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채권 금리와 단기채권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된 가운데 한국의 장·단기 금리 격차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장·단기 금리差 10년7개월 만에 최소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88%를 나타냈다. 국내 대표 단기채권인 통화안정증권 3개월물의 연 1.76%와 불과 0.12%포인트 차이다. 두 지표물 간 금리 차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좁아져 2013년 4월 29일(0.10%포인트) 이후 약 6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5월 연 1.27%포인트를 정점으로 꾸준히 차이를 좁히고 있다.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연 1.77%) 격차도 이날 0.11%포인트로 2008년 8월 13일(0.08%포인트) 이후 10년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을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급랭해 시중 자금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질 때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2일 3개월물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시장에 퍼진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반영했다. 독일 국채금리도 2016년 10월 이후 2년 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내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이날 장기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경기침체 전망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10년물과 5년물, 3년물 금리는 각각 전날보다 0.05%포인트, 0.04%포인트, 0.03%포인트 떨어졌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경기 둔화 우려로 장기채 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단기금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한 뒤 동결해왔다.

글로벌 금리 급락을 촉발한 유럽 경기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야 국내 금리도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월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을 밑돌고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 현상을 나타내면서 금리 하락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지표의 뚜렷한 개선이 있기 전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