 '앞으로 어떤 소설가로 살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내가 내 이름을 짓는 것만큼이나 엄격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팬들은 아끼는 소설가의 첫 장편을 기다리고, 소설가는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심한다.등단 12년 만에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를 최근 출간한 소설가 백수린(41)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편은 단편에 비해 더 긴 시간 이 이야기를 쓰게 될 게 자명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스스로 간절하게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독자들을 향한 그야말로 '눈부신 안부'다. 백 작가는 그간 '장편은 언제 나오냐'는 팬들의 질문 혹은 요청을 적지 않게 들었다고 했다. 2011년 등단한 백 작가는 이해조소설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으며 평단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다. 백 작가 스스로도 "새로운 규모의 이야기를 언젠가는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찾아헤맸던 그는 2020년 여름, 가까운 이들과 둘러앉은 식탁에서 한 단어를 듣는다. '파독간호사'. 그 순간 백 작가의 마음 속에서 첫 장편이 쓰여지기 시작했다."지인이 '몇 년 전에 파독간호사에 관한 전시회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있었는데, 흔히 생각하는 가난한 누이 이미지와는 다른 주체적 여성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전시회를 보고 나오면서 '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귀한 것은 무엇인가요? 두둑한 통장, 멋진 차, 근사한 아파트, 든든한 직장…. 이러한 것들을 다 갖는다 해도 영혼을 잃어버리면 아무 소용없습니다."지난 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플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이 같이 말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7만 여명으로 추산된다.이 행사는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1973년 5월 30일부터 닷새간 '미국 개신교계 대부' 빌리 목사가 여의도에서 설교를 하자 이 기간 320만명이 모여들었다.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는 한국 개신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로 여겨진다. 당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가 빌리 목사의 통역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50년 전 아버지처럼 단상 위에 선 프랭클린 목사는 '복음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영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역은 김하나 명성교회 목사가 맡았다."우리는 언제가는 다 죽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마지막 심판날에 하나님 앞에 설 것입니다."프랭클린 목사는 1979년부터 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재난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을 지원한다. 2001년부터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 대표로 전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한다.이날 기념대회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영상 축하 메시지를를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1973년 당시 고등학생으로 집회에 참석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직접 대회장을 찾아
“토마스 만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학계의 아인슈타인과 같다.”지난달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불가리아 소설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말이다. 그는 수상작 <타임 셸터>에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대표 소설가·비평가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을 꼽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속 주인공 와타나베도 사랑한 책이다.1924년 발표된 이 작품은 내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는다. 스위스 고산지대가 배경인 <마의 산>에 함께 올라볼까. 소설은 한여름 스물세 살인 독일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가 스위스 다보스로 여행을 떠나며 시작한다. 매년 초 세계적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국제 현안을 논하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그 다보스다. 카스토르프는 폐결핵으로 다보스 국제 요양원 ‘베르크호프’에 머물고 있는 사촌 요아힘 침센을 만나려 길을 떠난다. 3주로 예정했던 여행은 7년간의 요양이 돼 버린다. 카스토르프도 폐결핵 증세를 보여 침센과 함께 요양생활을 하게 돼서다.머무는 공간이 달라지면 삶의 태도도 변한다. 카스토르프는 요양원에서 자꾸 죽음을 생각한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삶과 죽음을 고민하기는 쉽지 않지만, 요양원은 죽음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곳이다.소설은 죽음과 삶, 사랑의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아! 사랑이란… 육체, 사랑, 죽음 이 셋은 원래 하나야.” 이렇듯 죽음의 세계를 동경하던 카스토르프는 스키를 타다가 눈 속에 조난되는 경험을 한 뒤에 태도를 바꾼다. “사랑은 죽음에 대립하고 있으며, 이성이 아니라 사랑만이 죽음보다 강한
