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시집은 시인 한 명의 문학 세계를 함축한다. 그래서 두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함께 쓴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두 명의 화가가 나눠 그린 그림을 찾아보기 드물듯이.
"친구는 나의 거울"...두 시인이 함께 쓴 우정시집 ‘은지와 소연’
그런 점에서 최근 출간된 <은지와 소연>은 '우정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시집이다. 절친한 친구인 김은지와 이소연 두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함께 완성했다.

201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김은지 시인은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여름 외투> 등을 펴냈다. 이소연 시인은 2014년 한경 신춘문예로 데뷔한 뒤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쁨>을 출간했다.

두 사람은 첫 번째 시로 ‘니’라는 같은 제목의 시를 나란히 실었다. 김 시인은 '네가'라는 글자가 "내가"와 발음이 똑같다는 걸 두고 "그건 어쩌면/너라는 사람은 나와/완전히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나는 너로 인해서/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이 시인은 "교과서처럼 앞머리를 반듯하게 자르고/교과서적으로는 말하지 않는 네가" 좋은 이유를 섬세하게 적어냈다. 이밖에 소재나 제목은 달라도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과 경험이 녹아든 시들이 시집을 채운다.

황인찬 시인은 추천사에서 "친구는 우리 삶에서 가장 정확한 거울"이라며 "두 시인이 함께 발을 맞춘 이 시집에는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담겨 있고,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다"고 썼다. "시란 본디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인 법인데, 이 시집이 보여주는 두 사람의 세계는 각각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이면서, 두 사람이 만나 함께 경험한 시간들의 곡진한 기록이 된다."

두 시인은 시집 첫머리의 '시인의 말'도 따로 또 함께 썼다. "모든 우정을 나누는 이들에게"(이소연) "바친다"(김은지)고.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