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CBDC)를 향한 미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정부 부처에 디지털 달러화 구축에 관한 연구에 착수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 디지털 화폐 창설에 대해 검토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불법 활동 등에 디지털 자산이 사용되는 문제가 다뤄진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도하는 미국 CBDC 창설 가능성도 공식 검토된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행정명령에는 의회가 CBDC 출범을 승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에 관해 법무부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Fed는 이미 중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 출범시킨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암호화폐의 높아진 인기가 이런 조치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몇 달 전부터 암호화폐 업계와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성인 미국인 약 16%인 4000만명이 암호화폐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미국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약 1조7500억달러(약 2162조1250억원)으로 추산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니다"며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올바른 도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Fed는 지난 1월 CBDC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은행 등을 통해 디지털 달러를 중개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이지리아, 바하마, 동카리브 등은 CBDC를 이미 도입했다. 중국은 홍콩 선전 등지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1억4000만 명 이상이 ‘디지털 지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