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新제조업이 희망이다

부활하는 美·日 제조업

글로벌 기업들 앞다퉈 투자·증설
日, 한해 724개 기업 '유턴'
미국 제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 덕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공작기계 공장.  /미국 제조업협회  제공

미국 제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 덕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공작기계 공장. /미국 제조업협회 제공

미국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부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까지 멕시코만을 따라 이어지는 340마일(약 550㎞) 구간. 이 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공장 굴뚝을 볼 수 있다. 굴뚝만큼이나 많은 건 공사 현장이다. 2010년 이후 지어졌거나 공사 중인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만 20여 개에 달한다. 31억달러(약 3조6900억원)를 투입해 지난 9일 완공한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 공장도 그중 하나다.

일본 후쿠오카현 구루메시는 몇 달째 축제 분위기다. 화장품업체 시세이도가 지난 2월 400억~500억엔(약 4100억~51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최소 1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국들이 ‘제조업 키우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조업 부흥에 국가 명운이 달렸다는 판단 아래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규제 1개 생길 때 22개 없앤 美, 다시 '세계 제조업 중심'으로

법인세 낮추고 규제 없앤 미국

규제 1개 생길 때 22개 없앤 美, 다시 '세계 제조업 중심'으로

미국은 세계 제조업 중심지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부의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등지에서는 US스틸, 뉴코 등 금속 관련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는 도요타, 폭스바겐, BMW,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일본 도요타가 켄터키와 앨라배마 공장 등에 7억5000만달러 증설 투자계획을 밝혔다. 미국 화학업체 엑슨모빌은 텍사스 화학공장에 2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와 초콜릿업체 허쉬, 제약회사 머크 등도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제조업이 부활한 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다. 미국은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그해에 감가상각을 100%까지 인정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 초청장’을 보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규제도 대폭 없앴다. 백악관은 지난해 4월 “지난 500일간 미국에서 새 규제 1개가 생길 때 22개의 규제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조업협회(NAM)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41억달러 상당의 규제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유턴’ 시작한 일본 기업들

일본 제조업도 꿈틀대고 있다. 해외에서 본국으로 돌아오는 일본 기업이 꾸준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세이도는 구루메 공장 외에도 도치기현과 오사카 인근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시세이도의 일본 내 화장품 생산능력은 2021년이 되면 지금의 두 배가량으로 늘어난다.

생활필수품 제조업체 유니참은 올해 후쿠오카현에 새 공장을 건설한다. 26년 만의 일이다. 닛신식품과 생활용품 제조사 라이온, 시티즌시계, 오노약품 등도 일본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015년 이후 일본에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기업만 300곳이 넘는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부터 각종 규제를 없애고 노동 유연성을 높였다. 아베 신조 정권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엔저를 유도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724개 기업이 일본으로 돌아온 배경이다.

유턴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얘기한다. 일본의 임금상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시간당 임금이 약 9%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 기간 한국의 시간당 임금은 150% 이상 뛰었다.

중국·독일도 제조업 부흥에 ‘올인’

중국은 첨단 제조업분야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2015년 내놨다. 2035년엔 독일과 일본을, 2049년엔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다.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기업에 쏟아붓고 있는 이유다. 민간기업이 10대 산업에 투자할 때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최대 8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2012년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이름의 스마트 제조업 육성 전략을 내놨다.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제조업에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 정부는 2025년까지 AI 분야에 30억유로(약 3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투자(약 30억유로)를 더해 모두 60억유로를 이 분야에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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