오는 6일 11시 철원 국경선평화학교가 1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준공식을 갖는다. 남북한 접경지역에 위치한 국경선평화학교는 평화운동가를 교육하는 민간 자립학교다. 2013년 개교한 국경선평화학교는 지난 10년간 강원도청이 민통선 남방한계선 옆에 지어놓은 'DMZ평화문화광장' 건물을 사용해왔다.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아 새 학교를 짓고 준공식을 갖게 됐다. 학교가 새 건물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한 시민 독지가가 식품회사로 쓰였던 터전과 건물을 매입해 국경선평화학교 교사로 재건축해 사용하도록 기부한 덕분이다.새 터전은 시민들의 참여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학교 이사회는 앞서 1만 시민이 참여하는 건축 기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독일과 미국의 재외동포 등 국내외에서 기금을 보내왔다. 지금껏 약 3500여명의 시민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시민기부 캠페인은 준공식 후에도 1만명이 되기까지 계속 이어진다.이번 준공식에는 철원 주민을 비롯해 국내외 참석자 1000여명이 함께 할 예정이다. 한완상 전 통일원 부총리(3.1운동 백주년기념사업회 위원장), 남부원 사무총장(아시아 태평양 YMCA연맹) 등도 참석한다.준공식은 3부로 진행된다. 1부 기념식에 이어 2부 시민 기부자 축하식과 '평화가문' 시상식, 3부 한반도 평화음악제와 1만시민DMZ평화노래부르기 행사가 이어진다.'평화가문' 시상식은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 이상이 평화기금운동에 참여한 기부자 가족에게 상을 수여한다. 70여 '평화가문'이 수상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시민의 평화문화를 확산하는 운동으로 계속 전개된다. 국경선평화학교는 남북한 휴전
봄날의 캠퍼스. 청춘의 설렘이 꽃가루처럼 날아다닙니다. 한 남학생은 교양수업에서 마주친 신입생에게 한 눈에 반해버립니다. 그런데 인사 한 마디 못해봤어요. 그녀에게 다가갈 기회만 노립니다.남학생은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의 제목을 기억해뒀다가 따라 읽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독서의 진도가 영 안 나간다는 거죠. '이걸 빨리 읽어야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볼 텐데….' 두 권짜리 책은 약 1500쪽에 달하고요. 책만 읽던 남자는 결국 신입생과 친해지는 데 실패합니다. 엉뚱하게 문학의 매력에 빠져 훗날 출판사 편집자가 됩니다.몇 해 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속 한 장면입니다. 문제의 책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 웹툰에 언급된 것처럼 내용뿐 아니라 분량이 독자를 압도하는 강렬한 고전이죠.원제는 'Der Zauberberg'. '마법의 산'이라는 뜻이지만, 독일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만연체 문장과 난해한 내용 탓에 '악마의 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그럼에도 계속해서 읽히는 책이에요. 작가들도 아끼는 고전이고요.얼마 전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불가리아 소설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수상작 <타임 셸터>에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로 <마의 산>을 꼽았습니다. 고스포디노프는 "만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문학계의 아인슈타인과 같다"까지 했어요.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주인공 와타나베가 읽는 책이기도 합니다.1924년 세상에 나온 작품은 내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습니다. 올해가 아직 6
"지난 50년간 한국은 부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세계 기술을 주도하고,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서울에 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누구이고,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 헤맵니다."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71)는 1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 간담회를 갖고 "다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그는 "물질, 쾌락, 마약, 술도 인간의 영혼 속 텅 빈 공간을 채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0년간 한국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계가 변했다"며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인류가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프랭클린 목사는 '미국 개신교계 대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이다. 