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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은서 기자
    구은서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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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문학과 종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이번 주 볼만한 책 7권..."회사에 00년생이 나타났다"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7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미국 정부 산하 방송국의 펜타곤 출입기자인 저자가 미국의 본심을 파헤칩니다. "우리는 세계를 위한 경찰이 아니다." "도대체 우리가 왜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 최근 미국 정부 안팎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800편 넘는 취재 기사, 200명 넘는 전현직 관리 인터뷰,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의 각종 보고서 및 극비 문서 등을 통해 달라진 미국의 마음이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70년간 믿어온 '혈맹'의 안보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엄혹한 현실, 한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선택해야 할지 질문하는 책입니다.서평 읽기(클릭하면 자세한 책 리뷰를 볼 수 있어요) <시간의 기원>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의 제자가 쓴 회고록이자 과학서입니다. 부제는 '스티븐 호킹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이론'. 그의 제자이자 공동 연구자로 20여년을 함께한 토마스 헤르토흐가 호킹의 마지막 연구를 정리했고, 호킹의 인간적 에세이도 풀어 놓습니다. 호킹이 왜 전 세계적으로 2500만부 넘게 팔린 자신의 역작 <시간의 역사>에 대해 훗날 "잘못된 관점에서 쓴 책"이라고 말했는지 <시간의 기원>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서평 읽기(클릭하면 자세한 책 리뷰를 볼 수 있어요)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넷플릭스는 OTT(온라인 동영

    2023.12.25 10:51
  • [이 아침의 소설가] 재난도 사고파는 현실 풍자…亞작가 첫 英 대거상 수상

    “독자의 상상력 빈곤을 자책하게 만드는 기묘한 설정.” 김상욱 물리학자가 소설가 윤고은의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을 읽고 남긴 평이다. 재난 체험 여행 상품을 설계하는 여행사 <밤의 여행자들>, 달 개수가 증식하자 중력을 잃어가는 사람들 <무중력 증후군>, 예술가를 후원하는 개 <불타는 작품>…. 윤고은은 독창적인 상상과 설정을 담은 소설로 독자를 매혹해온 작가다.1980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동국대 문학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무중력 증후군>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고 이효석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2021년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더욱 주목받았다. 아시아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수상작 <밤의 여행자들>은 ‘에코스릴러’로 불린다. 재난 여행 상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여행사 ‘정글’을 중심으로 재난조차 사고팔고자 하는 현대인의 비극을 풍자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더블린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최근 국내외 대형 제작사와 이 작품의 영상화 계약을 맺었다.2019년부터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는 베테랑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하다.구은서 기자

    2023.12.24 18:21
  • [책마을] '무적 LG' 한정판 화보집 29년 만의 우승 덕에 5위

    지난달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숙원을 풀었다. 이를 기념한 한정판 화보집 <무적 LG!>가 예약판매만으로 단숨에 종합 베스트셀러 5위를 차지했다. 쇼펜하우어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서 예약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유튜버 문상훈의 첫 번째 산문집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 3위에 자리했다.구은서 기자

    2023.12.22 18:28
  • [책마을] 유리천장 뚫고 우주 누비는 여자

    지난 10월 지구를 출발한 프시케 탐사선은 2029년 8월 소행성 프시케에 도착할 예정이다. 탐사선은 소행성이 과학자들의 예측대로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 금속으로 이뤄진 지구의 핵과 비슷한지, 그렇다면 자기장의 원천이자 생명체가 행성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핵의 비밀은 무엇인지 살피게 된다.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석연구원은 린디 엘킨스탠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은 엘킨스탠턴이 자신의 도전을 적은 책이다.과학자로서 엘킨스탠턴은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그의 연구는 지질시대와 미래를 넘나들며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고 있다. 우주에는 또 다른 엘킨스탠턴이 존재한다. 소행성 8252 엘킨스탠턴은 그의 이름을 땄다. 그는 카네기과학연구소 지구자기학과 최초의 여성 학과장을 지냈다. 2008년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분야별 최고의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NSF 커리어 어워드’를 받았다.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지질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감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진학한 엘킨스탠턴은 학부생 가운데 여성이 20%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마주한다.여성이 고위직이나 주도적 학문에서 배제되고, 그래서 다시 여성 과학자가 탄생하지 않는 악순환을 그는 목격했다. 교수의 자택을 방문한 한 여성 대학원생은 교수의 어린 자녀에게 이런 말까지 들었다. “당신은 과학자가 될 수 없어요! 여자니까!”개인적 트라우마도 몰려왔다. 어린 시절 겪은 성폭력, 자신을 보호하기는커녕 정서적으로 학대한 부모에 대한 기억으로 엘킨스탠턴은 괴로움을 겪는다. 이후 학술단체의

