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인들이 ‘경제계의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급성장하는 정보기술(IT)기업의 대표일 뿐이었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경제계에서는 김봉진 의장이 재산의 절반이 넘는 5500억여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김 의장은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는 ‘더기빙플레지’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의 기부 소식에 경제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테크기업인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IT기업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지난 몇 년간 눈에 띄게 커졌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불러온 비대면 문화는 이들 기업을 우리 삶에서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네이버(시가총액 4위)와 카카오(9위), 엔씨소프트(18위), 넷마블(31위) 등은 주식시장에서 굵직한 제조기업과 맞먹는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김범수 의장과 김택진 대표 등은 오는 23일 구성될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에 새롭게 합류하기로 했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경제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 중 하나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핵심 경영진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해진 GIO를 찾아가는 등 경제계에서도 테크기업인의 입지는 탄탄해지고 있다.

기존 기업인과 DNA부터 다른 ‘신주류 기업인’이 경제계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젊은 테크기업인들은 대중과 적극 소통하고,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들 테크기업인의 성공은 산업화 1세대가 일군 한국 사회의 고성장과 세계적인 IT 인프라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자신의 성공을 사회적 기여로 돌리려는 고민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테크기업인은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여러 현실적인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김주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