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이 포장 공정을 거치고 있다.(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불닭볶음면이 포장 공정을 거치고 있다.(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서울역에서 KTX로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밀양역. 비를 뚫고 버스로 6㎞를 더 이동하면 웅장한 주황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의 현 포장지 색상이자 삼양식품의 상징인 주황색을 보는 순간, 별도의 안내 없이도 이곳이 삼양식품 밀양공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 가장 먼저 들어와 본격 가동되고 있는 삼양식품 밀양공장(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감천리 소재)에서는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되는 수출용 라면이 생산된다. 생산라인의 95%가 불닭볶음면인 이른바 ‘불닭 왕국’이다. 밀가루 반죽이 팜유와 스프를 만나 불닭볶음면 제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불닭왕국 밀양공장

지난해 5월 준공된 밀양공장은 하루에 180만개의 라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의 새로운 주력 공장이다. 일 년 중 휴무일을 제외한 약 250일동안 매일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한 시간에 7만개 이상의 라면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삼양식품 전체 수출량의 30%를 밀양공장이 담당하고 있고 대부분이 불닭 브랜드 제품이다.
밀양공장 전경(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밀양공장 전경(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라면은 제면, 증숙, 납형, 유탕, 냉각, 스프 투입, 이물 검출, 포장의 과정을 거쳐 제품으로 탄생한다. 밀가루 반죽이 한 번 삶아지고 튀겨진 뒤 스프와 함께 봉지에 투입되고 최종적으로 박스에 담겨 출고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라면 유탕공정(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라면 유탕공정(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밀양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다. 이날도 라면 제조 막바지 단계에서야 공장 설비 사이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면부터 포장까지의 전 과정 중, 라면이 봉지나 컵에 담기기 직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투입된다. 엑스레이로 중량 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외형상 불량품이 보이면 작업자들이 불량품을 빼낸다. 외형상 이상이 있는 라면은 사료 등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봉지라면과 컵라면이 차곡차곡 박스에 담기고 나면 대형 로봇팔이 테트리스를 하듯 파레트에 박스를 쌓아 올린 뒤 물류창고로 보낸다. 공장 관계자는 “대형 자동화 물류센터 덕분에 공장에서 생산되는 30여종의 제품과 각종 부자재들을 동시에 보관하고 입출고 할 수 있게 됐다”며 “수동 물류센터 대비 운영 인력 생산성과 공간 활용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로봇이 제품을 물류창고에 보관할 수 있도록 박스를 파레트에 쌓아올리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로봇이 제품을 물류창고에 보관할 수 있도록 박스를 파레트에 쌓아올리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김정수 부회장의 결단 통해

밀양공장은 삼양식품의 수출 전진기지다. 수출 주력 지역인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삼양식품은 2018년부터 생산 능력 확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2016년부터 불닭볶음면 수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2017년에는 수출 1억달러, 2018년에는 2억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용 제품의 대부분이 생산됐던 원주공장에서 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출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며 “원주에서 항구까지 육로로 제품을 배송해야 한다는 물류비 부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은 밀양 지역에 공장을 건립하자는 결단을 내렸다. 경상남도 밀양은 부산항, 진해항과 가까워 물류비를 아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밀양공장에서 부산 구항은 62.7㎞, 부산신항까지 60.2㎞ 떨어져 있어 50분~1시간 안에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주공장과 밀양공장에서 부산항까지 수출품을 가져간다고 했을 때, 밀양공장에서 이동하면 원주공장 대비 컨테이너 1개 당 약 7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약 30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하는 효과”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신공장에 당초 1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규모를 확대해 2400억원을 투자했다.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공식 조성되기 전에 삼양식품 밀양공장이 가동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준공식에서 김정수 부회장은 “대부분 기업이 해외에 현지공장을 설립하지만 그보다는 지역사회 동반성장 등의 의지를 담아 국내에 공장을 지었다”고 밝혔다.

공장 입지를 고려해 삼양식품은 밀양공장의 생산품목을 수출용 품목으로 구성해 해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밀양공장은 연면적 7만303㎡(2만1000평)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최대 연간 6억7000만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원주(4만평)나 익산(2만6000평)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수출용 제품만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삼양식품의 수출 전진 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삼양식품 라면 생산량은 연 14억4000만개에서 밀양공장 준공 이후 20억개로 증가했다. 물류비용은 기존 대비 63% 줄었다. 박인수 삼양식품 밀양공장장은 “해외 지역별 입맛에 따라 불닭 제품의 맵기를 조절하고 현지 규제에 맞춰 패키지를 제작하는 등 국가별 맞춤형 제품을 생산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밀양공장 주변도시에서 신규 인력이 계속 충원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대구광역시, 창원시 등에 더해 2017년 조성된 양산신도시에서도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올해 매출 1조원 돌파 예상

내수시장 포화,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 등으로 라면제조회사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매출의 66.6%가 해외에서 나왔다.
1시간 만에 라면 7만 봉지 쏟아졌다…'불닭 왕국'의 비밀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수출 호조에 따라 삼양식품에게 올해는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1961년 창사 이래 매출 1조원·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양식품 매출을 전년대비 16.4% 증가한 1조578억원, 영업이익은 19.5% 늘어난 1080억원으로 내다봤다.

현재 밀양공장은 주·야간으로 가동돼 75%의 높은 가동률을 기록중이다. 박인수 공장장은 “불닭 브랜드 라인의 경우 100% 가동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올해 밀양공장 생산 목표는 라면 4억5000만개, 매출 3200억원”이라고 밝혔다.

밀양=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