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여파로 적자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은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로 올해 여름부터 매년 2500억원의 추가 비용까지 떠안게 됐다.

누진제 손실까지…한전 年 2500억 '덤터기'
한전은 이달부터 매년 여름철(7~8월)에만 누진 1, 2단계의 구간을 확대한다. 지난달 민관 태스크포스(TF)의 누진제 개편 권고안에 따라 전기요금 개편안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누진 1, 2단계 구간 확대로 월평균 1541만~1629만 가구가 월 9486~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덜 내는 대신 한전은 약 25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매년 부담하게 됐다. 한전 부담액은 지난해와 같은 폭염을 전제로 했을 때 284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한전이 원자력발전소 이용률 하락 등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 1분기 6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지난 4일 “정부가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느라 한전을 흑자회사에서 적자회사로 만들어놨고, 누진제 개편에 따른 추가 부담까지 안겼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강요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김종갑 한전 사장에 대해서도 “손실이 예상되는 개편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전이 결국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 이사회는 1일 공시를 통해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도록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수사용량공제 제도 등을 손봐 누진제 완화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필수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최대 4000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작년 기준으로 958만 가구(전체 가구의 49%)가 혜택을 봤으며 총 할인금액은 3964억원이다. 이 제도를 폐지 또는 축소하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을 의미한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한전이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하면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