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등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난달 12일 UAE 영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배후엔 ‘국가적 주체’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UAE "유조선 공격 배후는 '국가적 주체'" 유엔에 보고
7일 사우디 국영방송 알 아라비야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UAE 등은 유엔 안보리에 유조선 사보타주 정황에 관한 초기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배포하고 당시 공격 과정에서 “고도의 정교함”이 발견됐다고 했다. 당시 UAE 푸자이라항에 정박해 있던 각종 선박이 약 200척에 달하는데 이중 유조선만 네 척을 의도적으로 골라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이는 정보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대형 폭발 위험 없이 배에만 정밀 타격을 입히기 위해선 정예 다이버들이 참여했을 것”이라며 “이들이 UAE 영해에 들어왔다가 폭파 공격을 가하고 탈출하는 과정에선 고도로 전문적인 패스트보트 조종술 등이 필요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UAE와 사우디 등은 이번 보고서에서 ‘국가적 주체’를 어디로 추정하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사우디와 UAE 등은 모두 사보타주 배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사우디 국영통신은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을 뿐 공격 주체에 대한 추정 등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장관도 “누가 (공격)했는지에 대해선 굳이 추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이 사건을 놓고 이란을 공격 주체로 공개 지목한 상태다. 지난달 29일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UAE 아부다비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UAE 영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은 이란이 수중지뢰를 쓴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이 아니라면 그런 공격을 누가 했겠나. 네팔에서 온 아무나(가 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란은 “유조선 공격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주장하며 공격 배후설을 일축하고 있다. UAE 등은 이번 조사에서 나온 증거 등을 국제해사기구(IMO)와 공유할 계획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