한국을 찾은 빌리 목사가 1973년 5월 30일부터 닷새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전도대회를 열자 이 기간 320만명이 모여들었다.'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는 한국 개신교계의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은 당시 그레이엄 목사의 통역을 맡으며 한국 개신교계의 스타로 떠올랐다.그로부터 50년. 오는 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가 열린다. 1시 30분부터 기념 음악회를, 3시부터 본 대회를 진행한다. 빌리 그레이엄 재단(BGEA)과 극동방송 등이 준비한 행사다.이날 행사에는 빌리 목사의 아들이자 BGEA 대표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손자인 윌 그레이엄 목사 등이 참석한다. 프랭클린 목사는 '복음의 가
“너밖에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너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1990년 즈음 어느 날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박완서 선생(1931~2011)은 맏딸 호원숙 작가(69)를 앉혀놓고 부탁했다. 자신의 연대기를 좀 써달라고 했다. 당시 웅진닷컴출판사는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를 추려 ‘문학앨범’ 시리즈를 내고 있었다. <나목> <그 여자네 집>으로 문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박 선생도 당연히 시리즈 대상이었다. 박 선생은 딸이 정리해준 육십 평생을 ‘박완서 문학앨범’에 담을 생각이었다.엄마의 부탁에 호 작가는 오랜만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는 잡지 ‘뿌리 깊은 나무’의 편집기자로 일하다가 육아와 살림을 위해 펜을 내려놨다. 다시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았지만 엄마 말처럼 도저히 남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200자 원고지 첫 장을 쓰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그렇게 완성한 글이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이었다. 딸이 엄마를 위해 준비한 가장 정성스러운 찬사이자 수필가로서 호원숙의 데뷔작이었다.호 작가는 “글을 처음 쓰게 된 계기도, 이제껏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던 동력도 모두 어머니”라며 “글을 쓰면서 나만이 가진 언어의 리듬을 발견했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최근 산문집 <아치울의 리듬>을 출간한 호 작가를 경기 구리 아치울마을 자택 ‘노란집’에서 만났다. 노란색 페인트로 외벽을 칠한 3층짜리 주택은 박 선생이 아파트 생활을 접고 1998년 지은 집이다. 박 선생의 소설집 <노란집> 덕분에 노란집으로 불린다. 호 작가는 “노란집에서 바라본 것들이 영감을 줬고 아름다웠으므
경기 구리시 아치울마을 노란집 마당에 선 호원숙 작가. 구은서 기자“너밖에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너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1990년즈음 어느 날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박완서 선생(1931~2011)은 맏딸 호원숙(69) 작가를 앉혀놓고 부탁했다. 자신의 연대기를 좀 써달라고 했다. 당시 웅진닷컴 출판사는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들을 추려 ‘문학앨범’ 시리즈를 내고 있었다. <나목> <그 여자네 집>으로 문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박 선생도 당연히 시리즈 대상이었다. 박 선생은 딸이 정리해 준 육십평생을 ‘박완서 문학앨범’에 담을 생각이었다. 엄마의 부탁에 호원숙 작가는 오랜만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는 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편집기자로 일했다가 육아와 살림을 위해 펜을 내려놨다. 다시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았지만 엄마 말처럼 도저히 남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200자 원고지 첫 장을 쓰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그렇게 완성한 글이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이었다. 딸이 엄마를 위해 준비한 가장 정성스러운 찬사이자 수필가로서 호원숙의 데뷔작이었다. 호 작가는 “글을 처음 쓰게 된 계기도, 이제껏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던 동력도 모두 어머니”라며 “글을 쓰면서 나만이 가진 언어의 리듬을 발견했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박완서 선생(왼쪽)과 그의 맏딸 호원숙 작가. 사진=한영희 작가 최근 산문집 <아치울의 리듬>을 출간한 호 작가를 경기 구리시 아치울마을 자택 ‘노란집’에서 만났다. 노란색 페인트로 외벽을 칠한 3층짜리 주택
