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혜 시인(사진)은 첫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다. 최근 2025 문지문학상을 받았다.1998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 시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22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지난해 11월 출간된 첫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는 지금까지 13쇄를 찍을 정도로 독자와 평단에 호평받았다. ‘멸종’과 ‘사랑’의 자리를 바꿔놓은 이 시는 인류의 미래와 공존, 사랑의 속성을 생각하게 한다.제15회 문지문학상 심사위원인 하재연 시인은 유 시인의 ‘모텔과 인간’ 외 세 편을 수상작으로 꼽으며 “그의 시는 ‘우리는 지금의 시대에 과연 어떤 인간들인가?’ 하는 질문 앞으로 독자를 불러들인다”고 평했다.구은서 기자
"확실히 내가 쓴 소설 가운데 가장 정숙한 소설이다."'19세기 실천하는 지성인' '영화감독 박찬욱이 사랑한 작가'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 <목로주점>을 펼치면 이런 작가의 말부터 나옵니다. 뒤에 나올 소설이 전혀 정숙하지 않다는 얘기죠. 마치 '이 작품은 실제 사건, 실존인물과 무관합니다' 안내문을 띄우고 시작하는 영화야말로 실화와 밀접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해명이 필요한 것처럼요.외설 논란 부른 문제작1877년 출간된 <목로주점>은 프랑스 파리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그린 문제작입니다. 소설은 여자주인공 제르베즈가 사실혼 관계였던 랑티에를 떠나보내며 시작합니다. 둘 사이에는 아이도 두 명 있죠. 제르베즈는 이후 쿠포와 결혼하지만, 랑티에가 돌아와 집에 눌러앉자 세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살게 됩니다.한 여자와 두 남자의 동거와 불륜, 치정 문제로 빨래터에서 엉덩이까지 드러내며 '개싸움'을 벌이는 두 여자, 일상의 은어와 속설을 구사하는 문체…. 소설은 출간 전 신문에 연재됐는데 선정성 논란이 거셌어요. 우파, 좌파, 낭만주의자, 사실주의자 가릴 것 없이 "천박한 소설" "끔찍한 음란" 같은 비난을 쏟아냈어요.졸라는 서문을 통해 해명합니다. '저질 소설'이라는 비난을 피하려 작가 스스로 '스포일러(미리 결말을 알려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위 또는 사람)'가 됐습니다."나는 파리 변두리의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정의 숙명적 몰락을 그리고자 했다. 음주벽과 게으름의 끝에는 가족 관계의 이완, 난잡한 혼거, 성실한 감정의 점진적 망각이 있고, 대단원으로서 수치와 죽음이 있
2014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딸 카렌 로드리게스가 마약 범죄 카르텔에 납치됐다. 엄마 미리암 로드리게스는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몸값을 세 차례에 걸쳐 지급하기 위해 가족들이 평생 저축한 돈을 끌어모으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카렌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째 되는 날, 미리암은 오랜만에 목욕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한 뒤 외출복을 입었다. 그리고 가족 앞에 서서 말했다. “내 여생을 걸고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최근 국내에 출간된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멕시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주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에 딸이 납치된 뒤 범인을 직접 추적해야 했던 미리암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논픽션이다.저자는 2025년 퓰리처상 해설보도 부문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인 아잠 아흐메드다. 마약 카르텔에 멕시코 지역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을 묘사한 범죄 르포르타주다. 공권력과 조직범죄의 오랜 유착관계를 고발한다. 아흐메드는 4년간 관련 인물을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뒤 집필했다. 2만 쪽이 넘는 사건 파일과 재판 기록을 입수해 사건을 재구성했다.부패하고 “잔인할 만큼 무능한” 수사 당국의 외면 속에 미리암과 가족들은 납치범을 직접 찾아 나선다. 추적에 나선 지 2년 만에 추적 명단 속 용의자 중 6명은 교도소에 수감됐고, 4명은 세타스의 거점을 습격한 해병대에 사살됐다.이 모든 과정에서 미리암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마약 범죄 조직원의 허리춤에 총구를 들이미는 일까지 불사했다. 평범한 엄마가 ‘아마추어 수사관’으로 활약하게 된 것은 경
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의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가 새롭게 1위에 올랐다. 지난 9월 말 출간된 책인데 최근 네이버 인기 블로거의 추천으로 다시 관심을 받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양자역학이 새삼 화제가 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판타지 문학의 전설’ 이영도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인 신작 장편소설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은 지난 11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8위에 등극했다. <대형주 추세추종 투자법칙> 등 경제경영서 5권이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자리하며 경제경영서의 약진을 이어갔다.구은서 기자
“짧으면 3일이지만 더 길어질 수도?” ‘나진’에게 병든 할머니를 잠시 돌봐달라고 부탁한 고모는 집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열흘이 지나도록 고모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진이 고민 끝에 고모에게 전화를 걸자 착신이 정지된 전화라는 안내 음성이 들려온다. 고모는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임수지의 장편소설 <잠든 나의 얼굴을>은 나진이 고모를 대신해 뇌출혈 수술을 받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다뤘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서 자란 나진에게 할머니의 집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그곳을 떠난 지 10년 만에 돌아온 나진은 돌봄의 무게를 짊어진 고모의 삶을 뒤늦게 들여다보기 시작한다.예컨대 어린 나진에게 세 마디 이상 말을 걸지 않던 고모가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건넨 말이 담고 있던 고단함을 어른 나진은 그제야 알아차린다. “문득 고모는 내게 말했다. 