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기업공개 적어 주식발행은 2년 만에 최소
중소기업은 금리 높은 은행대출 증가
연초 대기업들 채권시장으로…회사채 순발행 10년 만에 최대
올해 들어 대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회사채 순발행액이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금리가 올랐지만 회사채 금리는 내려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5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조원)보다 2조원 많다.

상환액이 지난해보다 2천억원 늘어난 데 그쳤으나 발행액이 2조2천억원 증가했다.

올해 초 회사채 순 발행액은 동 기간 기준으로 2009년 1∼2월(10조5천억원) 이후 최대다.

당시엔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응하려고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 비우량 회사채 등을 사들인 탓에 회사채 순 발행액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이후 점차 줄어들다가 2014년 1∼2월(-2조3천억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컸다는 뜻이다.

2016년에 8천억원으로 순 상환액이 플러스로 다시 돌아섰고, 2017년 6천억원, 지난해 3조원으로 연이어 증가했다.

이 같은 회사채 발행 증가는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지고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에 기관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도 살아났기 때문이다.

금리 측면에서 회사채(AA-) 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낮고 그 금리 차가 계속해 벌어지고 있다.
연초 대기업들 채권시장으로…회사채 순발행 10년 만에 최대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지난해 10월 2.45%를 기록한 후 넉달 연속 하락해 지난달 말 2.16%까지 낮아졌다.

반면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9월 3.21% 이후 지속해서 올라 올해 1월 3.58%까지 높아졌다.
연초 대기업들 채권시장으로…회사채 순발행 10년 만에 최대
이에 따라 회사채(AA-) 금리와 대기업 대출금리 차이는 지난해 10월 0.97%포인트에서 올해 1월 1.3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대기업이 대출보다 회사채를 선호하면서 2월 말 은행권 대기업 대출은 전월보다 2천억원 감소한 157조9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주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린 탓에 중기 대출은 한달 사이 4조5천억원 늘어난 678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대출 대신 회사채로 장기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하고 있어서 우량기업 회사채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신용도 높은 기업 입장에선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주식발행액은 올 1∼2월 6천억원을 기록해 동 기간 기준으로 2017년 1∼2월 4천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작년 동기의 2조2천억원에서 크게 쪼그라들었다.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주가가 하락하며 기업공개가 감소하는 등 주식 신규발행 유인이 크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기업공개 등 대형 이벤트가 없어 발행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