1991년 12월 19일 오전 8시. 이날 오후 개각을 앞두고 현직 국무위원들로 구성된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렸다.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시작한 이날 회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달아올랐다.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안건으로 올린 ‘예술학교 설치법’ 때문이었다. “왜 문화 분야에만 특권을 주느냐”는 농림부와 동력자원부 장관의 공격에 이 장관은 “예술인을 보통 아이들처럼 기르면 망가진다”며 맞섰다. 예술 영재교육은 실기 중심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대한민국 예술교육의 요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이렇게 특혜 논란을 딛고 태어났다. 그런 한예종이 또다시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다. 30여 년 전 싸움 상대가 비예술계였다면, 이번에는 같은 예술계다. 한예종에 석·박사 학위를 신설하는 ‘한예종 설치법’을 두고 다른 예술대학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29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은 ‘한예종에만 특혜를 주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한예종은 등록금이 일반 예술대학의 절반 수준으로 올해에만 국비 950억원이 투입된다”며 “이런 학교가 석·박사 학위까지 줄 수 있게 되면 영재교육부터 박사 과정까지 예술인재를 독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동국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한예종은 고등교육법 대상이 아닌 탓에 교육과정 편성과 입학정원 관리 등을 아무런 통제 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만들겠다는 건 고등교육법과 배치되는 모순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
1991년 12월 19일 오전 8시. 오후 개각을 앞두고 현직 국무위원들로 구성된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렸다. 몇몇 장관들은 이 회의를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가는 상황.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시작한 이날 회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달아올랐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안건으로 올린 '예술학교 설치에 관한 법률' 때문이었다. "왜 문화 분야에만 전문학교 특권을 주느냐"는 농림부와 동력자원부 장관의 공격에 이 장관은 "예술가에겐 재능이 전부다. 보통 아이들처럼 기르면 망가진다"고 방어했다. 예술교육은 실기 중심으로 갈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선 기존 입시절차 및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대한민국 예술교육의 요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은 이렇게 태어났다. 1992년 학교 문을 연 이후 피아니스트 임윤찬, 발레리나 박세은, 배우 김고은 등 예술계 스타들을 줄줄이 배출했다.한예종이 또 다시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다. 30여년 전 싸움 상대가 비예술계였다면, 이번에는 같은 예술계다. 한예종에 석·박사 학위를 신설하는 '한예종 설치법'을 두고 다른 예술대학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29일 전국예술대학교교수연합(예교련)은 "한예종 1개 기관에만 특혜를 주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한예종 설치법 반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한예종은 등록금이 일반 예술대학의 절반 수준으로 올해만 국비 950억 원이 투입된다"며 "이런 학교가 석·박사 학위까지 줄 수 있게 되면 영재교육부터 박사과정까지 예술인재들을 독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동국대
위기는 리더십의 무대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말했다. “쉬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치인이 필요 없다. 대개 저절로 해결된다. 균형이 흔들리고 조화가 안개에 휩싸일 때야말로 세계를 구할 결정이 모습을 드러낼 기회다.”지구촌 곳곳에서 리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살아있는 외교 전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리더십을 논한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원서가 지난해 나온 최근작이다.<헨리 키신저 리더십>은 키신저가 대면했던 6명의 리더에 대한 책이다. 키신저까지 포함하면 7명의 리더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는 셈이다. 1970년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현존하는 인물 가운데 국제 관계와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인물, 고급 정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인물로 여겨진다. 1923년 태어난 키신저는 27일 만 100세 생일을 맞는다.그가 주목한 건 6명의 리더다. 이스라엘에 나치 피해를 사과하고 배상한 콘라트 아데나워 전 서독 총리, 현대 프랑스를 건설한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닉슨 독트린’을 선언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아랍권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맺으며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한 명당 한 장씩 할애해 각 인물의 생애와 리더십 전략을 정리했다. 리더십에 관한 책이자 역사서이고 전기(傳記)다.이들은 모두 세계대전을 통과했다. 키신저가 20세기 전쟁 시기의 리더들을 새삼 소환한 건 의미심장하다. 그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이 잘 지내느냐에 달렸