    2023.12.22 17:29
  • "넌 과학자 못돼. 여자니까!"...유리천장 깨고 세계적 우주 과학자 된 앨킨스탠턴 스토리 [책마을]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팔로마 천문대는 우주에서 날아온 영상 한 편을 받았다. 15초짜리 영상 속에는 '태터'라는 고양이가 뛰놀고 있었다. 영상을 쏜 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금속으로 이뤄졌다는 소행성 '프시케'로 가는 비행체다. 탐사선은 지구에서 3000만㎞(지구와 달 거리의 약 80배) 떨어진 우주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지구로 단 101초 만에 고해상도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해냈다.  올해 10월 지구를 출발한 탐사선은 2029년 8월 소행성 프시케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주선의 이름도 '프시케'로 지었다. 프시케 탐사선은 소행성이 과학자들의 예측대로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 금속으로 이뤄진 지구의 핵과 유사한지, 그렇다면 자기장의 원천이자 생명체가 행성에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의 비밀은 무엇인지 살필 것이다. 원대한 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석 연구원은 린디 엘킨스탠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고 비판적 사고와 협력적 문제 해결을 훈련하고 평가하는 교육 회사 비글러닝의 공동 설립자이자 여성 과학자다.최근 국내 출간된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은 엘킨스탠턴이 자신의 도전과 모험을 말하는 책이다. 물론, 프시케 프로젝트의 성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담을 늘어놓기엔 이르다. 하지만 쟁쟁한 과학자들이 뛰어든 프시케 프로젝트를 여성 리더가 이끌기까지, 그 여성 리더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과학자로서 엘킨스탠턴은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그의 연구는 지질시대와 미래를 넘나들며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고 있다. 우주

    2023.12.20 11:54
  • 교황 '동성커플에도 사제 축복' 공식 승인

    가톨릭교회에서 동성 커플도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됐다.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8일(현지시간)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동성 커플이 원하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게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이 선언문에 서명해 공식 승인했다. 선언문은 동성 커플에게 하는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해서는 안 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동성 커플을 배제해온 가톨릭교회의 전통과는 다른 역사적 결정이다.신앙교리성은 이날 “(동성) 축복이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구은서 기자

    2023.12.19 18:25
  • [이 아침의 시인] 한 마디 단어에 담긴 인생…김소연, 詩로 사전을 짓다

    1993년 등단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김소연은 자신만의 사전을 짓는 시인이다. 산문집 <한 글자 사전> <마음사전> 등을 통해 흔히 아는 단어들의 의미를 시를 쓰듯 정의해냈다. <마음사전>에서 그는 ‘사랑해’라는 말에 대한 긴 정의를 적어냈다.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사랑해’라는 말은 신음처럼 빠져나온다.” 그의 <한 글자 사전> 일본어판은 제8회 일본 번역 대상을 받기도 했다.196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그는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93년 ‘현대시사상’ 겨울호에 시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등단 30주년인 2023년 여섯 번째 시집 <촉진하는 밤>을 출간했다.시집으로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등이 있다. 산문집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등을 썼다. 노작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김소연은 시인으로 사는 일을 ‘변두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변두리로 밀려난 자가 아니라 변두리를 선택한 자가 되어갔다. (…) 죄짓지 않고 사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를 쓰며 사는 일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옷의 세계>)구은서 기자

    2023.12.19 17:43
  • 교황청, 동성 커플 '축복' 처음 승인…"하느님은 모두를 환영"

    가톨릭 교회에서 동성 커플도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 승인했다. 동성 간 결합을 금기시해오던 가톨릭 교회에서는 파격적인 조치다. 다만 교황청은 이 같은 축복이 가톨릭 교회에서 부부가 받는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 18일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선언문에 서명해 공식 승인했다.선언문은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서는 안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동성 커플을 배제해왔던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는 다른 역사적 결정이다.교황청은 2021년 2월 '동성 결합은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탓에 축복할 수 없다'는 교리를 선언한 바 있다. 새로운 선언문을 통해 옛 선언은 대체됐다.신앙교리성은 "(동성) 축복이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제는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된다"며 "궁극적으로 축복은 신앙을 키우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므로 양육돼야 하지, 저해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이 선언문을 발표한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신앙교리성 장관(추기경)은 "축복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은 진정한 발전이자 축복의 목회적 의미에 대한 명확하고 획기적인 기여&

    2023.12.19 10:56
  •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 확 바뀐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2015년 출발한 문학잡지 ‘악스트(Axt·사진)’가 내년 1·2월호인 52호부터 전면 개편된다. 악스트는 은행나무출판사가 격월로 발행하는 소설 및 소설 리뷰 전문 잡지다.잡지의 얼굴, 표지부터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소설가 인터뷰를 크게 싣고 그 소설가의 얼굴을 표지로 삼았다. 52호부터는 인터뷰가 빠진다. 그 시대의 사회와 문학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하나씩 선정해 잡지 주제로 삼는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독자의 일상과 문학 작품을 잇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표지에는 해당 주제에 걸맞은 젊은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을 선정해 싣는다.개편 첫 호인 52호 주제는 ‘갓생(god+인생·목표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삶)’이다. 새해 첫 표지는 이우선 작가의 ‘THESE DAYS’로 택했다.내년부터 악스트는 소설 지면을 강화해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소개할 예정이다. <휴먼의 근사치>를 쓴 김나현 SF 작가 등이 연재를 시작한다. 악스트에 SF 작품이 연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1·2월호에는 최근 독자들이 주목하는 소설가 정지아 이서수 이미상 장류진 등의 글이 실린다.악스트는 51호인 올해 11·12월호를 특별호로 발행했다.구은서 기자