어디든 많이 가봐. 멀리도 가보고. 오래도 가보고. 너는 그럴 수 있으니까.”소설은 격렬한 갈등과 사건 없이도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건조한 단문이 섬세한 묘사를 이끌어 간다. 단단하게 설계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적 호소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는 데 이른다.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이기호 작가는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고모와 뇌출혈 수술을 받은 할머니, 그리고 나진의 과거가 미세한 호흡처럼 교차하는 동안 이 작품은 그 어떤 부딪힘의 언어 없이도 맹렬히 싸우고 그 어떤 포옹의 장면 없이도 열렬히 화해한다”고 호평했다.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재기발랄해 곁에서 대화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아버지의 얼굴’. 올해 등단 65주년을 맞은 원로 시인 이근배 씨(85·사진)는 아직도 이 여섯 글자를 서라벌대 문예장학생 실기시험 산문 주제로 받았던 열여덟 살의 봄을 잊지 못한다.그는 사상운동과 항일운동을 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아버지의 얼굴을 열 살이 돼서야 처음 봤기 때문. 그런 그에게 아버지의 얼굴은 너무 어려운 주제여서 산문 대신 자유 주제인 시를 써냈다. 당시 백묵으로 칠판에 글제를 쓴 스승은 김동리 소설가였다.이 시인은 최근 이 같은 사연을 담은 시 ‘하얀 여섯 글자’ 등을 수록한 새 시집 <아버지의 훈장>을 펴냈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시집에는 202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시집 <대 백두에 바친다> 이후 6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1930년대 항일운동 내역을 인정받아 2020년 뒤늦게 훈장을 받은 부친 이선준 씨에 대한 시들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60여 년이 지난 뒤 ‘아버지의 얼굴’을 담은 답안지를 뒤늦게 제출한 셈이다. 그는 “이 시집 제목 ‘아버지의 훈장’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한 아버지께 큰절을 바친다는 뜻으로 고른 것”이라고 했다.이 시인은 아버지와 가족의 수난이라는 개인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역동을 노래해 왔다. 1961년부터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에 일곱 번,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신인예술상에 세 번 당선돼 ‘신춘문예 10관왕’ 기록을 세우며 문단의 전설로 통하기도 한다. 이 시인은 “당시 당선된 작품도 모두 분단 경험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
2014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딸 카렌 로드리게스가 마약 범죄 카르텔에 납치됐다. 엄마 미리암 로드리게스는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몸값을 세 차례에 걸쳐 지불하기 위해 가족들이 평생 저축한 돈을 끌어모으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카렌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째 되는 날, 미리암은 오랜만에 목욕을 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한 뒤 외출복을 입었다. 그리고 가족들 앞에 서서 말했다. "내 여생을 걸고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최근 국내 출간된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멕시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주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에게 딸이 납치된 후 범인을 직접 추적해야 했던 미리암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논픽션이다. 저자는 2025년 퓰리처상 해설 보도 부문 수상자이자 현재 뉴욕타임스의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인 아잠 아흐메드다. 마약 카르텔에 의해 멕시코 지역사회가 붕괴되는 과정을 묘사한 범죄 르포르타주다. 공권력과 조직범죄의 오랜 유착관계를 고발한다. 아흐메드는 4년간 관련 인물을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뒤 집필했다. 2만 페이지가 넘는 사건 파일과 재판 기록을 입수해 사건을 재구성했다.부패하고 "잔인할 만큼 무능한" 수사 당국의 외면 속에 미리암과 가족들은 결국 납치범을 직접 찾아나선다. 추적에 나선 지 2년 만에 추적 명단 속 용의자 중 6명은 교도소에 수감됐고, 4명은 세타스의 거점을 습격한 해병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미리암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마약 범죄 조직원의 허리춤에 총구를 들이미는 일까지 불사한다. 평범한 엄마가 '아마
"짧으면 3일이지만 더 길어질 수도?" '나진'에게 병든 할머니를 잠시 돌봐달라고 부탁한 고모는 집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열흘이 지나도록 고모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진이 고민 끝에 고모에게 전화를 걸자 착신이 정지된 전화라는 안내 음성이 들려온다. 고모는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고모는 할머니를 두고 떠나버릴 수 있는 사람일까.임수지의 장편소설 <잠든 나의 얼굴을>은 '나진'이 고모를 대신해 뇌출혈 수술을 받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다뤘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서 할머니집에서 자란 나진에게 할머니의 집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그곳을 떠난 지 10년 만에 돌아온 나진은 돌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던 고모의 삶을 뒤늦게 들여다보기 시작한다.예컨대 어린 나진에게 세 마디 이상 말을 걸지 않던 고모가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건넸던 말이 담고 있던 고단함을 어른 나진은 그제야 알아차린다. "문득 고모는 내게 말했다. 어디든 많이 가봐. 멀리도 가보고. 오래도 가보고. 너는 그럴 수 있으니까."소설은 격렬한 갈등과 사건 없이도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건조한 단문이 섬세한 묘사를 이끌어 간다. 단단하게 설계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적 호소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는 데 이른다. 자극적이고 빠르고 최근 콘텐츠 추세와 정반대의 길을 우직하게 걷는 문체다.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이기호 작가는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고모와 뇌출혈 수술을 받은 할머니, 그리고 나진의 과거가 미세한 호흡처럼 교차하는 동안, 이 작품은 그 어떤 부딪힘의 언어 없
