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시인 "현대 문학이 움튼 명동, 쇼핑거리로만 놔둘 건가요"
“요즘 서울 명동은 그저 쇼핑몰 거리가 됐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길거리 음식만 경험하고 돌아가게 할 건가요?”

서울현대문학관(가칭) 건립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민호 시인(사진)은 지난 16일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문인들의 자취를 보존하고 시민들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울의 중심인 명동은 우리 문학의 시작점”이라며 “천재 시인 이상이 ‘무기’ 다방을 열어 당대 문인들과 교류했고, 막걸리집 ‘은성’에서 시인 박인환, 김수영, 천상병이 문학을 논하던 곳”이라고 했다. 이어 “소설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이상의 <날개>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서울은 수많은 작가의 문학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김종삼 시인의 제자인 이 시인은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현재 김수영기념사업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서울과학기술대 인문교양학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시인을 비롯한 서울현대문학관 설립추진위원들은 21일 서울 중구구민회관에서 발기인 대회 및 창립총회를 연다.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김춘수 시인의 장손인 김현중 작가 등이 참여한다.

이름에 ‘문학’이 들어간 공간은 서울 안팎에 많다. 전국 각지에 여러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국립한국문학관도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그런데 왜 서울현대문학관이 필요할까. 이 시인은 “지역 문학관은 많을지 몰라도 한국 문학의 본류 서울에서 활동한 작가들, 서울 지역 문학은 오히려 수도라는 이유로 별도 공간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입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단법인 형태로 추진위원회를 꾸린 뒤 후원회원을 모집, 문학관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배우 최불암 씨를 고문으로 초빙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명동에서 문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던 막걸리집 은성을 운영한 이명숙 여사가 최씨의 모친이다.

그는 “회원 1만 명을 모아 동인지를 내는 등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웹툰, 웹소설, 비주얼아트 등 다른 장르와도 협업해 청년들의 발길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