    2023.12.17 18:16
  • '독자의 일상에 주목하겠다'...문예지 '악스트(Axt)' 전면 개편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2015년 출발한 문학잡지 '악스트(Axt)'가 내년 1·2월호인 52호부터 전면 개편된다. 악스트는 은행나무 출판사가 격월로 발행하는 소설 및 소설 리뷰 전문 잡지다.잡지의 얼굴, 표지부터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매 호마다 소설가 인터뷰를 크게 싣고 그 소설가의 얼굴을 표지로 삼았다. 52호부터는 인터뷰가 빠진다. 그 시대의 사회와 문학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하나씩 선정해 잡지 주제로 삼는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독자의 일상과 문학 작품을 잇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표지에는 해당 주제에 걸맞는 젊은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을 선정해 싣는다.개편 첫 호인 52호 주제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인 '갓생(god+인생·목표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삶)'이다. 새해 첫 표지는 이우선 작가의 'THESE DAYS'로 택했다. 52호부터는 외부 편집위원들 대신에 내부 편집자들이 주제, 필자 등을 선정한다.내년부터 악스트는 소설 지면을 강화해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소개할 예정이다. <휴먼의 근사치>를 쓴 SF작가 김나현 작가 등이 연재를 시작한다. 악스트에 SF 작품이 연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나무 측은 "이제 악스트는 리뉴얼돼 다음 행보를 하게 된다"며 "장르도 아우르고 새로운 작가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2월호에는 최근 독자들이 주목하는 소설가 정지아, 이서수, 이미상, 장류진 등의 글이 실린다.악스트는 개편을 앞두고 51호인 올해 11·12월호를 특별호로 발행했다. 1호부터 50호까

    2023.12.17 10:47
  • [책마을] 5126번 실패 딛고 태어난 '다이슨 진공청소기'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글로벌 기술기업 다이슨은 뭔가를 더하는 것만큼이나 없애는 것도 혁신이라는 걸 증명해왔다. 1993년 작은 창고에서 출발한 다이슨은 전체 직원 1만4000명 중 절반가량이 엔지니어인 ‘기술 기업’이다. 청소기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 고가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다이슨은 이제 농업, 의학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이슨의 성공 뒤에는 무수한 실패작이 있었다. 다이슨의 ‘베스트셀러’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는 5127번째 프로토타입이었다.다이슨 창업자이자 수석엔지니어의 실패와 성공의 역사를 담은 자서전 <제임스 다이슨>이 최근 국내 출간됐다. 제임스 다이슨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선보인 덕분에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다이슨에 대한 책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원서가 출간된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과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다이슨 성공 신화를 분석한 <다이슨 스토리>는 국내에도 번역서로 나왔다. 이번에 나온 <제임스 다이슨>은 원서가 지난해 출간된, 다이슨 스스로가 말하는 ‘최신 다이슨’이다.‘1. 성장 배경’ ‘2. 예술 학교’ ‘3. 시트럭’…. 단순명료한 책의 목차는 마치 다이슨 제품 설명서 같지만, 책은 다이슨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인간 다이슨’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이슨은 영국 동부 잉글랜드의 노퍽주(州)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자랐다.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영웅 서사시일까 질색했다면 괜한 걱정이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에는 발명가 다이슨의 면모가 녹아 있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2023.12.15 18:42
  • [책마을] 말 한마디로 호텔 수건 덜 쓰게 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호텔 객실의 수건 교체량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한 호텔의 의뢰로 투숙객에게서 수건 재사용을 유도할 효과적 메시지를 고심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치알디니는 실험을 통해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주세요’보다 ‘70%의 손님이 수건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사용했을 때 수건 재사용률이 더 높아졌다는 것을 밝혀냈다.<집단의 힘>은 이처럼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의 힘’을 탐구한다. 저자는 조직심리학자인 박귀현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산업 및 조직 심리학과 조직행동을 주로 연구해왔다. 저자는 집단의 힘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해야 팀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토론할 때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의사결정 과정이 산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집단심리학은 우리가 대세에 쉽게 휩쓸려가지 않고 분별력을 가지도록 불을 깜박여 주는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물론 개인의 결정이 결국은 집단의 결과물이라는 도식은 만들지 않는다. 단지 개인 심리와 집단 심리를 구분하고, 집단이 개인에게, 개인이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아는 것만으로도 좀 더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보다 혁신적으로 협력적인 팀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리더에게 실용적인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구은서 기자

    2023.12.15 18:40
  • 다이슨은 5126번 실패한 뒤에야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내놨다 [책마을]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글로벌 기술기업 다이슨은 뭔가를 더하는 것만큼이나 없애는 것도 혁신이라는 걸 증명해왔다. 1993년 작은 창고에서 출발한 다이슨은 전체 직원 1만4000명 중 절반 가량이 엔지니어인 '기술 기업'이다. 청소기 선풍기 헤어드라이기 등 고가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다이슨은 이제 농업, 의학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이런 성공 뒤에는 무수한 실패작이 있었다. 다이슨의 '베스트셀러'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는 5127번째 프로토타입이었다.다이슨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의 실패와 성공의 역사를 담은 자서전 <제임스 다이슨>이 최근 국내 출간됐다. 제임스 다이슨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선보인 덕분에 '영국의 스티븐 잡스'로 불린다.다이슨에 대한 책이 처음은 아니다. 원서가 2002년 출간된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이나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다이슨 성공신화를 분석한 <다이슨 스토리>가 이미 국내 번역돼있다. 이번에 나온 <제임스 다이슨>은 원서가 지난해 출간된, 다이슨이 말하는 '최신 다이슨'이다.'1. 성장 배경' '2. 예술 학교' '3. 시트럭'…. 단순명료한 책의 목차는 마치 다이슨 제품설명서 같지만, 책은 다이슨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인간 다이슨'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이슨은 영국 동부 잉글랜드의 노퍽주(州)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자랐다.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영웅 서사시일까 질색했다면 괜한 걱정이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에는 발명가 다이슨의 면모가 녹아 있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자 다이

    2023.12.15 08:59
  • 말 한마디 바꾸니 호텔서 수건 재사용하는 사람들 확 늘어 [책마을]