“수상 소식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마감 못한 원고를 붙잡고 ‘이번에는 펑크를 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이었어요. 전화를 끊은 뒤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책상에 앉으니 막혀 있던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라 시를 매듭지을 수 있었어요. ‘응원과 격려를 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신해욱 시인은 10일 서울 종로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 간담회에서 “말에 대한 개인적 탐닉으로 시작해 시 쓰는 일은 내가 공동체 일원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 시인은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생물성> 등을 냈다.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은 △시 부문은 신해욱의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소설 부문은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희곡 부문은 주은길의 ‘양떼목장의 대혈투’ △번역 부문은 김지영이 영역한 천명관의 <고래>다.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 종합 문학상이다.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상금은 부문별 5000만원씩, 총 2억원을 시상한다(희곡과 평론은 격년 선정).수상 작가들은 대산문화재단과의 개인적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1999년 등단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광주대 문예창작과에서 후배 작가를 양성하는 이 작가는 “과거 데뷔 4년 차에 아무런 청탁 없이 혼자 끙끙대며 단편소설을 썼는데 대산창작기금 덕에 그 소설들을 모아 첫 책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자들은 역대 최
"수상 소식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마감 못한 원고를 붙잡고 '이번에는 펑크를 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이었어요. 전화를 끊은 뒤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책상에 앉으니 막혀 있던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라 시를 매듭지을 수 있었어요. '응원과 격려를 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신해욱 시인은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 간담회에서 "혼자 외롭게 시를 쓰고 있지만 누군가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했다"며 "말에 대한 개인적 탐닉으로 시작해 시 쓰는 일은 내가 공동체 일원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 시인은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생물성> <syzygy> 등을 냈다."시를 시작할 때는 말을 탐닉하는 개인적 욕구로 시작하지만 시에는 인간이 갖고 있는 한정적 감각과 경험, 시대적 이념이 늘 달라붙어 있죠. 시 쓰는 일은 내가 공동체 일원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작업 같아요. 이 상은 세계에 더 깊이 연루되고 책임감을 가지라는 신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총 상금 2억원' 국내 최대 종합 문학상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은 △시 부문은 신해욱의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소설 부문은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희곡 부문은 주은길의 '양떼목장의 대혈투' △번역 부문은 김지영이 영역한 천명관의 <고래>다.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 종합 문학상이다.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상금은 부문별 5000만원씩, 총
국제 행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일 경북 경주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거대한 ESG 경영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APEC 공식 가구 협찬사인 코아스가 이번 회의 기간 경북 산불 피해목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가구 17종, 142점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한 게 본보기다. SK이노베이션은 셔틀버스 20대를 수소버스로 지원했으며, 한국동서발전과 수협은행 등은 APEC과 연계해 ESG 사내 행사도 진행했다.‘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부대행사로 열린 ‘APEC 유통 퓨처테크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 전환뿐 아니라 친환경, 표준협력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 유통 생태계 구축을 약속하는 ‘경주선언’을 채택했다.공적인 성격을 띠는 국제 행사만 ESG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역설적으로 ‘인쇄 자료 최소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출판 박람회다. 각국 출판인이 몰려드는 저작권 거래 시장이자 독자들에게 책을 홍보하는 전시장이다. 지난달 15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올해 도서전엔 131개국에서 23만8000명이 참가했다.이런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올해 출판의 핵심인 종이 대신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도 정보를 제공했다. 생수병 폐기물을 줄이려 중앙광장에 식수대를 설치했다. 입장권을 사면 대중교통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등 탄소 저감을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자원 재활용 업체와 협업해 참가사 간판을 재활용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폐기물 재활용률