신간 <카본 퀸>은 ‘탄소의 여왕’으로 불리는 과학자 밀드레드 드레셀하우스(애칭 ‘밀리’·1930~2017)의 삶과 업적을 다뤘다. 밀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이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나노과학의 선구자다.책의 저자는 마이아 와인스톡 MIT 뉴스 부편집장이다. 그는 밀리가 어떻게 ‘탄소의 여왕’ 자리에 올랐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밀리는 탄소 원자와 입체 구조에 대해 연구했고, ‘탄소 나노튜브’라고 부르는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녀의 연구는 나노 물질 연구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다. 오늘날 배터리, 수소 저장 용기, 태양전지 등이 그녀의 연구에 빚을 지고 있다.탄소는 무궁무진한 물질이다. 원자 결합 형태에 따라 연필심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생명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탄소는 지구상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원소 가운데 하나다.그녀의 삶이 순탄했다면 생애를 설명하는 데 한 권의 책이 필요했을 리 없다. 대공황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여덟 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가장 큰 도전은 살아남는 거였어요.”주변의 여러 환경이 밀리에게서 야망을 앗아갔지만 선배이자 스승인 로절린 서스먼 얠로(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상 수상)의 도움으로 꿈을 키운다. 물론 쉽지 않았다. 코넬대에서는 강의료 없이 전자기학을 가르치겠다고 했는데도 허락이 떨어지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교수들은 내가 전자기학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가 아니라 남학생들이 나에게 배우려고 할지를 걱정
위기는 리더십의 무대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말했다. "쉬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치인이 필요 없다. 쉬운 문제는 대개 저절로 해결된다. 균형이 흔들리고 조화가 안개에 휩싸일 때야말로 세계를 구할 결정이 모습을 드러낼 기회다."미중 반도체 전쟁, 인구 절벽과 경제 성장세 둔화…. 한국 사회가 그냥 위기도 아니고 '복합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때맞춰 '살아있는 외교 전설' 헨리 키신저가 리더십을 논한 책이 국내 출간됐다. 원서가 지난해 출간된 최근작이다.<헨리 키신저 리더십>은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만난 6명의 리더에 대한 책이다. 키신저까지 포함하면 7명의 리더를 책 한 권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셈이다.키신저는 현존하는 인물 가운데 국제 관계와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인물, 고급 정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인물로 여겨진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1970년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다. 1977년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후에도 미국 정부의 고문 또는 특사 역할을 도맡았다.1923년 태어난 키신저는 오는 27일 만 100세 생일을 맞는다. 한 세기. 인간 사회에서 하나의 시대를 헤아리는 기준으로 통하는 100년을 살아낸 그의 증언과 통찰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외교 최전선에서 수많은 리더를 만났던 키신저는 6명의 리더에 주목했다. 이스라엘에게 나치 피해를 사과하고 배상한 콘라트 아데나워 전 서독 총리, 현대 프랑스를 건설한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닉슨 독트린'을 선언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아랍권 최초로 이스라엘
“세상의 모든 언어는 세계의 이야기, 그리고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지난 23일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받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사진)는 앞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 부커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그는 “흔히 큰 주제는 큰 언어(영어)로 쓰인 문학을 위한 것이고, 작은 언어(영어 외 언어)는 지역적이고 이국적인 분야를 다룬다고 여겨진다”며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같은 국제상이 이런 생각을 바꾸고 있고, 그건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고 했다.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부커상의 부문 중 하나로, 영어 외 언어로 쓰인 뒤 영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올해 수상작은 고스포디노프의 장편소설 <타임 셸터(Time Shelter)>였다.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안젤라 로델도 함께 상을 받았다. 불가리아어로 쓰인 책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최초다.1968년생인 고스포디노프는 소설뿐 아니라 시, 수필, 각본, 그래픽노블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해왔다. 1999년 출간된 데뷔작 <내추럴 노블(Natural Novel)>을 비롯해 그의 작품은 25개 언어로 번역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신문 라 레푸블리카는 고스포디노프에 대해 ‘동방에서 온 프루스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구은서 기자
