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오는 26일 5조원을 투자한 정유·석유화학 복합 시설 준공 기념식을 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4·사진)의 방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63.41%)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최근 ‘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 준공 기념식 초청장을 발송했다. 초청장엔 날짜(26일)와 장소(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는 적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시간이 빠져 있다. 대신 오후라고만 안내했다. 구체적인 행사 시간은 6월 중순께 초청장을 통해 다시 알리겠다고 했다.

경영계에선 에쓰오일이 준공 기념식 시간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참석 여부와 관련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사우디는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방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외 순방 시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다니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성사되면 한·사우디 간 경제 협력 강화가 진일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으로 ‘사우디 왕실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도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투자 허브로 변신하려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가 7000억달러(약 824조원)에 이른다. ‘중동판 실리콘밸리’인 미래형 신도시 네옴 건설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할 만한 사업이 적지 않다.

에쓰오일은 이번 준공 기념식에서 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50만t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를 건설할 예정이다. 에틸렌은 그동안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같은 석유화학 업체들이 주로 생산해왔다. 정유사를 넘어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