2024년 12월 23일. 한국은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출생 대책의 시급성 혹은 무용함, 축소사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대표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거꾸로 “인구를 정책이 아니라 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조 교수와 고우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박사가 함께 쓴 <인구와 부>는 인구를 ‘짐’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두 저자는 50대, 30대 인구학자다. 조 교수는 책머리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미래를 바라보고 함께 걷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책이 말하는 ‘부(wealth)’란 돈과 자산을 넘어 신뢰와 연대 같은 사회적 자본,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회의 가능성까지 포괄한다. 책은 “인구란 불확실한 국면에서 오늘의 ‘선택’을 돕는 프레임이며, 전략의 나침반”이라고 강조한다.“정책은 대체로 ‘출산율을 높인다, 인구를 늘린다’처럼 숫자를 되돌리려는 목표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개인에게 책임과 죄책감이 전가될 뿐, 실질적인 변화 동력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반면 전략으로 접근할 때 인구는 해결해야 할 짐이 아니라 사회와 기업이 더 나은 선택을 만들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즉 이 책은 인구를 ‘조절’의 대상이 아닌 ‘활용’의 대상, 사회의 공동 역량을 확장하고 부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로 제안합니다.”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책은 먼저 ‘인구변동 대응 지체 현
“어떻게 하면 강하면서 동시에 약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한 개인이지만 20세기 베트남의 식민지와 전쟁 경험을 상징합니다.”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인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사진)은 지난 4일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 국내 출간을 계기로 한국 언론과 온라인 간담회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열아홉 살 때 어머니가 정신병동에 입원한 이야기를 대학 에세이로 쓴 적이 있었는데, 이런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당시에는 몰랐다”며 “30년이 지나고 저 역시 부모가 돼서야 이 이야기를 완성할 준비가 됐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응우옌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동조자’의 원작자로,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소설 <동조자>는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 냉전 시대의 대립과 모순을 풍자한다. 그는 박 감독과 함께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수많은 주제를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압축해 내는 창의적인 감독”이라고 극찬했다.응우옌은 <두 얼굴의 남자>에서 자신과 가족이 이민자로서 겪은 비애와 고난을 고백한다. 1971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사이공 함락 이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어린 응우옌은 난민캠프와 임시 위탁가정을 거치며 부모와 떨어진 채 지내기도 했다. 지난한 경험을 털어놓을 때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최근 미국에서는 응우옌을 비롯해 ‘디아스포라’(태어난 곳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또는 이주 그 자체)를 다룬 영화, 문학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오르내리자 투자 공부 열기가 뜨겁다. 재테크 인플루언서 ‘플스포’ 김동호의 <플스포의 메타인지 투자법>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대형주 추세추종 투자법칙>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달러 자산 1억으로 평생 월급 완성하라> 등 경제경영서가 20위권에 9권 자리했다. 투자·재테크 분야 도서는 올 4분기 들어 이달 5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4.4% 증가했다.구은서 기자
2024년 12월 23일.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면 저출산 대책의 시급성 혹은 무용함, 축소사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거꾸로 “인구를 정책이 아니라 전략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조 교수와 고우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박사가 함께 쓴 <인구와 부>는 인구를 ‘짐’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자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두 저자는 50대, 30대 인구학자다. 조 교수는 책머리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미래를 바라보고 함께 걷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책이 말하는 ‘부(wealth)’란 돈과 자산을 넘어 신뢰와 연대 같은 사회적 자본,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회의 가능성까지 포괄한다. 책은 “인구란 불확실한 국면에서 오늘의 ‘선택’을 돕는 프레임이며, 전략의 나침반”이라고 강조한다. “정책은 대체로 ‘출산율을 높인다, 인구를 늘린다’처럼 
“진짜 위협은 인공지능(AI)이 아니라 AI를 체득한 경쟁사입니다.”아밋 모힌드라 피플애널리틱스석세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폐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5’(한국경제신문사,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공동 주최)에서 “진화하는 기업과 멸종하는 기업 사이에 중간지대는 없다”며 AI와의 공존을 ‘생존 조건’으로 꼽았다.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시키는 상황에서 조직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적자원(HR) 관리를 넘어 인간과 AI의 효율적인 협업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HAIR’(Human-AI Resources·융합 인적자원)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김안나 레몬베이스 최고피플사이언스책임자(CPSO)는 “AI와 결합한 조직 내 고성과자의 생산성이 평균 대비 여덟 배 이상 높은 시대에 이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인구절벽 시대, 저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도 결국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타인 브로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국 선임이코노미스트는 “AI는 인구 감소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 문제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재연/구은서/송은경 기자
