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러, 디폴트 임박…이달 16일 선언할 가능성"
러시아가 오는 16일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이 전망했다. 예상이 적중하면 러시아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또다시 디폴트 상황을 맞게 된다.

JP모간은 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달러 표시 러시아 국채의 이자 지급일인 16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043년 만기 국채 이자 4410만달러, 2023년 만기 국채 이자 7310만달러 등 1억1720만달러(약 1437억원)를 16일에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들 채권은 발행 조건상 러시아 루블화가 아니라 미국 달러로 지급해야 한다.

JP모간은 “러시아 정부가 달러가 아니라 루블로 국채 이자를 준다면 디폴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 지급 조건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 가치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는 루블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에선 서방의 제재로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 정부가 달러, 유로 등 외환을 동원할 능력을 잃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일 러시아 정부와 기업이 해외 투자자에게 루블로 채권 이자나 원금 등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법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러시아 내 은행에 개설한 계좌로만 돈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가 해외 송금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2일 이자 지급일이 돌아온 루블 표시 러시아 국채는 러시아 정부가 이자를 루블로 러시아 예탁결제원에 보냈지만 해외 송금이 막혀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손에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시장에선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24년 만에 다시 러시아 국채가 줄줄이 디폴트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21일과 28일, 31일 또한 다른 러시아 국채의 이자 지급일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비(非)러시아 투자자에게 국채 원금을 상환하거나 이자를 지급할지 여부는 서방의 제재에 달려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제재가 이어지면 디폴트를 선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윌리엄 잭슨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며 “러시아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에너지회사 로스네프트와 가스프롬 등 기업들이 찍은 달러 표시 회사채의 원금 상환 또는 이자 지급일도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