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가 지난 7월 폴란드와 대규모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60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에도 성공했다. 한화디펜스뿐 아니라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호주와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등에서 무기 수주를 앞두고 있어 올해 ‘K방산’ 수출액은 200억달러(약 28조원) 돌파가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에 처음 수출되는 천무

'올 수출 28조원' K방산, '3대 필승 전략'은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은 19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천무 발사대 288대와 유도탄 수출을 위한 기본계약을 맺었다.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계약 이행사항이 담긴 실행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천무 다연장로켓이 유럽으로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60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디펜스가 2009년 개발에 들어가 2013년 개발을 마친 다연장로켓 체계인 천무는 발사대와 탄약운반차, 유도탄(탄약) 등으로 구성된다. 발사대는 대당 3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폴란드 정부는 유도탄 2만3000발을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형 천무 체계는 230㎜ 유도탄과 300㎞급 장사거리 유도탄을 장착할 예정이다. 탄약운반차는 폴란드 기업인 옐츠 트럭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본계약 체결에 따라 한화디펜스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폴란드에 천무 체계를 납품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초기 물량 18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현지 국영 방산업체인 PGZ와 컨소시엄 등을 통한 현지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무기 수출 첫 100억달러 돌파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액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간 30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작년 말 호주 정부와 체결한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 등 굵직한 수주가 이어지면서 작년 수출액은 70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도 천궁과 K9 자주포 등의 수출 계약이 잇따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한화디펜스의 천무 수출로 170억달러를 돌파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 세미나에서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등과의 무기 수출계약에 성공하면 올해 방산 수출액은 2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중인 수출 건은 호주 레드백 장갑차(50억~75억달러), 말레이시아 FA-50 경공격기(7억달러), 노르웨이 K-2 전차(17억달러), 콜롬비아 FA-50 경공격기(10억달러) 등이다.

방산업계는 K방산의 성공 배경으로 최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적기 생산 및 철저한 사후서비스(AS) 등을 꼽는다. 이봉근 KAI 방산수출센터장은 “KAI가 폴란드에 FA-50을 대량 수출할 수 있게 된 것도 비싼 다른 국가 항공기에 비해 ‘입증된 가성비 좋은 항공기’라는 점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완제품을 인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짧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폴란드는 세계 최고 성능의 다연장로켓으로 유명한 미국의 하이마스 20문을 2019년 발주했는데, 내년에야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한화디펜스는 계약 체결 후 몇 달 안에 18문을 공급할 예정이다.

K방산이 지나치게 가성비를 강조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방산업체 대형화를 통한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장서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