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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 제조 생태계…삼성전자도 배운다

미들파워 허브 대한민국

韓, 中제조굴기에 대비해야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중국이 어떻게 최첨단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는지 직접 보고 오라.”

삼성전자 직원들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특명에 따라 중국 톈진에 있는 자동차 공장 설계 전문기업 AE코퍼레이션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의 의뢰를 받아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공장을 만들어주는 기업이다. ‘이재용의 특명’에는 ‘레드테크’(중국의 첨단기술)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AI 패권을 쥐기 위해 전방위 투자를 하면서 자동차, 배터리를 넘어 반도체, 로봇 등 첨단산업의 제조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제조 각 분야 혁신을 구현한 ‘등대공장’의 40%를 중국이 세웠을 정도다. 스마트공장을 스마트폰을 찍어내듯 제조 생태계를 통째로 수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AI 제조 굴기가 한국의 미들파워 허브 전략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 공대 소속 15개 연구소는 ‘아직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제조 분야는 반도체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국이 약하거나 할 수 없는 지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피지컬 AI 시대에 한국의 장점으로 거론되는 제조업 경쟁력이 되레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자동화율이 91%에 달하는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전기차 제조 공장. 샤오미 제공
전체 자동화율이 91%에 달하는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전기차 제조 공장. 샤오미 제공

'제조 생태계' 통째로 수출하는 中…세계 '등대공장' 40% 장악
韓 위협하는 中 첨단 제조업 굴기…우리의 선택지는

지난달 방문한 중국 선전의 CRF유니언. 화웨이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창업한 이곳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주는 컨설팅 회사다. 평범해 보이는 사무실 안에는 첨단 로봇팔과 3차원(3D) 스캐너, 딥러닝 기반 컴퓨터 비전 장비 등 공장을 만들어주는 장비가 가득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18년 등대가 배를 안내하는 것처럼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이라는 의미로 ‘등대공장’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지난해 WEF가 선정한 세계 등대공장 190여 곳 중 40%인 약 70곳이 중국에 몰려 있다. 이 회사는 등대공장 3곳을 세웠다. AI와 제조를 결합해 글로벌 제조업의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 中제조 2035 최전선에 선 항저우

제조 현장에서 중국의 변화는 천지개벽이다. AI·로봇을 결합해 휴일 없이 24시간 가동하는 ‘다크팩토리’는 중국에선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와 ‘불이 꺼진 채 돌아가는 공장’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가가 됐다는 의미다. 중국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은 AI를 활용해 전체 자동화율을 91%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공장 자동화는 샤오미 같은 대기업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2016년 창업한 헤이후과기는 ‘공장을 스마트폰처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중국 전역의 중소 제조업에 이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개최를 약 1주일 앞둔 14일 리창 총리 주재로 연 경제 좌담회에서 실질생산력 발전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헤이후과기 창업자는 산업 AI 분야 기업인 8명에 포함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AI를 결합한 중국의 제조 굴기가 미들파워 허브로서 한국의 장점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주요 제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첨단 기술 확보 전략인 ‘중국 제조 2025’에서 꼽은 11개 산업(2018년 인공지능 추가) 중 전기차·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최소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배출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한국의 8대 주력 산업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언제 뒤집힐지 모를 위태로운 형국이다.

◇ ‘가성비’로 무장한 스타트업 군단

현재 중국 공산당은 ‘제조 2025’를 넘어선 ‘제조 2035’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고 있다. 기초·원천 기술을 담당하는 연구에 자원을 집중 투입해 2035년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엔 국가슈퍼컴퓨팅 네트워크(SCNet)를 기반으로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시스템을 가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판 맨해튼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중국이 대응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이 여전히 ‘AI 3대 강국론’에 치중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젊은 연구개발(R&D) 인재들의 창의성이다. 촘촘하게 설계된 제조 생태계와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 더해져 중국은 제조업에 이어 첨단 기술 산업에서도 ‘중국 천하’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매년 R&D 투자를 10% 가까이 늘렸고, 관련 예산은 2020년 2조4393억위안에서 지난해 4조위안을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방문한 저장성 항저우는 중국인 14억 명의 미래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오픈AI 대항마인 딥시크와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로봇 기업 유니트리뿐만 아니라 딥로보틱스(휴머노이드로봇), 브레인코(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매니코어(AI 공간지능), 게임사이언스(게임) 등이 항저우에서 탄생했다. 중국 테크업계의 ‘6마리 용’(류샤오룽·六小龍)으로 불리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중국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중국 제조 2035가 제시한 최전선 기술에서 선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항저우의 한 기업인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본고장인 항저우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10년 넘게 혹독한 실험을 거쳤다”며 “공산당은 스타트업에 무이자 자금 지원, 임차료 감면, 연구 공간 등을 아낌없이 제공했고 최고급 인재들을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해 6마리 용을 키워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거대 자본이 최첨단 스타트업계로 밀려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 中브랜드 파워 키워 ‘안방’ 침투

기술 경쟁력을 키운 중국 제조업의 파도는 이미 한국 시장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은 ‘탐색’ 단계를 지나 이미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초 중국 완성차 최초로 한국에 공식 진출한 비야디(BYD)는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4위로 등극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지커, 샤오펑 등 다른 브랜드도 올해 국내 출시를 예고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세계 3위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안방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로보락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45%로 선두를 점령했고, 샤오미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스마트 가전으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며 판매를 늘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밀가공 업체를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자칫하면 한국 제조업이 뿌리째 중국에 먹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우리 공급망이 미·중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해선 안 된다”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같은 편으로 둘 수밖에 없을 히든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전·항저우=신정은/최영총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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