“기술 발전과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인재 육성 전략을 이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지금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발언은 약 20년 전 제1회 글로벌인재포럼 개막 강연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 조언이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 인구 위기는 상수(常數)다.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6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5’에서 강연한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가 AI라는 변곡점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뒤 글로벌인재포럼은 지금 이 자리의 우리를 원망하는 성토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AI, 인구, 기후’ 한번에 잡을 전략 짜야이날 ‘적은 인구, 더 강한 인재’ 세션에 연사로 나선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 변화에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가 겹친 ‘3중 전환’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AI, 인구, 기후 문제 전략을 따로 세울 게 아니라 세 문제를 한꺼번에 잡을 전략은 없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본격적인 AI혁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공유된 지향점이 없으면 10년 뒤 글로벌인재포럼을 열었을 때 다음 세대 연사들이 ‘그때 미래를 낙관한 선배 연사들은 다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인구 문제 대응을 양이 아니라 질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문사
“최고의 시대였고, 최악의 시대였다.”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은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5’에서 기조연설을 시작하며 찰스 디킨스 장편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을 인용했다. 스나베 의장은 인공지능(AI)을 마주한 인류가 소설 배경인 프랑스혁명만큼이나 격동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기에 최고의 시대이고, 이 기술을 활용하는 데 인간이 방해된다면 최악의 시대”라고 설명했다.그는 인류가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 리더십을 꼽았다. 이날 기조연설 주제도 ‘기술 전환을 이끌 공생의 리더십’이었다. 스나베 의장은 “리더십이란 인간의 잠재력을 믿는 것”이라며 “지금은 인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SAP, 지멘스, 머스크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 왔다.◇AI, 지능의 민주화 이끈다스나베 의장은 “더 나은 회사, 사회, 국가를 위해 기술을 사용할 의무는 리더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최고경영자(CEO)를 대체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AI가 일상화된 세상에서는 리더의 목표 제시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했다.“인쇄술의 발명이 ‘지식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면 AI는 ‘지능의 민주화’를 이끌 것입니다. 모든 인류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가지게 되면 회사와 국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변화와 강력한 기술을 마주한 시대에 우리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모든 인류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갖추게 된 시대, 이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이 한계를 정합니다.”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은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5’ 기조연설에서 “인쇄술 발명이 ‘지식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면, 인공지능(AI)은 ‘지능의 민주화’를 통해 인류 역사를 바꿔놓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AI와의 공존 과정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상상력, ‘인간다움’이 핵심 가치로 부상할 것이라는 의미다.6일까지 이어지는 글로벌인재포럼은 한국경제신문사,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계 최대 인적자원(HR) 분야 포럼이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주제는 ‘공생지능의 시대’다.세계적 석학과 각계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AI와 공존하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AI는 결론을 내면 끝이지만, 인간은 그 결론을 토대로 이게 옳은 길인지를 한 번 더 판단한다”며 “‘지능’보다 진화한 ‘지성’을 갖춘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힘”이라고 말했다. 루먼 초두리 휴메인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는 “대중적 프로파간다와 과학적 진실이 충돌할 때 데이터 양의 격차로 잘못된 정보가 진실처럼 확대 재생산될 우려가 높다”며 “개발자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 잘못된 알고리즘을 수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AI와의 공존을 위해서는 리더십 변화도 요구된다. 스나베 의장은 “모든 개개인이
