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의료용(N95) 마스크 수입 승인을 대거 취소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시간) 수입이 가능한 중국산 N95 마스크를 86종에서 14종으로 줄였다고 미국 내 의료용품사업자들에게 통보했다. N95는 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의료장비로 인증하는 마스크로, 1.0㎛ 미세입자를 95% 이상 걸러내야 한다.

FDA는 미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의료장비가 부족해지자 지난달 3일 표본 테스트를 커져 중국산 N95 마스크 86종에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수입된 중국산 N95 마스크의 품질을 조사한 결과 의료진이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던 중국산 N95 마스크 86종 중 72종의 승인을 철회했다. FDA의 조사 결과를 보면 광둥나페이라는 회사가 제조한 마스크는 미세입자 차단율이 단 1.1%에 그쳤다. 사실상 착용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차단율 10%대에 그친 마스크도 5종이나 됐다.

FDA는 "표본 테스트에서 차단율 95%를 넘겼던 마스크들 상당수가 유통 단계의 무작위 샘플 조사에선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거 발견됐다"며 "앞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N95 마스크의 품질 검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마스크의 품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캐나다 보건당국은 중국에서 수입한 의료용 마스크 100만여 개의 품질이 정부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고 의료진이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도 중국에서 수입한 마스크 60만 개를 전량 리콜 조치했다.

중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용품을 적극 수출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국제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각국에서 불량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에는 마스크와 보안경 등 11종의 품목을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는 '의료물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