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한시 도입한 '대출상환 유예' 연장 검토

코로나 장기화에 선제 대응
은행,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당초 9월 말까지로 계획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원금·이자 상환을 더 미룰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9월 말까지 안 끝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입된 한시적 지원조치의 연장 여부와 정상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체 대란 막아라"…정부, 자영업 대출 56조 만기 연장 검토

금융회사들은 지난 4월 1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중은행에서 39조원(13만2000건), 2금융권에서 8000억원(2만2000건)의 만기 연장이 이뤄졌다. 당국은 금융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재무건전성 관련 규제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들 조치를 9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10월부터 다시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 한다면 ‘연체 대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책을 만들 때는 코로나19가 6개월 정도면 종식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기화하고 있다”며 ‘추가 연장’ 방침을 시사했다. 연장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3개월, 6개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부실을 미뤄놓는 것일 뿐”
금융회사들은 정부가 언급한 ‘한시적 조치의 연장’이라는 명분에는 공감하고 있다. 주요 은행은 “당국의 공식적인 요구나 지침을 받는 대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무건전성도 깐깐하게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언젠가는 지원이 끝날 텐데, 유예된 원리금을 몰아서 갚게 되면 차주의 부담이 가중되고 금융사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괄 연장’ 대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정상기업에도 계속 혜택을 주는 것이 정책 취지와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C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자체 심사 기능을 무력화하는 조치가 지속적으로 취해지고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대출 부실이 은행 부실로 전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은행장은 “은행들도 어느 정도의 고통 분담을 각오하고 있다”면서도 “충당금을 쌓는 부담 등이라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쌓는 것이라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동시에 “충당금도 충분히 쌓으라”는 모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업대출 증가 폭 사상 최대
올해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총 76조2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대책이 집중된 3~4월 증가분은 4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증가액(44조9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금융지원은 당초 목표의 70%인 27조1000억원, 중소·중견기업 금융지원은 목표의 57%인 16조7000억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만든 ‘증권시장안정펀드’는 10조7000억원 목표 중 1조2000억원 규모만,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조원 중 3조원만 조성됐다. 금융위는 “조성방안 발표 후 예상보다 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돼 지원 규모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실 대기업을 위해 최대 40조원 규모로 조성될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아직까지 지원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이달 항공, 해운업 외 추가 지원업종을 확정할 계획이다.

임현우/김대훈/송영찬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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