    '어떻게 하면 호텔 수건을 매일 교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한 호텔의 의뢰로 투숙객에서 수건 재사용을 유도할 효과적 메세지를 고심했다. 환경보호와 더불어 호텔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치알디니의 실험 결과,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주세요"라는 메시지보다 "70%의 손님이 수건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썼을 때 수건 재사용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국내 출간된 <집단의 힘>은 이처럼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의 힘'을 탐구한다. 저자는 조직심리학자 박귀현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산업 및 조직 심리학과 조직행동을 주로 연구해왔다.'집단에 영향을 받는 개인'에 대해 말하다 보면 이런 실망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렇다면, 내가 내 생각과 결단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결국 집단의 결과물일 뿐이란 말인가?'저자는 이런 마음까지 내다본 듯 책 도입부에서 "실망하지를 바란다"며 "개인 심리와 집단 심리를 구분하고, 집단이 개인에게, 개인이 집단에게 미치는 영향을 아는 것만으로도 좀 더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단의 힘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해야 팀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토론을 할 때 의견이 한 쪽으로 쏠리거나 의사결정 과정이 산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책은 "집단심리학은 우리가 대세에 쉽게 휩쓸려가지 않고 분별력을 가지도록 불을 깜박여 주는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팀워크'는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오래된 심리적 자질이다. 저자는 "

    2023.12.13 11:07
  • 영화번역가 황석희 "스타 번역가? 아직 100% 만족한 대사 없어요"

    2015년 4월 1일. 풋내기 영화 번역가 황석희는 자신의 SNS에 짧은 만우절 거짓말을 올렸다. “마블 영화를 내가 작업하게 됐다. 계약 꾹.”밥벌이로 외화드라마 시리즈 ‘뉴스룸’ 등 영상 번역을 한 지 8년, 영화 번역계에 진입한 지는 고작 2년쯤 됐을 때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던 소원은 1년도 안 돼 현실이 됐다. 그에게 영화 ‘데드풀’ 번역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이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데드풀은 ‘구강액션’이란 말이 나올 만큼 주인공이 욕설과 유행어를 넘나드는 화려한 대사를 구사한다. 황 번역가는 ‘말맛’을 살려낸 번역으로 호평받았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인데도 국내에서 3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2년 뒤 국내 개봉한 ‘데드풀2’도 황 번역가가 맡았다. 데드풀이 영어 욕설과 함께 “pumpkin”(호박)을 내뱉으면 “씨(호)박아!”라는 한국어 자막이 떴고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데드풀 성공 이후 황 번역가는 ‘믿고 보는 번역가’로 불리며 ‘스파이더맨’ ‘아바타’ 등 대작 번역을 연이어 맡았다. “‘번역의 신’이 참여한 영화”라며 영화사가 마케팅에 동원할 정도다. 그는 영화를 넘어 연극, 뮤지컬, 그림책도 맡는 ‘잡식성 번역가’로 활약하고 있다.18년 차 번역가이자 최근 에세이집 <번역: 황석희>를 출간한 그를 최근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제 번역을 좋아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제가 거품 같아 책 출간을 오래 망설였다”고 했다. “데드풀 이후 출간 제의가 올 때마다 ‘사람이 마흔 살은 넘

    2023.12.12 18:59
  • 상주는 남자만?…성균관 "제사상 이어 장례식도 현대화해야"(종합)

    “설에 전 안 부쳐도 됩니다” “제사상 차릴 때 ‘홍동백서’ 따질 필요 없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차례, 제례 등 의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해온 성균관 유생들이 내년에는 장례식을 비롯한 ‘상례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한다.12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통제례 바로알리기 후속 사업으로 ‘상례 현대화 권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 등 자문위원들과 일반인 설문조사 등 논의를 진행해 내년 가을께 권고안을 공개한다는 구상이다.위원회 측은 “유교경전 등을 고증해 유교 상례의 본질을 파악하는 동시에 현대적 가치를 반영한 유교의 상례를 알릴 것”이라며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마음에 집중하는 상례문화를 기대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권고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교 상례의 본질에 걸맞는 절차를 알리고 현대인들도 유교 의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현대에 잘못 알려진 유교 전통 예시로는 상복 색깔이 있다. 오늘날 검은색 상복이 보편화돼있지만, 최영갑 위원장은 “우리는 전통적으로 길한 일에는 검은색을 쓰고, 흉한 일에는 흰색을 쓴다”고 설명했다. 전통을 정반대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이날 간담회에서는 상주를 남자만 맡도록 하는 관습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경우 맏이가 딸이면 사위나 동생인 아들이 상주 역할을 하도록 했다. 성차별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관습이다. 최 위원장은 “유교 의례가 과거 남성중심적으로 이뤄진 부분이

    2023.12.12 14:45
  • 이해인 수녀 "러브레터처럼 살다간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를 올려놓는 영국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 지난해 새로운 한국 시인 이름이 등장했다. ‘Claudia Lee Haein.’ 시인이자 수도자인 이해인 수녀(수도명 클라우디아·78)를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예상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1964년 수녀원에 입회, 1976년 종신서원을 한 그는 1970년 가톨릭 잡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6년 첫 시집 를 낸 이후 시집, 에세이, 번역서 등을 50여 권 출간하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신작 시집 를 8년 만에 펴낸 이 수녀를 지난 9일 서울 동자동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서울지구에서 만났다. 전날 수색성당에서 열린 초청 강연을 위해 부산 광안리의 수도원 본원에서 상경한 그는 “오래 두고 읽어 너덜너덜해진 시집을 들고 온 분도 있더라”며 “위로가 필요한 시대인데, 제 시를 읽고 사람들이 위로받는다니 제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해인글방’에서 기도하고 손님을 맞거나 시를 쓴다. “강연을 마치고 사람들이 사인받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에 제가 미안해서 ‘제 사인은 천국행 티켓도 아닌데요’ 했어요.(웃음)” 에는 위로와 희망의 언어가 담겨 있다. ‘햇빛 주사’란 시는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맘이 이내 밝아지는/ 햇빛 한줄기의 주사’를 노래한다. 2008년 직장암 진단을 받고 오랜 투병생활을 한 그는 “아픔 뒤에 햇빛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매일 아침 해가 뜨고 그 햇빛이 온갖 생명을 자라게 한다는 게 놀랍지 않으냐”고 했다. ‘위로와 치유의 시인’ ‘국민 이모’라 불리는 시인

