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국회 폐회 이후 두 달 가까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건강이상설 등 무수한 추측이 난무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쭉정이' 답변만 하고 사라졌다는 평가가 일본 내부에서 나온다.

아베 총리는 6일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 75주년 위령 행사 참석차 히로시마시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베 총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춘 건 정기 국회 폐회를 계기로 지난 6월 18일 기자회견을 한 이후 49일 만이다.

그는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즉시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의료 현장의 실태에 맞게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시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감염 방지책을 실시하면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보급·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여행을 독려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고민이 충분했는지 의문을 느낄만한 답변이었다.

한국의 추석과 같은 일본 명절인 오봉(お盆) 기간 동안 고향 방문 등 인구 대이동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감염 방지책을 철저히 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고령자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겠다"고 당부하는 데 그쳤다.

통상 9월 전후에 실시했던 개각이나 자민당 인사에 관해서는 "정부가 다 나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으며 인사 이야기는 나중"이라고 반응했다.

한편, 사회자는 회견 시작 전부터 기자 한 명이 질문을 2개만 할 수 있고 질문한 기자가 총리 답변에 추가 질문을 하면 질문을 2개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등 까다로운 규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약 16분만에 끝났으며, 회견이 너무 짧다는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아베 총리는 계기가 있을 때 또 회견을 개최하겠다는 말만 언급하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