"어떻게 하면 강하면서 동시에 약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한 개인이지만 20세기 베트남의 식민지와 전쟁 경험, 베트남인이 겪었던 비극을 상징합니다"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인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은 4일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 국내 출간을 계기로 한국 언론과 온라인 간담회를 가지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9살때 대학에서 어머니가 정신병동에 입원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쓴 적 있었는데, 이런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그 당시에는 몰랐다"며 "30년이 지나고 저 역시 부모가 돼서야 이 이야기를 완성할 준비가 됐단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응우옌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동조자'의 원작자로,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 <동조자>는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 냉전 시대의 대립과 모순을 풍자한다. 그는 박 감독과 함께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수많은 주제를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압축해내는 창의적인 감독"이라고 극찬했다."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할 때 프로듀서가 '어떤 감독이 떠오르느냐'고 물어서 주저 없이 박 감독이라고 했어요. 그의 영화 '올드보이'의 시각적 스타일, 창의성, 기이한 폭력 등이 '동조자'를 집필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응우옌은 <두 얼굴의 남자>에서 자신과 가족이 이민자로서 겪었던 비애와 고난을 고백한다. 1971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베트남전에서 사이공
지난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인 17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과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APEC CEO 서밋은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을 주제로 한 부대행사를 열었다. 디지털 자산이 조선,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세계 경제의 핵심 의제라는 사실을 공식화한 셈이다.최근 출간된 <비트코인 퍼펙트 바이블>은 기술·경제·정치·철학 네 가지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탐구한 책이다. 부제는 ‘원리와 철학으로 정복하는 비트코인의 모든 것’. 서점가에 쏟아지는 비트코인 관련 책 중에서 기본에 충실해 오히려 눈에 띄는 책이다. 원제 ‘비트코인의 원리(Principles of Bitcoin)’대로 비트코인의 원리부터 활용까지 설명한다.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그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두려움과 무지로 치부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려는 첫걸음을 내딛는 데 이 책만큼 든든한 동반자는 드물 것”이라고 평했다. 원서가 올해 6월 출간된 신간이다.저자 비제이 셀밤은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 영국 아시아 등에서 20여 년간 경력을 쌓은 기업 변호사다. 인도와 영국,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재무 및 기업 법무 부문 책임자를 지냈고, 디지털 자산업계에서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관한 조언을 제공해왔다.셀밤은 “사회에서 가장
성공, 경쟁, 발전…. 흔히 최고경영자(CEO)의 책에 담겼으리라고 짐작하는 내용이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최근 출간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는 다르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책이 강조하는 단어는 ‘행복’이다. 권 전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1981년 금성사(LG전자 전신)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이번 책에서 45년간 ‘LG맨’으로 일하며 겪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경영은 곧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것은 그의 좌우명이자 경영 철학이다. 권 전 부회장은 “그동안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랑이 될까 봐 책을 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며 “제 경험과 깨달음이 젊은 여러분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일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관한 조언도 담았다. 회사든 학교든 타인과 협업하는 인간이라면 새겨둘 만한 내용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더해 설득력을 높인다. 예컨대 적는 자가 이긴다, 즉 ‘적자생존’은 새롭지 않은 조언이지만 권 전 부회장 자신이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1년에 서너 권씩 노트를 썼으니 150권 넘게 적었다”며 “일요일 저녁 식사 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 다음주에 할 일을 정리했다”고 말하면 독자도 일하는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달콤한 성공뿐 아니라 쓰디쓴 실패의 기억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성과를 내며 일하던 중 출장 다녀온 사이에 다른 자리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의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5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연말이 다가오자 경제경영서의 인기가 이어졌다. 15년 차 전업투자자 ‘전황’의 <대형주 추세추종 투자법칙>은 3위, 95만 구독자를 보유한 재테크 유튜버 ‘박곰희TV’의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은 5위를 차지했다. 종합 20위권 내 경제경영서만 7권이 자리했다.구은서 기자
