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기업들까지 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등 상장회사 실적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도심이 안개로 자욱하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간판 기업들까지 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등 상장회사 실적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도심이 안개로 자욱하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불황의 그림자가 한국 대표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네이버, 이마트 등 간판 기업들까지 첫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24일 하나금융투자는 유통업종 대표주인 이마트에 대해 “2분기 영업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부진 속에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한 16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6월에 내는 종합부동산세 증가에 따라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네이버마저 적자?…2분기 '실적 쇼크' 덮친다
인터넷업종 대표주인 네이버도 일본 현지법인 라인이 사용한 마케팅 비용 300억엔(약 3283억원)의 본사 반영 여부에 따라 최대 1265억원의 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투자증권은 내다봤다. 이들 증권사 전망대로라면 네이버와 이마트는 각각 2002년, 2011년 증시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보게 된다.

전체 상장사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35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22조6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3개월 전 추정치(27조8242억원)보다 18.5% 줄어든 것이며, 역대 최악이던 1분기 영업이익 감소폭(26.9%)보다 크다.

기업 실적 '날개없는 추락'…영업익 전망치 석달새 28兆→22兆 급감

다음달 ‘최악의 실적 발표 시즌’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2분기 기업이익 전망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이마트 네이버 등은 상장 후 처음으로 적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무역분쟁에 의한 대외 불확실성과 최저임금·통화정책 실기 등 대내 요인이 겹친 탓이다.
이마트·네이버마저 적자?…2분기 '실적 쇼크' 덮친다
“2분기 영업이익 감소폭 역대 최악”

24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35곳의 2분기 영업이익은 22조6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급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역대 최악이던 1분기 영업이익 감소폭(26.9%)보다 크다. 컨센서스대로라면 IFRS를 전면 도입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 될 전망이다.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135곳만 간추린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27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23조3000억원으로 감소했고, 급기야 이달에는 22조원대로 3개월 전 대비 18.5% 쪼그라들었다.

증권사마다 전망치에 차이는 있지만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대부분 업종에서 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2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급락’이란 역풍을 맞은 정보기술(IT) 업종 외에 정유사를 포함한 에너지(-13.6%)와 운송(-5.7%) 등 대부분 업종이 최근 한 달 동안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락했다.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유틸리티 업종은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영업이익 전망치가 적자로 돌변했다. 한국전력은 석 달 전만 해도 2분기 6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으나 한 달 전 3826억원 적자로 바뀌었고, 지금은 예상 적자폭이 5218억원으로 확대됐다. 정유주인 에쓰오일도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294억원으로 3개월 전(3858억원)과 1개월 전(2740억원)보다 각각 40.6%와 16.3% 하락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 버팀목이 될 업종이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기업이익 하락 속도 가장 빠른 한국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 하락 속도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옛 톰슨로이터)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석 달 전보다 7.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A주(-2.1%), 일본 MSCI재팬(-3.4%), MSCI유럽(-0.6%)의 감소폭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EPS는 2.2%, MSCI유럽지수는 0.3% 높아졌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도 최근 기업 이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일 뿐”이라며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미 증시의 올해 EPS는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치 하락이 유독 심한 이유는 수출과 반도체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각각 60.2%와 29.0% 늘었던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1.8% 줄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15.8%와 5.4% 증가했던 한국 전체 수출도 올 들어 7.4% 감소로 돌아섰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한국 수출이 금방 회복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2분기에 기업이익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도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 업황이 나빠지는 가운데 정부가 금리 인하를 통한 부양 기회를 놓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한 것도 국내 기업 이익 전망치 급락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영연/임근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