“출판사들은 왜 마포구에 모여 있어요?” 햇병아리 문학기자의 첫 번째 궁금증이었습니다.작년 이맘때 문학 분야를 처음 맡았어요. 내공이 부족하니 발품을 파는 수밖에요.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려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으레 약속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합정동, 동교동으로 수렴됐어요. 스마트폰 지도 앱에는 마포구 내 출판사·출판 에이전시 주소와 그곳 사람들이 추천해준 카페, 책방, 식당을 저장해둔 별이 쌓여 갔습니다.과거에는 임대료가 저렴했으니까, 대학가라서, 인쇄소가 모여 있는 파주로 넘어가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위치라서, 마포구에 있는 또 다른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한국출판인회의가 세운 출판학교(SBI)가 마포구에 있어서…. 테이블 위에는 이런저런 추측만 난무했죠.이유는 알 수 없어도 마포에 출판사가 유독 많다는 건 숫자로 분명하게 드러나요.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서적출판업 사업체의 16.8%가 마포구에 있어요. 전체 25개 구(區) 가운데 1위를 기록했어요(2021년 기준). 20년 가까이 매년 가을 홍대 거리에서 책 축제 ‘와우북페스티벌’을 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고요.그러니 마포구가 2020년 8년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의 문을 연 건 전략적 선택이었죠. 플랫폼P는 출판계의 공유오피스이자 학교, 놀이터예요. 저렴한 임대료로 업무 공간을 내어 주고 창업 초기 출판사, 1인 창작자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합니다. 마포구에 형성된 출판 생태계를 활용해 출판산업을 지방자치단체의 미래 먹거리, 창업 지원 아이템으로 낙점한 거죠. 서울시는 2010년 마포 일대를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
“세상의 모든 언어는 세계의 이야기, 그리고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받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앞서 최종후보로 선정된 직후 부커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흔히 큰 주제는 큰 언어(영어)로 쓰여진 문학을 위한 것이고, 작은 언어(영어 외 언어)는 지역적이고 이국적인 분야를 다룬다고 여겨진다”며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같은 국제상이 이런 생각을 바꾸고 있고, 그건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고 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부커상의 부문 중 하나로, 영어 이외 언어로 쓰인 뒤 영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올해 수상작은 고스포디노프의 장편소설 <타임 셸터(Time Shelter)>였다.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안젤라 로델도 함께 수상했다. 불가리아어로 작성된 책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최초다. 1968년생인 고스포디노프는 소설뿐 아니라 시, 수필, 각본, 그래픽노블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집필활동을 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의 올해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자로 소설 <타임 셸터(Time Shelter)>를 쓴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사진 오른쪽)가 선정됐다.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 작가의 수상은 불발됐다.부커상 운영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시상식을 열고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를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번역가 안젤라 로델도 함께 수상했다.이 작품은 알츠하이머 환자를 치료하는 ‘과거를 위한 진료소’에 대한 이야기다. 옛 가구 등 과거의 풍경을 재현해놓은 공간인데, 시간이 갈수록 건강한 이들이 자신이 마주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현재나 미래 대신 행복했던 과거를 택한다.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국가 정체성과, 기억과, 향수의 유혹적인 위험에 관한 창의적이고 파괴적이며 병적으로 유머러스한 소설”이라고 평했다.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은 영어 이외 언어로 쓰인 뒤 영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부커상과는 별도로 시상한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상금은 5만파운드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받게 된다.장편소설 <고래>로 최종후보에 오른 천 작가는 아쉽게 탈락했다.