“책이 덮이지 않게 합시다.” 주말 서울광장에 노을이 질 무렵, 광장을 둘러보던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사진)이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그러면 사서들은 광장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곁에 조명을 하나씩 놓아준다. 가족, 연인이 모여 앉은 빈백 소파는 여럿이 함께 책과 풍경을 즐기도록 서울도서관에서 디자인한 것. 2022년부터 서울도서관이 서울광장, 광화문,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 중인 ‘서울야외도서관’ 행사는 ‘사람들이 책을 덮지 않게 하자’는 목표 하나로 이어져왔다. 누적 방문자 700만 명에 달하는 서울야외도서관은 오는 2일을 끝으로 내년 채비를 위해 휴장에 들어간다.오 관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는 파란 하늘 아래 고궁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외국까지 입소문이 났다”며 “여행사에서 서울야외도서관 일정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올 정도”라고 했다. 30년 넘게 공공도서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서울야외도서관 기획 과정 등을 담아 <책 읽는 시민이 답이다>를 출간했다.오 관장은 책과 함께하는 도전을 즐긴다. 이용자 독서모임 ‘힙독클럽’과 강원 봉평 메밀밭에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3532명이 윤동주 시를 이어 낭독하는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 기네스 신기록에 도전해 등재에 성공했다. 오 관장은 “도서관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물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경험이 인식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했다.이런 도전은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이 돼야 한다&rsqu
성공, 경쟁, 발전…. 흔히 최고경영자(CEO)의 책에 담겼으리라고 짐작하는 내용이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최근 출간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는 다르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책이 강조하는 단어는 '행복'이다. 권 전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산업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1981년 금성사(LG전자 전신)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이번 책에서 45년간 'LG맨'으로 일하며 겪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경영은 곧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말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건 그의 좌우명자 경영 철학이다. 권 전 부회장은 "그동안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 자랑이 될까 봐 책을 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며 "제 경험과 깨달음이 젊은 여러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일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회사든 학교든 타인과 협업하는 인간이라면 새겨둘 만한 내용이다. 자신의 경험담도 더해 설득력을 높인다. 예컨대 적는 자가 이긴다, 즉 '적자생존'은 새롭지 않은 조언이지만 권 전 부회장 자신이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1년에 서너 권씩 노트를 썼으니 150권이 넘게 적었다"며 "일요일 저녁식사 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다음 주에 할 일을 정리했다"고 말하면 독자도 일하는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달콤한 성공뿐 아니라 쓰디쓴 실패의 기억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성과를 내며 일하던 중 출장 다녀온 사이에 다른 자리로 인사발령이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인 17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과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APEC CEO 서밋은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를 주제로 한 부대행사를 열었다. 디지털 자산이 조선,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전 세계 경제의 핵심 의제라는 사실을 공식화한 셈이다.최근 출간된 <비트코인 퍼펙트 바이블>은 기술·경제·정치·철학 4가지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탐구하는 책이다. 부제는 '원리와 철학으로 정복하는 비트코인의 모든 것'. 서점가에 쏟아지는 비트코인 관련 책 중에서 기본에 충실해 오히려 눈에 띄는 책이다. 원제 '비트코인의 원리(Principles of Bitcoin)'대로 비트코인의 원리부터 활용까지 설명한다.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그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두려움과 무지로 치부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려는 첫걸음을 내딛는 데 이 책만큼 든든한 동반자는 드물 것"이라고 평했다. 원서가 올해 6월 출간된 신간이다. 저자 비제이 셀밤은 옥스퍼드대 법학과,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 영국, 아시아 등에서 20여 년간 경력을 쌓아온 기업 변호사다. 인도와 영국,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재무 및 기업 법무 부문 책임자를 역임했고,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관한 자문을 제공해왔다.셀밤은 "사회에서 가장 냉
'각색(脚色)'은 '다리 각' 자를 쓴다. 책을 영화로 각색하는 작업이란 말 그대로 이야기에 다리를 달아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활자와 종이에 머물던 인물과 감정에 색을 입히고, 스크린으로 걸어 나오게 만든다. 각자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던 장면, 혹은 그 이상을 눈앞에 데려다 놓는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이 작업에 유독 능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올드보이'(2003) '박쥐'(2009) '아가씨'(2016) 그리고 최근작 '어쩔수가없다'(2025)까지. 그의 대표작 뒤에는 늘 책이 있었다. 그리고 박찬욱의 영화들은 원작과 전혀 다른 길을 만들며 걸어나갔다."이 소설 없는 박찬욱은 상상도 하기 싫다""이 소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어찌 되어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1997년 출간된 박상연의 장편소설 <DMZ>의 2023년 개정판에 들어간 박 감독의 추천사다. 이 책은 충무로에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이다. 박 감독은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와 이후 '3인조'(1997)의 흥행에 연달아 실패했다. 580만 관객을 돌파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없었다면 이후 박 감독의 영화들이 제작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DMZ>가 없었다면 지금의 박찬욱도, 칸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기념비적 영화 덕에 소설도 독자들의 눈길을 다시금 끌 수 있었다.영화가 원작과 차이를 둔 결정적 대목은 소피 장 소령(이영애 분)이다. 원작에서도 사건 수사를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소속된 한국계 스위스인 지그 베르사미 소령이 파견되긴 한다. 다만 박 감독은 이 인물을 여성으로 바꿔놓았다. 박
