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자 A씨는 거래소에 예치한 비트코인 1.8626744개(약 9000만원)의 출금을 요청했으나 두 달이 넘도록 받지 못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사전 고지 없이 계정 정지 조치를 당해 거래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송을 하라”는 답만 들었다.

잘못 송금한 코인 찾으려면 100만원 내라는 거래소
2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의 부당 행위 및 계약 불이행으로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 민원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총 46건의 상담이 들어와 지난해 1년치(27건)를 벌써 뛰어넘었다.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8년의 민원 건수(112건)를 올해 경신할 전망이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피해자를 구제할 길이 마땅치 않다. 입금 지연 등 서버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금융회사가 이런 사고를 내면 배상 책임을 지지만 암호화폐거래소는 현행법상 통신판매업자다.

‘코인 오입금’에 거래소가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민원도 있었다. 암호화폐를 전송할 때 정보를 잘못 입력해 벌어지는 사고로, 은행의 착오 송금과 비슷하다. C씨는 비트코인캐시를 비트코인 지갑으로 이체해 암호화폐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보 투자자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로, 원칙상 이용자 과실”이라고 했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이런 경우 복구 업무를 도와주긴 하는데, 10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다. 빠른 복구를 조건으로 급행료를 받는 곳도 있다. 코인원은 다음달 1일부터 코인 오입금의 ‘24시간 이내 처리 요청’ 수수료를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다. 10만원을 내면 최대 30일이 걸리는 업무다. 코인원은 “복잡한 확인 절차를 당일 마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지만 수수료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소 콜센터와 카카오톡 채팅 상담에 질문을 해도 아예 답이 없거나 1주일, 1개월 이상 걸린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한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오는 9월까지 정부에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자의 불만이 거세지자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빗썸은 21일 서버 증설 작업을 마친 뒤 “여러 차례 접속 지연 사태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업비트는 100억원을 들여 올해 ‘투자자 보호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임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