    2023.12.10 18:10
  • '믿고 보는 영화번역가' 황석희 "아직도 100% 만족한 대사는 없어요"

    2015년 4월 1일. 풋내기 영화 번역가 황석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짧은 만우절 거짓말을 올렸다. "마블 영화를 내가 작업하게 됐다. 계약 꾹."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밥벌이를 위해 외화드라마 시리즈 '뉴스룸' 등 영상 번역을 한 지 8년, 영화 번역계에 진입한 지는 불과 2년쯤 됐을 때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었던 소원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실제로 이뤄졌다. 그에게 영화 '데드풀' 한국어 번역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데드풀은 주인공이 '구강액션'이라 할 만큼 욕설과 유행어를 넘나드는 화려한 대사를 구사한다. 황 번역가는 '말맛'을 살려낸 신선한 번역으로 호평 받았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인데도 국내에서 3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2년 뒤 국내 개봉한 '데드풀2'도 당연히 황 번역가가 맡았다. 데드풀이 영어 욕설과 함께 "pumpkin(호박)"을 내뱉으면 "씨(호)박아!"라는 한국어 자막이 떴고,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데드풀' 성공 이후 황 번역가는 '믿고 보는 번역가'로 불리며 '스파이더맨' '아바타' 등 대작 번역을 맡았다. 심지어는 "'번역의 신'이 참여했다"며 영화 마케팅에 동원될 정도다. 18년차 번역가인 그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에세이집 <번역 : 황석희>에서 '번역의 신'이라는 수식어구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어디 집 근처에 토굴이 있으면 큰 이불을 하나 들고 들어가서, 그 깊숙한 곳에 꼭꼭 숨어 이불킥을 삼천사백오십팔만 번쯤 하고 싶더라." 책 출간을 계기로 최근 고양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제 번역을 좋아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제가 거품 같아 책 출간을 오래 망설였다"고 했다. "영화 '데드풀' 자막

    2023.12.10 12:46
  • '불자도 사랑하는 수녀 시인' 이해인 "러브레터처럼 살다 가고파"

    지난해 노벨문학상 후보를 점치는 영국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 새로운 한국 시인의 이름이 등장했다. 'Claudia Lee Hae-in'. 시인이자 수도자 이해인 수녀(수도명 클라우디아·78)를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후보로 예상하는 이들이 해외에서도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1964년 수녀원에 입회, 1976년 종신서원을 한 그는 1970년 가톨릭 잡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낸 이후 시집, 에세이, 번역서 등 50여권의 책을 내며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최근 8년 만의 신작 시집 <이해인의 햇빛 일기>를 출간한 이해인 수녀를 지난 9일 서울 동자동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서울지구에서 만났다. 전날 수색성당에서 열린 초청 강연 때문에 서울을 찾은 그는 "시집 안의 시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 작은 희망의 햇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는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해인글방'에서 기도하고 손님을 맞거나 시를 쓴다. "수색성당 강연을 마치고 사람들이 사인을 받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에 제가 미안해서 '제 사인은 천국행 티켓도 아닌데요' 했어요.(웃음) 오래 두고 읽어 너덜너덜해진 시집, 빛 바랜 시집을 들고온 분들도 있더라고요. 위로가 필요한 시대인데, 제 시를 읽고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니 제가 감사한 일이지요." <이해인의 햇빛 일기>에는 위로와 희망의 언어가 담겨 있다. '햇빛 주사'란 시는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우울한 맘이 이내 밝아지는/햇빛 한줄기의 주사"를 노래한다. 2008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뒤 오랜 투병생활을 한 그는 "아픔 뒤에 햇빛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

    2023.12.10 09:53
  • [책마을] 러시아엔 '샤넬 넘버 5' 쌍둥이 향수가 있다

    신간 책 표지에는 언뜻 보면 하나같지만 사실은 두 종류의 향수병이 겹쳐 그려져 있다. 주인공은 ‘샤넬 넘버 5’와 ‘레드 모스크바’. 샤넬 넘버 5는 마를린 먼로 덕분에 불후의 향수로 남았다. “잘 때 뭘 입냐고요? 물론 샤넬 넘버 5죠”라는 먼로의 말은 너무나 유명하다. 레드 모스크바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소련에서는 나름대로 큰 인기를 누렸다.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향수는 근본이 같다.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동유럽 역사 전문가인 카를 슐뢰겔은 1980년대 초 소련의 행사장에서 맡았던 향기를 나중에 프랑스에서 다시 맞닥뜨리자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가 두 향수의 뿌리로 지목한 것은 ‘부케 드 카타리나’란 향수다. 1913년 러시아 제국에서 프랑스 향수 회사 알퐁스 랄레의 수석조향사 에르네스트 보가 로마노프 왕조 수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러시아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가 애용하던 향수를 개량한 것으로 이듬해 ‘랄레 넘버 1’이란 이름으로 재출시됐다. 조향사 보는 러시아 혁명과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돌아와 코코 샤넬에게 10개의 향수 샘플을 건넸다. 샤넬은 다섯 번째를 선택했고, 이 향수가 샤넬 넘버 5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저자는 샤넬 넘버 5가 랄레 넘버 1처럼 북극의 공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 전통적인 꽃향기가 아니라 알데히드를 합성해 만들었다는 것 등에 주목한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랄레 넘버 1의 제조법을 알고 있는 또 한 명의 조향사가 있었으니 오귀스트 미셸이다. 프랑스로 떠난 보와 달리 러시아에 남은 미셸은 국유화된 향수 회사에서 일하며 레드 모스크바를 만들었다. 책은 향수 냄새가 퍼져나가듯 향수, 역사적 인물,

