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 두산중공업 전략·혁신부문장(오른쪽부터),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최고경영자(CEO),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부문장, 장재성 IBK투자증권 M&A·PE본부장이 지난 23일 소형 모듈원전 사업협력 계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송용진 두산중공업 전략·혁신부문장(오른쪽부터),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최고경영자(CEO),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부문장, 장재성 IBK투자증권 M&A·PE본부장이 지난 23일 소형 모듈원전 사업협력 계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이 미국에서 처음 짓는 소형 모듈 원자력발전소에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를 제작해 공급한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 회사가 소형 원전 수출 등을 통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형 원전이란 전기 출력 300㎿ 이하 원자력 발전소를 말한다.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원전 전문 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원자로 모듈과 기타 기기 공급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24일 밝혔다.

원자로 모듈은 뉴스케일파워가 개발한 소형 모듈 원전의 핵심 설비다. 핵연료를 통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원자력증기공급계통(NSSS)에 해당한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계약식에는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나기용 원자력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두산중공업과 손잡은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DOE) 지원으로 소형 모듈 원전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발전사 UAMPS가 202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미국에 건설하는 총 공사비 3조원의 첫 소형 원전 프로젝트에 소형 모듈 원전을 공급할 예정이다.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모듈 원전은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주배관 등을 지름 4.5m, 높이 23m인 원자로 용기에 모두 담은 일체형이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모듈 일부와 기타 기기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후속 원전 프로젝트 등에 최소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또 뉴스케일파워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IBK투자증권 등 국내 투자자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 지분 투자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도 맺었다. 두산중공업과 투자자들은 올해 안에 총 4000만달러(약 470억원)를 뉴스케일파워에 출자할 계획이다.

홉킨스 CEO는 이날 계약 체결식에서 “탄소 배출이 없으며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전력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두산중공업과 협력을 통해 시장의 눈높이에 맞춘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장기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내년 9월께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소형 모듈 원전의 설계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형 모듈 원전은 720㎿급으로, 60㎿의 출력을 내는 원자로 모듈 12기가 들어간다. 전력 수요에 맞춰 모듈 수를 조정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고 두산중공업은 설명했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미국에서 건설 중인 보글 원전 3, 4호기의 주기기를 포함해 한국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원자로 32기와 증기발생기 114기를 공급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