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또다시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에 전격 합의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2일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노르트스트림 정비를 이유로 지난달 31일 오전 4시부터 이달 3일 오전 4시까지 일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비 완료 및 가스 공급 재개를 불과 7시간여 앞두고 ‘무기한 공급 중단’으로 돌아선 것이다.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수차례 중단했다가 재개하면서도 “고의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가스프롬은 2일 밤늦게 발표한 노르트스트림 정비 상황 성명에서 “정기 점검 중 누출이 발견됐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부품 손상 탓에 가스관 터빈 엔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러시아 포르토바야에 있는 가압기지 이상에 대해 (수리 계약사인) 독일 지멘스 에너지에 서신을 보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G7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스프롬의 발표 직전 G7 재무장관들은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일정 가격 이하로만 유통되도록 하는 제재안에 합의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금수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 중국 등으로 계속 판매되면서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물가 추세에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비상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온으로 수력·원자력 발전 등이 타격을 받아서다. 가스 공급난으로 인한 가격 폭등이 에너지 대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대란에 따른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650억유로(약 88조원) 규모의 구제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값비싼 가스 대신 석탄, 풍력 등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업체의 초과이익에 대해 횡재세를 거둬 전기료 경감, 대중교통 보조금 지급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