‘내 일자리는 안녕할까.’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을 바라보면서 근로자들이 공통적으로 품는 의구심이다. AI발(發)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자 미국에서는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으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나왔을 정도다.오는 11월 5일 개막하는 ‘글로벌 인재포럼 2025’에 연사로 참여하는 고용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스타인 브로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국 선임이코노미스트와 후지무라 히로유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원장에게 각각 서면으로 ‘AI와 일자리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AI가 고용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새로운 직업도 대거 창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AI, 노동시장에 활력 불어넣을 것”변화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브로크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터에서 AI 사용률은 한 자릿수였고 주로 대기업에 국한됐다”며 “하지만 최근 OECD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약 3분의 1이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그는 OECD에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2019년 발간된 ‘OECD 고용전망: 미래의 일’의 공동 저자이자 편집자로도 참여했다. 당시 그는 ‘회원국 평균적으로 일자리의 14%가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고, 32%는 업무 수행에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변화 속도가 빨라 이 추정치를 2022년에 수정해야 했다.후지무라 원장 역시 “AI 도입 초기 단계에는 혼란이 예상된다”면서도 “혼란이 잦아들면 현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4인칭의 아이들>은 '4인칭'이라는 독특한 서술 시점을 활용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스스로 서술하거나(1인칭) 타인의 행위와 감정을 설명하는 것(2·3인칭)을 넘어선다. 4인칭은 모든 등장인물의 관점을 종합하면서 비슷한 상황의 불특정 다수에게도 소설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주창한 개념이다.이 소설을 쓴 김아나 작가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상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와 비슷한 (좋지 않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을 찾아서 소통하고 싶었다"고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혼불문학상을 받은 김 작가는 2021년 문학 플랫폼 '던전'에 단편소설을 실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1900XX'으로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받았다.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소설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상이다. 매년 장편소설을 공모해 신인·기성 작가 구분 없이 당선작을 선정한다. 당선된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상금은 7000만원이다.이번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은 제프리 양이라는 사회 유력 인사가 만든 시설 '행복한 아이들의 복지 재단'에서 아이들이 성적으로 학대당하고 다른 피해자와 연대해 서로를 지탱하는 이야기다.김 작가는 "저 역시 좋지 않은 일련의 사건을 겪었고,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같은 악몽을 반복해서 꿨다"며 "많은 여성이 저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악몽을 언급하며 "꿈은 그 누군가 내게 행했던 추악한
"책이 덮이지 않게 합시다." 주말 서울광장에 노을이 질 무렵, 광장을 둘러보던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무전기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앞치마 주머니에 이동식 조명을 담고 있던 사서들은 광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곁에 조명을 하나씩 놓아준다. 가족, 연인이 모여 앉은 빈백 소파는 여럿이 함께 책과 풍경을 즐기도록 서울도서관에서 디자인한 것.2022년부터 서울도서관이 서울광장, 광화문,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 중인 '서울야외도서관' 행사는 '사람들이 책을 덮지 않게 하자'는 목표 하나로 이어져왔다. 그 목표에 호응하듯 지금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약 700만명. 올해 서울야외도서관은 오는 2일을 끝으로 내년 채비를 위해 휴장에 들어간다.오 관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는 파란 하늘 아래 냇가에 발을 담그거나 고궁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외국까지 입소문이 났다"며 "여행사에서 서울야외도서관 일정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올 정도"라고 했다. 30년 넘게 공공도서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서울야외도서관 기획 과정 등을 담아 <책 읽는 시민이 답이다>를 출간했다.서울야외도서관 시작 전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도서관 책을 밖으로 꺼내놓았다가 없어지거나 훼손되면 어떡하냐고 주변에서 말렸다. 오 관장은 "첫주 운영해보니 5000권 중 분실된 건 3권뿐이었고 오히려 '대여 가능한 줄 착각해 책을 가져왔다'며 새 책까지 더해 택배로 돌려보낸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오 관장은 책과 함께하는 도전을 즐긴다. 이용자 독서모임 '힙독클럽'과 봉평 메밀밭에서 이효석의 <메밀꽃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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