    2023.12.08 19:10
  • [책마을] 도시의 흥망 좌우하는 3가지…교육·주택·교통

    지구촌은 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세계 인구의 태반(55%)이 도시에 살고 2050년에는 도시인 비중이 3분의 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도시는 재난과 번영, 전쟁과 정치의 기본 단위가 됐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의 원제는 ‘도시의 수명(Age of the City)’이다. 어떤 도시는 거대해지고, 어떤 도시는 소멸하는가를 살핀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은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언 골딘 옥스퍼드대 교수다. 세계화와 개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골딘과 더불어 경제매거진 ‘이코노미스트’의 필진 톰 리-데블린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인류가 마주한 최대 난제의 해답을 도시 개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1~3장은 역사서에 가깝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오늘날까지 도시가 어떻게 인류 발전을 이끌어왔는지 보여준다. 도시의 팽창은 산업혁명과 농업 발전의 결과였다. 과거에는 농업 생산 효율이 높지 않아 도시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광활한 배후 지역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의학과 공중 보건이 발전하면서 밀집 도시에서의 사망률도 낮아졌다. 요즘 도시들의 화두와 대안이 궁금하다면 4장부터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간 불균형, 일과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도시,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을 탐구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시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도시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70%를 발생시키지만 고밀도 도시 생활이 시골 생활보다 배출 집약도가 낮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이나 건물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도시가 탄소 배

    2023.12.08 19:09
  • [책마을] 디즈니에 영감 준 원조 '겨울왕국'

    겨울왕국. 요즘은 이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렛 잇 고(let it go)~”를 외치는 노래가 자동 재생되지만 디즈니 만화영화가 나오기 전만 해도 원조 겨울왕국은 동화책에 있었습니다. 1845년 발표된 한스 안데르센의 은 겨울과 얼음을 다룬 고전입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카이라는 소년, 그의 단짝친구인 게르다라는 소녀, 그리고 눈의 여왕에 대한 이야기예요. 눈송이를 지배하는 눈의 여왕이 매혹적인데, 그녀는 유럽 북부 라플란드에 얼음의 궁전을 지어놓고 어린아이들을 데려가죠. 이야기는 마치 얼음 같은 거울 조각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악마가 자신이 반사하는 모든 것을 나쁘고 추한 모습으로 왜곡하는 거울을 만들어내요. 그 거울로 천사를 비춰보려고 하늘로 가져가다가 그만 깨져버리죠. 수십억 개의 거울 조각은 땅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눈이나 심장에 박혀요. 거울 조각들은 사람의 마음을 얼음처럼 차갑게 만들어버립니다. 따뜻한 심성을 가졌던 카이는 심장 한가운데에 거울 조각이 박힌 뒤 냉정하게 변해요. 어느 날 카이는 썰매를 타고 놀다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갑니다. 몸 전체가 투명하고 싸늘한 얼음 결정체처럼 보이는 그녀는 카이에게 두 번 입을 맞춥니다. 그러자 카이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할머니와 게르다에 대한 기억을 잃어요. 눈의 여왕의 첫 번째 입맞춤은 추위를 잊게 만들고, 두 번째는 사랑하던 사람을 잊어버리게 해요. 아직 세 번째 입맞춤은 없었는데 세 번째는 목숨을 앗아갑니다. 이때부터 게르다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카이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카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길을 떠나요. 갖은 고생을 겪으며 마녀와 산적, 순록을 만

    2023.12.08 18:43
  • 어떤 도시가 흥하고 망하는가… 세계적 석학이 분석한 도시의 수명 [책마을]

    지구촌은 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세계 인구의 태반(55%)이 도시에 살고 2050년에는 도시인 비중이 3분의 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도시는 재난과 번영, 전쟁과 정치의 기본 단위가 됐다. 최근 국내 출간된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의 원제는 ‘도시의 수명(age of the city)’다. 어떤 도시는 거대해지고, 어떤 도시는 소멸하는가를 살핀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은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이언 골딘 옥스퍼드대 교수다. 세계화와 개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골딘과 더불어 경제매거진 ‘이코노미스트’의 필진 톰 리-데블린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인류가 마주한 최대 난제의 해답을 도시개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1~3장은 역사서에 가깝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오늘날까지 도시가 어떻게 인류 발전을 이끌어왔는지 보여준다. 도시의 팽창은 산업혁명과 농업 발전의 결과였다. 과거에는 농업 생산 효율이 좋지 않아 도시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광활한 배후 지역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의학과 공중 보건이 발전하면서 밀집 도시에서의 사망률도 낮아졌다. 요즘 도시들의 화두와 대안이 궁금하다면 4장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다. 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간 불균형, 일과 공통체의 중심으로서의 도시,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을 탐구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시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도시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70%를 발생시키지만 고밀도의 도시 생활이 시골 생활보다는 배출 집약도가 낮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이나 건물 에

