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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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유럽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이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했다.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가 큰 폭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발행 잔액은 41조원에 달한다.

[ELS, 금융시장 뇌관되나] 유럽 베팅 ELS 41조…주가 폭락에 '초비상'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여섯 곳(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이 발행한 ELS 가운데 100개에 가까운 상품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대부분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이 지수는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37.01%(16일 종가 기준) 주저앉았다.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기준가 대비 평균 35~40% 떨어지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가능성이 낮은 상품도 만기 때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업계에서는 지수가 추가 하락하면 유로스톡스50지수 ELS 상당수가 손실 위험에 놓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미상환 ELS는 41조5664억원어치에 이른다.
유로스톡스 40% 가까이 급락…손실구간 진입 ELS 속출

[ELS, 금융시장 뇌관되나] 유럽 베팅 ELS 41조…주가 폭락에 '초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시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위험이 커지기 시작했다. ELS 기초자산의 하락폭이 35%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발행 ELS의 손실가능 구간은 설정 당시 기준가 대비 65% 미만에 몰려 있어 하락폭이 35%를 넘으면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17일까지 손실가능 구간에 진입한 ELS를 증권사별로 보면 KB증권이 가장 많다. 이 증권사에서는 모두 39개 상품 620억원어치가 최근 손실가능 조건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지수가 기초자산인 상품은 21개 486억원어치며 이들은 대부분 유로스톡스50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됐다. 최근 이 지수는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37.01% 떨어졌다.

삼성증권도 손실가능 구간에 진입한 ELS 규모가 작지 않다. 이 증권사에서는 모두 14개 상품 198억원어치가 최근 기준가 대비 65% 선 이하로 떨어졌다. 전부 지수형 상품이며 역시 유로스톡스50지수 폭락이 원인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는 16개 상품 92억원어치가 최근 손실가능 조건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10개 이상이 올 11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가장 금액이 큰 건 ‘14747호’로 규모가 340만2000달러(약 42억원)에 이른다. 역시 11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14771호’도 18억원으로 규모가 크다.

해외주식 등 개별 자산을 기초로 하는 ELS 가운데서는 손실위험(녹인) 구간을 찍는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10억원 규모 ‘사모 ELS18942호’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이 ELS는 월트디즈니 등 미국 종목 3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액티비전블리자드(미국 게임사), 우버(차량공유업체) 등 두 종목을 기초종목으로 한 ‘공모 NH 19116호 및 19117호’도 전날(16일) 우버의 주가 하락으로 녹인을 찍었다.

업계는 이번 손실위험 사태로 ELS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LS 시장은 기존 투자자가 만기 때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은 뒤 비슷한 상품에 재투자하는 ‘롤오버’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손실이 생기면 자연스레 롤오버되는 금액도 줄어든다.

설태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발행된 ELS는 대부분 손실 구간 하단이 기준가 대비 65% 정도로 높아 녹인에 걸리기 쉬운 편”이라며 “ELS에 신규 가입하려면 만기까지 2~3년 길게 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양병훈/김동현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