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유가 급등에 더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확산과 물류비 급등 등 악재가 쌓이면서 기업들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에 나섰다.

치솟는 유가…항공·해운·화학업계 '비상계획' 가동
6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05.7달러다. 한 달 전(83달러) 대비 27.3%, 1년 전보다 89% 급등했다. 항공유는 국내 항공사들의 고정비용 중 20~30%를 차지한다. 통상 유가가 올라가면 항공유가도 상승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유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약 3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7년 만에 90달러를 돌파하면서 항공유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헤지를 통해 유가 급등에 대응하고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국제선 여객수요 부활이 시급하지만 섣불리 노선 운항을 재개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지난해 화물영업 호조로 역대 최대인 1조46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대한항공은 올해 고정비 지출 절감 등을 통해 유가 급등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용 상승 부담을 느끼는 것은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연료 사용 규모는 2020년 기준 5000억원이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용이 6800억원까지 올라갔다.

석유화학업계도 울상이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온다. 나프타가 오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화제품 가격도 같이 상승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화학사들이 에틸렌 등을 중심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구매처에 전가하는 방법만으로는 여의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원료 다변화로 유가 불확실성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여수·대산 에틸렌 공장 원료로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 사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PG 가격은 나프타 대비 80~90% 수준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평소 LPG 사용량은 20% 수준이지만 연말까지 40%로 높일 계획”이라며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 대비해 탄력적으로 원료를 조정할 수 있도록 설비 개선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