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해외에서 사는 것. 세 가지 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쉽지 않은 세 가지를 모두 해내는 여성들이 있다.

최근 출간된 <선 넘은 여자들>은 '바다 건너 길을 찾은 해외 워킹맘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유명인의 자서전이나 성공담, 무작정 "국경 밖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부추기는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해외 워킹맘 열두 명의 고군분투가 담긴 진솔한 에세이집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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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들어가 알파벳을 처음 접했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 해외지사 임원이 된 여자, 글로벌 스포츠 회사에 근무하며 스타트업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여자…. 이들이 왜, 어떻게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지 생생한 경험담이 펼쳐진다. 자신 앞에 무심하게 던져진 기회를 어떻게 잡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는지 귀한 '여자 선배'의 조언을 나눈다.
'외국에서 아이키우며 회사다니는' 워킹맘들, 어떤 생각으로 버티는 걸까 [책마을]
물론 해외 워킹맘의 비애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외지사 마케팅 전반을 이끄는 중책을 제안받고도 두 아이를 돌볼 가사도우미 비용부터 가늠한다. 돌도 되기 전에 타국으로 옮겨 생경한 언어와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가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는 걸 보면서 착잡해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관리자 자리를 제안받은 중요한 시기에 고위험 임신으로 출장을 거절하는 상황에 놓인다.

워킹맘의 고군분투는 국경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구절들이 워킹맘들에게 위로와 응원, 격려를 건넨다. "확실한 건 엄마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항의를 하더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살아간다."

나영석 PD는 책 추천사를 통해 해외 워킹맘 열두 명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난다"고 썼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혹여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러는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이처럼 뜨겁게 산 적이 있느냐고."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