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기업들에까지 불황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실적 컨센서스(2개 이상 증권사의 추정치 평균)가 있는 135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1%나 급감할 것이란 예상이다. 감소폭이 역대 최대여서 ‘실적 쇼크’라고 부를 만하다. 이마트 네이버 같은 간판 기업들이 상장 후 첫 적자를 걱정하고 있고, 잘나가던 SK하이닉스조차 4분기 적자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한경 6월 25일자 A1, 5면).

기업이익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이라던 당초 전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증권업계에선 회복시기가 빨라야 4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실질적으로 실적이 호전된다기보다는 기저효과를 감안한 예상이다. 미·중 통상갈등 장기화, 반도체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정부가 ‘하반기 경기회복’으로 내건 전제조건들도 다 물 건너간 상태다.

내수는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수출마저 7개월째 업종 구분 없이 부진하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주력산업 수출이 7.4% 줄어들고 특히 반도체는 21.3%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에서도, 내수에서도 경기의 ‘버팀목’이 될 만한 업종이 전혀 안 보인다. 과거 같으면 이럴 때 한국전력 같은 경기방어 업종이라도 버텨줬겠지만, 탈(脫)원전 여파로 적자로 돌변한 상태다. 사방이 꽉 막힌 것을 뜻하는 ‘폐색감(閉塞感)’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랜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넘어 재무안정성이 훼손되고 생존을 위협받는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못 버는 ‘좀비 중소기업’이 역대 최대란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1213곳 가운데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중소기업이 34.0%에 달했고, 대기업도 23.6%나 됐다. 국내 기업 3~4곳 중에 하나는 좀비 상태라는 얘기다. 구조개혁 없이는 추경 편성, 금리 인하 등의 부양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선 세계 교역 감소로 인한 경기 위축이 숙명에 가깝다. 기업이익 악화 속도가 미국 일본 유럽보다 월등히 빠른 이유다. 하지만 대외 역풍이 몰아치는데도 세계 흐름에 역행해 노동비용과 법인세 부담을 늘린 반(反)기업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더 키운 것은 자업자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나라에서 수출이 살아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내수 회복도 기대할 텐데, 정책기조는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의 도그마에 갇혀 있다. 과감한 정책전환 없이는 경제활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