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튀르키예가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CBNC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인 1주일 만기 레포 금리를 9%에서 8.5%로 0.5%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 전문가 예상치에는 부합한다.

튀르키예가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금리 인하를 결정한 건 대지진 사태 이후 경제 재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진 발생 이후 산업 생산의 성장 모멘텀과 고용의 긍정적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며 "지진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이달 들어 두차례 강진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4만6000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다만 "이번 지진이 단기적인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기적으로 국가 경제 성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지난해에도 4회 연속 금리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치면서 물가를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1월 물가상승률은 연율 환산 기준으로 무려 57.68%에 달했다.

튀르키예는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만 840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맞먹는 수준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