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중형 SUV GV70. 스포츠 패키지가 포함되지 않은 일반 외형이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제네시스 중형 SUV GV70. 스포츠 패키지가 포함되지 않은 일반 외형이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제네시스가 중형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 GV70를 선보였다. 기대 이상의 디자인에 소비자들에게 큰 기대를 받았지만 7500만원대의 풀옵션 가격은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직접 만나본 GV70는 7500만원까지 쓰지 않아도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차량이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에서 제네시스 GV70를 만났다. 실제 살펴본 차량은 스포티한 디자인과 여유로운 공간, 폭발적인 성능이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디자인은 호평을 받기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제네시스 고유의 방패 모양 크레스트 그릴이 당당하게 자리잡은 가운데, 약간 짧은 두 줄 쿼드램프는 간결한 우아함을 드러낸다. 스포티한 범퍼 디자인은 이 차가 고성능을 발휘한다고 암시했다.
제네시스 GV70 실내 모습.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V70 실내 모습. 사진=제네시스

아쉬움 없이 매끈한 디자인…거주성도 '만족'

헌데 여느 차량과 비교해 GV70에는 유독 간결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보닛에 파팅 라인(차량 외관의 갈라진 경계)이 없었던 덕분이다. 그릴과 보닛 사이 그어진 파팅 라인은 차의 디자인 완성도를 깎아먹는 요인이다.

아반떼가 대표적이다. 그릴 위에 현대 엠블럼이 있고 바로 파팅 라인이 드러나는 형상인데, 엠블럼을 다크 크롬 색상으로 바꿔 그릴에 넣고 파팅 라인을 없애 그릴과 보닛 끝이 만나도록 했으면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하곤 했다. GV70는 그러한 형태를 통해 깔끔하면서도 보닛이 길어보이는 효과를 냈다.
제네시스 GV70 측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제네시스 GV70 측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쿠페 느낌을 내는 슬림한 옆 라인과 깔끔한 후면부도 만족스럽다. 특히 후면부는 얇고 긴 쿼드램프가 포인트 역할을 한다. 범퍼 위치로 내려간 번호판과 방향지시등은 후면부를 더욱 깔끔한 인상으로 만들어주는 요인이다. 스포츠세단인 G70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실내 공간은 GV70가 한 층 여유롭다. 앞좌석 공간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무릎에 주먹 하나는 너끈히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남는다. 트렁크 적재공간도 622L로 아쉬울 부분이 없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제네시스 차량과 유사하면서도 보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 차량과 동일한 감각이었고 14.5인치 메인 디스플레이와 빛을 받아 반짝이는 동그란 변속 다이얼이 자리잡았다.

G80, GV80 등 준대형 차량에 비해 전폭이 좁은 점을 감안해 센터페시아는 직관적이며 조밀해졌고, 무선충전기 등은 세로로 깊이 들어갔다. 덕분에 GV80에 비해 공간이 크게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뒷좌석도 열선과 통풍시트 기능을 제공해 패밀리카로 활용성까지 높였다.
제네시스 GV70 센터페시아와 변속 다이얼 모습. 뒷좌석에는 통풍과 열선 시트 기능, USB 포트, 220V 등 편의 사양이 제공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제네시스 GV70 센터페시아와 변속 다이얼 모습. 뒷좌석에는 통풍과 열선 시트 기능, USB 포트, 220V 등 편의 사양이 제공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스포티한 성격 드러내는 엔진·배기음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가자 스포티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GV70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등 총 4개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출발 당시엔 에코 모드로 설정됐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주행이 가능했다. GV70는 가솔린 2.5 터보, 3.5 터보, 디젤 2.2 등 3개의 엔진으로 운영한다. 시승 차량은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0kgf·m의 3.5 터보 모델이었다. 덕분에 에코 모드도 동급 승용차의 컴포트~스포츠 모드 중간적인 느낌을 냈다.

에코 모드에서는 약간의 소음이 들려왔다. 신경쓰이던 차에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바꾸자 미묘했던 소음은 보다 명확한 엔진음과 배기음으로 바뀌었다. 에코 모드에서도 엔진음과 배기음이 미묘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속도를 높이자 GV70는 시원하게 내달렸고 시트가 더욱 조여지며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설악IC를 향하면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배기음이 커지며 출력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페달을 깊게 밟으니 디지털 클러스터의 속도 바늘이 급등하는 비트코인 가격처럼 무섭게 올라갔다. 의도치 않게 제한속도를 훌쩍 넘긴 탓에 곧바로 페달에서 발을 떼야 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디지털 클러스터, 매립형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지문 인식 시스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디지털 클러스터, 매립형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지문 인식 시스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반자율주행 기술도 수준급이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HDA II)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계속해 차선과 차간거리를 읽고 조향과 속도를 보조해줬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자주 바꾸지 않고 안전운전을 하는 운전자라면 사실상 직접 조작할 부분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GV70는 윗 차급인 GV80와 마찬가지로 차로변경도 스스로 한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켠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량이 스스로 안전거리를 감지해 차로를 바꾼다. 다만 성격이 급한 운전자라면 직접 하는 편이 빠르다.

풀옵션 7550만원?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할까

소비자들이 GV70에 불만을 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GV70의 모든 사양을 더한 '풀옵션' 가격은 7550만원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중형 SUV 마칸 깡통 모델(7400만원대)과 비교되기도 한다. '조선 마칸'이라는 별명이 디자인이 훌륭해서 붙었는지 가격이 비슷해서 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시승 차량은 3.5 터보 모델에 여러 사양을 더한 7220만원대 차량이었다. 풀옵션에서 300만원짜리 전자식 LSD와 스포츠-플러스 모드, 스포티한 범퍼와 휠 등이 포함된 스포츠 패키지만 빠진 셈인데, 꼭 이렇게 다 가져가지 않더라도 속은 후련할 듯 하다.
제네시스 GV70 주행 모습.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V70 주행 모습. 사진=제네시스
운전을 할수록 GV70의 만족감은 크게 느껴졌지만, 이내 '오버스펙'이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성능을 더 덜어내도 여느 운전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승 내내 5~6km/L를 넘지 못했던 3.5T AWD 모델의 연비도 일상에서는 부담스럽다.

GV70 2.5 터보 모델 가격은 4880만원에서 시작한다. 원하는 사양을 자유롭게 골라 추가하는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만큼, 하위 모델이라고 선택하지 못할 옵션은 없다. 제네시스는 2.5 터보 모델에 △사륜구동 △19인치 휠과 타이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첨단 안전주행 기능을 묶은 패키지를 추가하면 5840만원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도심에서 탄다면 굳이 사륜구동이 필요하진 않다. 차라리 휠과 타이어를 21인치로 높이고 21인치 휠에 기본 포함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 경우 차량 가격은 5600만원으로 더 낮아진다.

풀옵션과 동일한 수준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원한다면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2를 추가하면 된다. 차량 가격은 5750만원으로 약간 오르지만, 국내 수입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7000만원대 깡통 수입차보다 저렴하면서 한 차원 뛰어난 운전 환경을 만들어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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