    2023.12.08 15:29
  • 한국교회총연합 신임 대표회장에 장종현 목사

    개신교계 연합인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신임 대표회장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대표총회장 장종현 목사를 선임했다. 한교총은 7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글로리아홀에서 제7회 총회를 갖고 대표회장으로 장 목사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날 취임한 장 목사의 임기는 1년이다. 장 목사는 취임사를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한교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며 "영적 지도자들이 먼저 무릎 꿇고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고 서로를 용납해야 비로소 한국교회가 하나 되고,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도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를 위해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힘쓸 것"이라며 "저출생 극복과 아동 돌봄,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활동에 모든 교단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한교총은 이날 공동대표회장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오정호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김의식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이철 감독,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임석웅 목사를 추대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한교총은 이날 총회에서 '한국교회 회복과 부흥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 사업, 전문인 초청 문화유산 탐방, 기후환경 보전 사업과 저출생 극복을 위한 사업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기독교계가 기존에 주장해왔던 종교문화자원 보존법 제정, 건강가정기본법과 사립학교법 등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할 방침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2023.12.07 14:04
  • "렛잇고"보다 170년 앞서 '겨울왕국' 그린 안데르센의 소설

    '겨울왕국'. 요즘은 이 단어를 들으면 "렛 잇 고(let it go)~" 외치는 노래가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지만, 디즈니 만화영화가 나오기 전만 해도 원조 '겨울왕국'은 동화책에 있었습니다. 1845년에 발표된 한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은 겨울과 얼음을 다룬 고전입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카이라는 소년, 그의 단짝친구인 게르다라는 소녀, 그리고 눈의 여왕에 대한 이야기예요. 눈송이를 지배하는 눈의 여왕이 매혹적인데, 그녀는 유럽 북부 라플란드에 얼음의 궁전을 지어놓고 어린아이들을 데려가죠. 이야기는 마치 얼음 같은 거울 조각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악마가 자신이 반사하는 모든 것을 나쁘고 추한 모습으로 왜곡하는 거울을 만들어내요. 그 거울이 너무 재밌어서 천사를 비춰보려고 하늘로 가져가다가 거울이 그만 깨져버리죠. 수십억 개의 거울 조각이 땅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눈이나 심장에 박혀버려요. 따뜻한 심성을 가졌던 카이 역시 심장 한가운데에 거울 조각이 박혀버립니다. 화단을 장식한 장미꽃을 보며 "계곡에 장미가 아름답게 피었네/이제 우리 아기 예수를 보러 가리" 노래하던 소년은 장미가 "보기 싫게 피었다"며 비틀어 꺾어버리는 사람으로 변했어요. 놀란 게르다가 눈물을 터뜨리자 우는 건 질색이라며 타박하고요. 이런 카이가 결함을 찾지 못한 완벽한 존재는 눈송이뿐이었어요. 눈송이를 확대경으로 비춰보면서 "정확한 대칭을 이루면서 단 하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형체"라고 칭송합니다. 어느 겨울날 카이는 처음 보는 흰 썰매에 자신의 썰매를 묶고 놀았는데, 주변이 온통 눈보라로 둘러싸이더니 그대로 사로잡혀 버립니다. 썰매에 타고 있던 사람이 눈의 여

    2023.12.06 16:04
  • 러시아에는 샤넬 넘버5와 똑같은 쌍둥이 향수가 있다

    두개인 듯 하나다. 마치 향수병이 담긴 종이상자 같은 <제국의 향기> 책 표지에는 언뜻 보면 향수 한 병이 그려져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두 개의 향수 그림이 겹쳐져 있다. 주인공은 샤넬 넘버 5와 레드 모스크바. 1921년 5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출시된 샤넬 넘버 5는 마릴린 먼로 덕분에 너무도 유명해졌다. "잘 때 뭘 입냐고요? 물론 샤넬 넘버 5죠." 먼로의 말은 샤넬 넘버 5를 불후의 향수로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레드 모스크바는 소련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향수다. 연결고리가 없어보이는 두 개의 향수는 사실 어머니가 같은 '쌍둥이'다.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동유럽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1980년대 초반 소련의 행사장에서 맡았던 향기를 이후 프랑스에서 다시 맞닥뜨리면서 두 향수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향수에 관한 책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그는 향수와 20세기 정치사회사를 혼합해 독창적인 책을 솜씨 좋게 만들었다. 샤넬 넘버 5와 레드 모스크바의 어머니는 누구일까. 저자가 지목한 건 '부케 드 카타리나'다. 1913년 러시아 제국에서 프랑스 향수 회사 알퐁스 랄레의 수석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가 로마노프 왕조 수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향수다. 러시아의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가 애용하던 향수를 개량해 만든 것으로, 이듬해 '랄레 넘버 1'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러시아 혁명과 내전의 혼란을 피해 보는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샤넬의 연인이었던 러시아 황족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로마노프의 소개로 코코 샤넬을 만난다. 보가 건넨 10개의 향수 샘플 중 샤넬은 다섯 번째를 선택했고, 이 향수는 '샤넬 넘버 5'라는

