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스마트폰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확장현실(XR) 기기를 두고 나오는 얘기다. 미국 애플은 2017년께부터 일찌감치 ‘넥스트 아이폰’으로 XR 헤드셋을 점찍고 준비해왔다. 오는 6월 공개 후 연내 출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이달 초 퀄컴, 구글과 협력해 ‘XR 기기’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XR 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폰 대신…고글처럼 쓴다

20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GSM아레나, 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은 6월 ‘WWDC(월드와이드개발자콘퍼런스)’에서 첫 XR 헤드셋을 공개할 전망이다.

애플 XR 헤드셋의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로 알려졌다. 현실을 뜻하는 리얼리티에 애플 고급 제품에 붙이는 프로를 덧붙였다. ‘XR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고급 기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로 게임·미디어·통신 기능 측면에서 아이폰과 차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XR은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가상현실(VR)과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붙여 만들어내는 증강현실(AR)을 포괄한 개념이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정도로, 가상세계를 매끄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이다.

현재 XR을 구현하는 기기의 대표 형태는 헤드셋이다. 고글 형태에 안경처럼 착용하는 방식이다.

삼성 동맹·메타도 신제품 예고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 진출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은 지난 1일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생산하는 기기에 퀄컴 칩셋, 구글 운영체제(OS)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퀄컴·구글 동맹의 참여로 XR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지난해 1800만 대에서 올해 3600만 대, 2025년 1억1000만 대, 2030년 10억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XR 시장의 대명사로 통하는 메타버스 시장에 먼저 뛰어든 메타(옛 페이스북)도 새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올해 말 차세대 XR 헤드셋을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 제품이 모든 XR 헤드셋 제품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VR, AR, XR 등 관련 생태계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XR 기기는 비싼 가격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타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메타 퀘스트 프로’는 대당 1500달러(약 193만3500원)로,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애플 XR 헤드셋의 가격은 3000달러(약 386만7000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부품 업계도 들썩

업계에선 XR 기기 시장을 겨냥한 디스플레이, 부품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필름형 반도체 기판인 ‘2메탈CoF(칩온필름)’를 본격 판매하며 XR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소 두께와 너비를 구현, 자유롭게 접거나 돌돌 말 수 있다. LG이노텍 측은 “휘거나 접히는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XR 기기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XR 기기용 디스플레이 기술 및 제품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잘 휘어지면서 높은 해상도로 몰입감을 높이는 게 주요 경쟁 요소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올해 세계 XR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2225억원)로 추산된다. 지난해 시장 예측치(9억4200만달러)의 세 배 수준으로 커지는 것이다. 이후로도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7년엔 73억달러(약 9조409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