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구은서 기자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의 책 전시 및 큐레이션 공간. (사진: 타별 / 사진 제공: 플랫폼P)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서울시 마포구 신촌로2길 19 2~3층"출판사들은 왜 마포구에 모여 있어요?" 햇병아리 문학기자의 첫 번째 궁금증이었습니다.작년 이맘때 문학 분야를 처음 맡았어요. 내공이 부족하니 발품을 파는 수밖에요.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려 연락을 주고 받다 보면 으레 약속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합정동, 동교동으로 수렴됐어요. 스마트폰 네이버 지도 앱에는 마포구 내 출판사·출판 에이전시 주소와 그곳 사람들이 추천해준 카페, 책방, 식당을 표시한 초록색 별이 쌓여 갔습니다."글쎄…. 워낙 오래 전부터 이 동네로 출판인들이 모여 들었는데…." 출판사 사람들도 명쾌한 답을 주지는 못했어요. 과거에는 임대료가 저렴했으니까, 대학가라서, 인쇄소가 모여 있는 파주로 넘어가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위치라서, 마포구에 있는 또 다른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한국출판인회의가 세운 출판학교(SBI)가 마포구에 있어서…. 테이블 위에는 이런저런 추측만 난무했죠.이유는 알 수 없어도 마포구에 출판사가 유독 많다는 건 숫자로 분명하게 드러나요.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서적출판업 사업체의 16.8%가 마포구에 있어요. 전체 25개 구(區) 가운데 1위를 기록했어요(2021년 기준). 20년 가까이 매년 가을 홍대 거리에서 책 축제 '와우북페스티벌'을 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고요.그러니 마포구가 2020년 8년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의 문을 연 건 전략적 선택이었죠. 플랫폼P는 출판계의 공유오피스이자 학교, 놀이터
올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의 영광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소설 <타임 셸터(Time Shelter)>에게 돌아갔다. 최종후보에 올라 주목 받았던 천명관 작가의 수상은 불발됐다.영국 부커상 운영위원회는 현지시간 23일 밤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시상식을 열고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를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번역가 안젤라 로델도 함께 수상했다.이 작품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과거를 위한 진료소'에 대한 이야기다. 옛 가구 등 과거의 풍경을 재현해놓은 공간인데, 시간이 갈수록 건강한 이들이 현재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을 찾아든다. 현재나 미래 대신 행복했던, 친숙한 과거를 택한다.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국가 정체성과 기억과 향수의 유혹적인 위험에 관한 창의적이고 파괴적이며 병적으로 유머러스한 소설"이라고 평했다.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은 영어 외 언어로 쓰인 뒤 영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부커상과는 별도로 시상한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상금은 5만 파운드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받게 된다.장편소설 <고래>로 최종후보에 올랐던 천 작가의 수상은 불발됐다. 앞서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한국 작가 중 최초로 수상했다. 이듬해 한 작가가 다시금, 2022년에는 정보라 작가가 최종후보에 오른 바 있다.2004년 출간된 <고래>는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세 여성의 3대에 걸친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욕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세종도서 사업 부실운영을 지적한 데 대해 출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문체부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연 84억원 규모 세종도서 사업은 출판계 최대 지원사업이다.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성명서를 내고 "세종도서사업이 부실 운영되고 있다면, 그 상황을 만든 데에는 문체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세종도서 사업은 매년 약 900여종의 우수도서를 선정해 연 84억여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선정되면 1종당 800만원어치 책을 사서 도서관 등에 전달한다.출판계가 이 같은 성명서를 낸 건 앞서 문체부가 세종도서 사업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하며 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문체부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사업 전반에 투명성 부족, 방만‧부실 운영 등 심각한 문제점이 누적된 걸 파악하고 구조개편에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 사업을 주관해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공개 질책했다. 출판진흥원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출협 측은 "현재의 세종도서사업 운영체계는 지난 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권고와 출협을 중심으로 한 출판계의 세종도서 사업 민간위탁 요구를 거부하고 문체부 스스로가 출판진흥원에 지시하여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현재의 세종도서사업의 운영방식, 체계, 심사방식은 모두 그 당시 문체부가 만들어놓은 것이며, 세종도서사업 운영위원회가 단순한 자문기구로 전락한 것도 문체부가 의도한 대로"라고 했다.또 출협 측은 "어떤 특정 단체가 심사위원 추천에 과도하
