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이 일찌감치 의결권 확보에 나서면서 전국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장을 대신 받아주는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요건 때문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도 소액주주 지분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포스코엠텍은 3월 정기주총을 위해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인 팀스와 계약을 맺었다고 최근 공시했다. 포스코엠텍의 최대주주는 포스코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이 50.6%다. 소액주주는 41.9%를 들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인데도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를 고용한 건 이번 주총에 감사 선임 안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주가 급등으로 투자자 관심이 높아져 소액주주 수가 지난해 5000명에서 1만7000여 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며 “임직원 전체가 주주들을 찾아 뛰어다녀도 역부족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주총 안건을 결의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감사를 선임하려는 포스코엠텍은 의결권 지분(대주주 3%+소액주주 41.9%) 중 25% 이상의 찬성표(전체의 11.2% 이상)를 얻어야 한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과태료가 부과되고 임시주총을 다시 열어야 한다. 하지만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은 낮은 게 현실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은 전체 주식 수의 7.2%다. 주식을 사고파는 ‘손바뀜’이 잦은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해 집계한 2017년에는 1.8%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에 대한 상장사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팀스 관계자는 “섀도보팅 폐지 전에는 주총 시즌을 통틀어 기업 두세 곳이 문의했는데 지난해는 30여 곳이 의결권 위임 대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0여 곳 이상의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가 새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주주명부를 보고 소액주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일이라 가격이 비싸지만 의결권 확보에 애를 먹는 기업은 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한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 관계자는 “계약금은 총발행주식 수와 소액주주 지분율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건당 최소 3000만원, 많게는 1억5000만원에 이른다”며 “그럼에도 예약이 꽉 차 계약을 원해도 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