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물환 포지션 확대…"한미 통화스와프가 더 효과적일 것"[이슈+]
정부가 은행이 선물환을 사고 팔 수 있는 한도(선물환 포지션)를 25% 확대했다. 달러 유동성을 끌어올려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등의 조치가 외환시장 안정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 시중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자기자본의 40%에서 50%로, 외국계은행지점의 경우 200%에서 250%로 각각 조정된다. 조치는 19일부터 시행된다.

선물환은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미리 약정한 환율로 주고받기로 계약한 외환을 말한다. 외환 선물이다.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늘리면,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해외와 달러 차입 거래(달러를 빌려오는 모든 거래, 외환스와프·외화채권 통한 자금조달 등)를 할 수 있는 규모가 늘어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났다. 여기에 국내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선물 매도 포지션에 수급이 쏠리는 불균형이 일어났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에 나선 점도 달러 유동성 경색에 기름을 부었다.

외화자금이 빠져나가면 외환 스와프 시장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외화자금 유입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외환스와프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선물환 포지션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주식에 빗대 설명해보면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주식을 더 사겠느냐"며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확대했지만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 등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포지션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대신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미국의 달러와 한국의 원화를 교환하는 것이다. 앞서 2008~2010년 한국과 미국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당시 약 300억 달러(한화 37조원) 규모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의 금융기관 부실로 외화자금시장에 문제가 생겼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에서부터 악영향이 번져가고 있다"며 "선물환 포지션 확대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이 외환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