전기(傳記)가 재밌기는 쉽지 않다. 제 아무리 이름난 사람의 일대기를 유명한 필자가 정리했다고 해도. 사실 사람들은 남의 인생사에 별 관심이 없다. 위인전은 어려서 질리도록 읽었다.전기가 흥미롭게 읽힌다면, 그건 남 얘기가 곧 내 얘기가 되는 순간이다. 지금은 누가 전기를 써줄 만큼 성공한 인물도 한때는 나와 비슷한 부침을 겪었다는 사실이 독자를 책 앞으로 끌어당긴다. 천하의 스티브 잡스도 회사에서 내쫓겼을 때가 있었고, 죽음 앞에 무력하다. 최근 출간된 <카본 퀸>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탄소의 여왕'이라 불리는 저명한 과학자 밀드레드 드레셀하우스(애칭 '밀리'·1930~2017)의 삶과 업적을 다뤘다.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이자 연구소 교수,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나노과학 선구자…. 이 책이 밀리의 성취만 열거했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었을 것이다. 저자인 마이아 와인스톡 MIT 뉴스 부편집장은 다른 전략을 썼다.책은 밀리가 출연한 제네럴 일렉트릭(GE) 광고 얘기부터 시작한다. 광고 속 세상에는 밀리의 모습을 본뜬 바비인형이 있고, 식당에서 밥을 먹던 밀리는 파파라치에 쫓긴다. 사람들은 매년 '밀리의 날'을 기린다. 책을 읽는 독자는 모두가 알고 있다. 현실 속 과학자가 이런 '셀럽'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책은 그가 과학계에서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음에도 우리가 그에 대해 잘 모른다는 돌직구부터 때리고 본다.그리고서 그녀가 이뤄낸 것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즉, 왜 밀리가 '탄소의 여왕' 자리에 올랐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밀리는 탄소 원자와 입체구조에 대해 연구했
‘출판계 최대 정부 지원사업’인 세종도서 선정 및 운영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세종도서 선정 및 구입 전반에 투명성 부족, 방만·부실 운영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걸 파악하고 구조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세종도서 사업은 매년 교양부문 550종, 학술부문 400종의 우수도서를 선정해 84억여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번 선정되면 정부가 1종당 800만원어치 책을 구매해 도서관 등에 전달하기 때문에 출판사마다 낙점받기 위해 공들인다. 지난해 교양부문에서 8698종이 응모해 15.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문체부는 세종도서 사업 운영 주체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세종도서 사업은 ‘기획의 독창성’ ‘내용의 충실성’ 등을 평가항목으로 정했지만 항목별 배점표가 없는 등 실제론 각 심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자격요건이 ‘학술 및 교양 부문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 모호할 뿐 아니라 검증절차도 부족하다고 했다. 문체부는 출판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연내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구은서 기자
'출판계 최대 정부 지원사업'인 세종도서 선정 및 운영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정부는 해마다 '우수도서'들을 세종도서란 이름으로 선정한 뒤 84억원 규모로 구입한다. 이렇게 사들인 책은 도서관 등에 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뒤늦게 손질을 예고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사업 전반에 투명성 부족, 방만‧부실 운영 등 심각한 문제점이 누적된 걸 파악하고 구조개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세종도서 사업은 매년 교양부문 550종, 학술부문 400종의 우수도서를 선정해 연 84억여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선정되면 1종당 800만원어치 책을 사서 도서관 등에 전달하기 때문에 각 출판사들은 세종도서에 선정되기 위해 공을 들인다. 작년 교양부문은 8698종이 응모해 15.8대1의 경쟁률 기록했다.문체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명칭에 변화는 있었지만 우수도서를 선정, 책을 구입해준다는 지원사업의 큰 틀은 수십년간 유지됐다. 세종도서 사업은 그동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총괄해왔다. 문체부는 출판진흥원의 사업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문체부 측은 "세종도서 사업은 ‘기획의 독창성’, ‘내용의 충실성’ 등을 평가항목으로 정했지만, 각 항목에 대한 배점표가 없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구성돼 사실상 개별 심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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