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락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150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대규모 감산에 반대해온 러시아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OPEC의 자체 감산안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OPEC 석유장관들이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공개회의를 열어 대규모 감산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대규모 감산에 동조하지 않은 채 전날 빈을 떠났다.

러시아와 비OPEC 산유국들은 감산 규모를 50만 배럴 수준으로 주장해왔기 때문에 감산안이 실제로 이행되려면 이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급선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비OPEC 산유국들은 6일 빈에서 OPEC 회원국들이 잠정합의한 감산안을 논의한다. OPEC 관계자는 “러시아가 계속해서 대규모 감산에 반대하면 실제로 150만 배럴을 줄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을 논의하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올 들어 유가가 20% 이상 급락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하락폭이 컸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원유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원유소비가 줄어드는 건 지난 40년 동안 네 번째다.

재정에서 원유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원유 감산을 주장하는 데 비해 감산으로 인한 타격이 덜한 러시아는 부정적이었다. 러시아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앨리슨 커트라이트 래피던에너지어드바이저 상무는 “유가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데만 하루 100만~150만 배럴의 감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