    2023.12.06 10:34
  • 한소희 말 한마디에 '완판'된 책

    800쪽이 넘는 ‘벽돌책’, 국내 출간된 지 거의 10년이 된 책….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순전히 배우 한소희의 추천 덕분이다.4일 출판계에 따르면 페르난두 페소아의 에세이집 <불안의 서>는 최근 주문이 몰려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알라딘, 예스24 등에서는 책이 품절되자 예약판매 형태로 책을 판매 중이다.지난달 말 배우 한소희(사진)가 한 잡지 인터뷰에서 “<불안의 서>라는 두꺼운 책을 오래도록 읽고 있다”고 말한 게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출판사 봄날의책에 따르면 인터뷰 공개 직후 재고 수백 권이 순식간에 소진돼 부랴부랴 중쇄에 들어갔다.<불안의 서>는 포르투갈의 국민 작가로 추앙받는 시인 페소아가 쓴 에세이집으로,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글 480여 편이 실려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불안의 책>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봄날의책에서 나온 국내판은 소설가 배수아의 번역 덕분에 문장이 유려한 것으로 유명하다.한소희는 <불안의 서>를 소개하면서 “책에 인상 깊은 말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는 것”이라며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라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구은서 기자

    2023.12.04 19:07
  • "불안 없애려고 읽고 있어요" 한소희 말에 품절된 ‘800페이지짜리 책’

    800쪽이 넘는 '벽돌책', 국내 출간된 지 거의 10년이 된 책…. 지금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엔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들이다. 그럼에도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한 책이 있다. 순전히 배우 한소희의 추천 덕분이다. 4일 출판계에 따르면 페르난두 페소아의 에세이집 <불안의 서>는 최근 주문이 몰려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알라딘, 예스24 등에서는 책이 품절되자 예약판매 형태로 책을 판매 중이다. 지난달 말 배우 한소희가 한 잡지 인터뷰에서 “<불안의 서>라는 두꺼운 책을 오래도록 읽고 있다”고 말한 게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인터뷰 당시 기자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말하자 한소희는 "왜요? 기자님 불안하세요?" 하며 책을 추천했다. 출판사 봄날의 책에 따르면 인터뷰 공개 직후 재고 수백권이 순식간에 소진돼 부랴부랴 중쇄에 들어갔다. <불안의 서>는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추앙받는 시인 페소아가 쓴 에세이집으로,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글 480여 편이 실려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불안의 책>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소개했다. 봄날의 책에서 나온 국내판은 소설가 배수아의 번역 덕분에 문장이 유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소희는 <불안의 서>를 소개하면서 “책에 인상 깊은 말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는 것”이라며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라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2023.12.04 15:39
  • 50개 출판사, 알라딘에 e북 공급 중단

    지난 5월 발생한 전자책 불법 유출 사태의 피해보상 방안을 놓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출판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다산북스,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등 50여 개 출판사는 알라딘에 이달부터 신간 전자책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알라딘을 통한 전자책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들 출판사는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2월 1일부터 종이책 공급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출판사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알라딘에 신간 전자책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대상, 현대문학상을 받은 안보윤의 소설 등 최근 출간된 신간 전자책 중 일부는 예스24, 교보문고에서는 구입 가능하지만 알라딘에서는 살 수 없다. 출판사들은 과거에 납품한 전자책들도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알라딘은 거부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한국출판인회의를 통해 피해보상 방안을 논의 중인 만큼 협의 결과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알라딘은 출판사들의 전자책 판매 중단 요구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알라딘은 지난 5월 10대 고등학생 해커에게 시스템을 해킹당해 전자책 5000권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출됐다. 이 해커는 지난 10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건 발생 직후 알라딘은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보상 책임을 성실히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안을 두고 알라딘과 피해 출판사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알라딘과 한국출판인회의는 조만간 다시 면담하고 피해보상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2023.12.03 18:21
  • [책마을] 남성 호르몬은 죄가 없다…문제는 폭력 용인하는 사회

    ‘행동’에 대한 1040쪽짜리 책을 내는 것은 어떤 의미의 행동일까? 최근 국내 출간된 은 일단 두께로 압도하는 책이다. 1000쪽이 넘는 양장본은 일반적인 책의 3배 분량이다. 무게만 1.5㎏에 달한다. 그야말로 인간 행동에 대한 모든 것을 담겠다는 포부가 전해진다. 저자의 면면을 보면 수긍하게 된다. 책을 쓴 로버트 M 새폴스키는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 스트레스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스트레스가 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학자다.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과 및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경과학자가 내놓은 두꺼운 책이라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인 구달에 코미디언을 섞으면 새폴스키처럼 글을 쓸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평처럼 깊이 있으면서 재기발랄한 글이다. 신경과학 책이 술술 읽히는, 심지어 가끔은 피식거리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한다. 서문부터가 그렇다. “상상은 늘 이렇게 흘러간다”고 새폴스키의 상상이 시작된다. 이 상상은 정체불명 ‘그’의 비밀 벙커에 잠입하는 것. 액션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격투 묘사 문장들이 흘러가고, 상상은 새폴스키의 이 같은 선언으로 끝맺으며 ‘그’의 정체를 밝힌다. “아돌프 히틀러.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로 너를 체포한다.” 인간이 폭력적 상상을 하곤 한다는 것, 즉 인간이 폭력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책의 핵심 논쟁점을 ‘인류 최악의 폭력을 저지른 히틀러에 대한 폭력’이라는 딜레마 상황을 통해 풀어낸 것이다. 책은 인간 행동 중에서도 특히 폭력, 공격성, 경쟁에 주목한다. 특정 행동이 벌어지기 1초 전, 몇 분~며칠 전, 몇 달 전 등 줌렌즈를 뒤로 당기

    2023.12.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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