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작년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흘 앞두고 직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직원 190여 명 중 60여 명이 주주 1000여 명을 만나 주총 참석을 읍소했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없어지면서 3월 주총에서 무산된 감사 선임을 재시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발행 주식 총수의 25%)에 한참 모자란 6.9%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본업을 소홀히 한 탓에 손실이 컸는데, 이를 반복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주총대란’이 올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154개로 조사됐다. 지난해(56개)의 약 3배로 늘어났다.

배당 등 보통결의 안건은 1928개 상장사 중 271개(14.0%)에서 부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와 기관투자가,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 작년 소액 주주 평균(7.2%) 참여 인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업계는 주총 결의 요건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미온적이다. 국회는 1년 동안 주총 대란을 막기 위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