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기업의 투자지출은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년 대비 7%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투톱 빼면…투자지출 7.5% 줄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매출 상위 20대 기업의 3분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33조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마이너스 폭이 3.4% 커졌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에서 해당 기간 유·무형자산 취득과 처분에 따른 현금 유입·유출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생산설비 확보를 위한 유형자산 취득 등 투자활동이 활발한 경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된다.

3분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그만큼 활발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투자 규모가 커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기업의 3분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2조347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규모가 7.5% 줄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1분기엔 28.8% 수준이었지만, 올 3분기엔 62.7%에 달해 지난 2분기(66.5%)에 이어 두 분기 연속 60%를 넘었다.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일부 기업은 3분기 직원 숫자가 전분기 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 2분기 3만3522명이었던 LG디스플레이 임직원 숫자는 3분기 3만3007명으로 515명(1.54%) 감소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퇴직자 대비 신규 채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부터 시작된 희망퇴직 실적이 집계되는 4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인원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료 인하와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국전력도 임직원이 485명(2.18%) 줄었다.

내수 부진에 정부 규제로 사실상 신규 출점이 막히며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임직원도 각각 2.93%, 0.74%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중국 법인 구조조정에 따른 감소폭이 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 단 하나의 대형마트도 새로 출점하지 못했다”며 “자연적으로 퇴사하는 만큼 인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강영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